공사물가 급등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로 위축됐던 건설사 자체 개발사업이 수익 개선 돌파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사비 상승폭이 완화되고 금리인하 기대로 PF 변동성이 낮아지자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큰 자체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높아진 원가율에 영업이익 창출이 쉽지 않자 건설사들이 자체 개발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L D&I한라는 원가율 하락 이유로 지속적 원가개선활동과 함께 자체사업 등 고수익 현장의 본격화를 꼽았다.
앞으로도 자체사업의 실적 기여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자체사업 수주잔고가 4552억원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했고, 지난 상반기 수주 가운데 자체사업이 38.9%(1638억원)을 차지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원가율 개선에 자체사업 덕을 보고 있다.
지난 상반기 전체 매출의 6.3%가량(1270억원)을 올린 자체 주택사업에서 매출이익률이 24.2%를 기록했다.
이는 외주 주택의 원가율 10.7%보다 2배 넘는 수준이다.
수주 잔고도 자체 주택사업이 지난 상반기 전체의 31.3%(9조4318억원)를 차지했고, 신규 수주도 전체의 14.4%(2437억원)가 자체 주택에서 나왔다.
이에 더해 오는 9월 착공할 예정인 4.5조원 규모의 서울 광운대역세권 개발도 자체사업으로 향후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광운대역세권 사업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시 월계동 광운대역 일대 약 15만㎡ 부지에 오피스와 호텔, 쇼핑몰, 주거단지를 포함한 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자체사업에 대한 관심 확대는 그간 건설업계를 괴롭혀온 공사비 급등과 PF 위기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월별 건설공사비지수에 따르면 지난 2021~2023년 공사비가 월별로 전년동기 대비 최대 15.7%의 상승폭을 나타내다 올해 들어 상승폭이 3%선 아래로 제한되며 '상향 평준화'됐다.
또 한국이 고금리 기조에서 벗어날 기미가 나타나며 PF 조달 부담이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자체사업의 단점보다 장점을 더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자체사업은 건설사가 직접 시행사로 나서기 때문에 발주처와 시공사 간에 공사비 협상을 벌이는 부담을 덜고 사업 진행 속도를 조절하기가 더 수월하다"며 "도급과 자체 개발사업을 같이 수행해야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유리하기 때문에 개발사업을 줄여온 건설사들은 앞으로 개발사업 비중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도급사업보다 수익률이 더 높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도 커지는 장단점이 있는 만큼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자체사업의 규모와 비중 균형을 맞추는 것이 수익성 개선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