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김 사장의 내정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업계와 시선은 따가웠다.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빠진 한전을 되살리기 위해 전력업계, 학계는 물론 공무원 출신도 아닌 대부분의 이력을 국회의원 등 정치인으로 채운 그가 오는 것에 대해 우려를 넘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정부가 김 사장 임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도 이와 같았다. 그는 지난해 9월 20일 취임식에서 ‘코끼리 한전’ 위기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취임사 일성으로 “한전이 공기업이라는 보호막, 정부보증이라는 안전판, 독점 사업자라는 우월적 지위에 안주해온 것은 아닌가?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미래 대비를 소홀히 한 채 무사 안일했던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기업과 달리 공기업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전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전력기기를 납품하는 협력사들에게 있어 한전은 감히 치켜볼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김 사장의 의지에 따라 한전은 ‘국가 미래 성장에 기여하는 글로벌 에너지리더’로의 도약을 위한 △재무건전성 개선 △전력망 적기 건설을 통한 안정적 전력공급 △신성장 동력창출 △규제혁파 및 경영효율 극대화 △고객중심 서비스 제공 등 5대 핵심사항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전 임직원들의 의식 개혁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목표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전기요금 인상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는 것도 결국 한전 스스로의 태도 전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한전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6월말 기준 한전의 연결 총부채는 202조99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4400억원 늘었다. 여느 해보다 뜨거웠던 여름 전력 성수기 동안 한전의 부채 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전의 재무위기를 해소하려면 정부를 움직여 전기요금 인상은 관철시켜야 하며, 김 사장이 당장 해결해야할 과제다. 때마침 안덕근 산자부 장관이 최근 “전기 요금 인상할 것”이라며 “다만 시점이 문제고 아직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상 시점을 앞당기려면 한전이 전기요금으로 연명하는 공기업이 아니라 자체 경쟁력을 확보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조만간 더욱 구체화한 미래 한전의 큰 그림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생존의 기로에 선 한전이 탈바꿈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전력 정책의 일관된 추진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라면서, “김 사장이 강한 리더십으로 변화한 한전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