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임명한 기관장의 이력을 놓고 정치권간 공방이 벌어지자 절차가 더 늦어지면서 추석 연휴 전으로 임명도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럴 경우 다음 달 말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를 기관장 공백 속에 받는 공공기관이 상당수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권이 교체되면 자진 사퇴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박근혜 정부 때부터 이런 문화가 희석된데 따른 것”이라면서 “올해가 윤석열 정부의 색깔을 드러내는 실질적인 공공기관장장 인사다”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정부 정책과 맞물려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정부,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정부의 정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데다가, 정치권의 친일인사 논란 등 갈등이 고조하면서 인선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도 임명을 더디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장이 공석인 공공기관장은 권한대행 체제로 업무 공백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사업과 관련한 주요 결정과 비용 집행 등의 절차가 미뤄지는 등 회사 경영이 차질을 빚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부 받아야 할 내년도 예산 확보다. 정부 및 정치권과의 조율은 공공기관장이 맡아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인데, 수장이 없으니 손을 놓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올해 정기 국정감사를 10월 25일부터 시작한다. 한 달 조금 남은 상황에서 각 공공기관은 자체 감사를 진행하며 국감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출범한 국회는 야당을 중심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정부 부처를 밀어붙이겠다며 철저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방에서 올라온 공공기관 담당 직원들의 여의도 국회의사당 방문도 증가하고 있다.
국회 앞에서 만난 공기업 관계자는 “상임위 등 국회의원의 분위기를 살펴보고 우리와 관련된 사안 중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왔는데, 야당 의원 측 관계자를 만났을 때 반응이 냉랭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의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특히 우리도 잘 모르는 데 사장은 누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회사 분위기는 어떠냐는 질문을 받을 때는 난감하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국감 직전에 사장을 임명하는 것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임명되면 사실 총알받이 역할 밖에 더하겠느냐”라면서 “조직 업무 파악도 못한 상황에서 국감 증언대에 오르고 싶어 하는 이는 없을 것이며, 조직원들에게도 부담이다. 빨리 (수장을) 결정해주던지, 아니면 이왕 늦었으니 국감 이후로 임명이 미뤄지는 게 나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