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헬로 50%+1주 경영권만 인수, SK텔레콤 “지분 사달라” 공문
CJ헬로를 놓고 통신사들의 견제가 점입가경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14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CJ ENM으로부터 CJ헬로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대상 주식수는 3872만3433주(50%+1주)며, 인수가액은 8000억 원이다. 인수대금은 전액현금형태로 지급할 예정이다. 이 인수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과기정통부 등의 인·허가 심사절차가 시작됐다.
그러나 공정위의 인가불확실성 탓에 CJ헬로는 1분기 어깨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 CJ헬로의 1분기 실적은 매출액 2756억원(전년 대비 -3.8%, 전분기 대비 -8.9%), 영업이익 130억원(전년 대비 -1.1%, 전분기 대비 -30.2%)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기대치(영업이익 182억 원)를 20% 이상 밑도는 수치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저가 가입자 위주의 마케팅을 통해 아날로그 가입자가 증가했다"면서 "VOD(주문형비디오) 비수기 진입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매출 감소는 당국의 인가불확실성에 영업이 위축된 게 더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허가관련 불확실한 이벤트가 다시 진행중인 형국"이라면서 "그 영향으로 CJ헬로의 영업이 주춤하다"고 진단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CJ헬로의 최대주주는 LG유플러스로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SK텔레콤 8.61%, 아시아 사모펀드인 세이블 6.66%를 보유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쟁사인 SK텔레콤이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각각 2대, 3대 주주인 SK텔레콤과 세이블(Sable Asia Limited)이 LG유플러스에 공문을 보내 각사가 보유한 CJ헬로 지분 8.61%와 6.66%를 매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5년 CJ헬로비전 인수합병추진 당시 책임경영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통해 CJ헬로 지분 8.6%를 사들였다. 매입규모는 약 800억 원이었다. 그 뒤 공정위가 불허결정을 내리면서 모든 게 꼬였다. 이후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50%+1주'’를 8000억 원에 인수해 지분 8.6%를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15년 CJ헬로의 인수를 공식선언하며 시장충격을 줄이기 위해 공개매수를 했으나 공정위 반대의견이 나오며 인수를 못했다"면서 "현재 보유지분은 대부분 공개매수물량으로 후발경쟁사의 CJ헬로관련 인허가절차가 완료시 지분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CJ헬로 고가인수 논란, 포괄적 주식인수 가능성 낮아
LG유플러스측은 SK텔레콤의 지분매입 요구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LG유플러스 측은 "아직 심사중이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원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 등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CJ헬로의 인수가격이 싸지 않기 때문이다. CJ헬로 '고가인수'라는 평가가 파다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CJ헬로의 지난해 서비스 매출은 1조1000억 원(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단말 판매 매출 제외). TV는 6400억 원(홈쇼핑, 광고 등 포함)이다.
56% 계약유지를 전제로 추정가치는 ▲TV사업은 가입자당 가치 27만7000원, 사업가치 1조2000원 ▲MVNO는 가입자당 30만원, 사업가치 2400억원 ▲인터넷은 가입자당 10만 원, 사업가치 800억 원 등 총 1조60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가치 1조6000억 원은 가입자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에 산정된 가치”라면서 “그러나 LG유플러스가 CJ헬로 지분 50%+1주를 인수했다고 해서 CJ헬로 가입자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가인수 부담을 안은 LG유플러스가 2대, 3대 주주의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한 인수합병(M&A) 전문가는 "경영권만 다소 비싸게 확보한 것은 추가지분 매수에 대한 기회비용을 일부 반영했을 것"이라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는데, 굳이 포괄적으로 나머지 주식을 매입할 이유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 상황에서 꽃놀이패를 쥔 쪽은 LG유플러스다. 주가가 오르면 오버행물량이 나오며 자연스레 시장에서 청산될 수 있다. 오버행은 증시에 언제든지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잠재적인 과잉물량으로 SK텔레콤, 세이블이 각각 보유한 8.61%, 6.66%이 오버행물량이다.
주가가 내리면 LG유플러스는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지분을 인수한 뒤 당장 합병하지 않고 2년간 독자경영을 유지할 방침이다. CJ헬로 주가가 오버행 부담으로 눌려 있을 경우 2년 뒤 LG유플러스와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한 합병추진 시 합병비용을 줄일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일단 CJ헬로는 2년 동안 별개로 경영을 한다"면서 "2년 뒤에 어떻게 할 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덧붙였다.
◇안정성 둔화, 수익성 성장성 기지개
지난해 말 연결실적기준으로 CJ헬로의 재무비율을 살펴보면 안정성은 소폭 하락한 반면 성장성, 수익성은 모두 기지개를 펴고 있다.
안정성 척도인 유동비율은 보통 수준이다. 21일 금융투자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회사의 지불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이하 연결 기준)은 지난해 말 기준 96%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수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동자산은 3339억 원, 유동부채는 8759억 원이다. 유동비율은 통상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
CJ헬로의 경우 유동비율이 약 100% 아래로 좋지 않다. 그러나 기말 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을 1091억 원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갑작스런 외부충격에 흔들릴 수준은 아니다.
부채총액을 총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82.7%로 우수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CJ헬로의 부채는 총 8759억 원이며 자본총계는 1조593억원이다. 부채비율이 200% 아래면 재무안정성이 보통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7배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비영업)으로 나눈 수치다. 기업이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통상 1.5 이상이면 영업이익으로 벌어 이자의 빚을 갚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양호한 부채비율로 빌린 돈의 이자를 제외한 실제 손에 쥔 영업이익도 나쁘지 않다.
매출은 반등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출액 증가율은 5.2%로 소폭 반등했다. 비용에 속하는 판매와 관리비증가율은 3.5% 하락하며 비용관리 등 효율성제고에 신경쓰고 있다.
이에 따라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증가율은 12.8%로 상승했다.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37.4%로 급등했다.
수익성은 보통 수준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 매출액은 1조1780억 원, 영업이익은 68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성장성 지표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매출에서 얼마 만큼의 이익을 얻느냐를 나타내는 매출총이익률은 90.1%에 이른다.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을 영업수익으로 나눈 EBITDA 마진율은 28.9%다. 영업이익률은 5.8%로 보통 수준이다.
자산이나 자본 대비 수익성도 보통 이상이다. 기업의 총자산에서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총자산이익률(ROA)은 2.1%다. 지배주주순이익(연율화)을 지배주주지분(평균)으로 나눈 수치인 자기자본이익률(ROE)는 3.9%로 수익성이 우수하다고는 볼 수 없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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