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100% 배상결정에 판매사 압박

◇한국투자증권, 옵티머스펀드 투자원금 70% 선지급, 팝펀딩펀드 20% 제안
환매중단 사모펀드에 대한 증권사의 보상안이 제각각이다. 같은 환매중단펀드라도 선보상비율이 20%, 30%로 차이가 난다. 아예 선보상에 나서지 않는 곳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일 정일문 사장 주재로 소비자보호위원회를 개최하고 선보상안을 발표했다. 대상은 부실채권자산편입으로 환매중단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투자자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펀드를 약 287억 원어치를 팔았다.
주요 내용은 펀드투자자들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투자원금의 70%를 일괄지급하는 것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옵티머스 헤르메스 전문투자 제1호(167억 원) 뿐만 아니라 만기가 내년 1월 예정인 옵티머스 가우스 전문투자 제1호(120억 원) 투자자까지 모두 선지급을 받게 된다. 나머지 30%는 펀드자산의 실사결과 등을 고려해 9월 30일까지 지급여부 등을 최종결정할 계획이다.
논란도 있다. 사기혐의 등 비슷한 이유로 환매중단된 다른 사모펀드에 대해 다른 보상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환매중단된 P2P(개인 간) 대출업체 '팝펀딩' 관련펀드는 한국투자증권 분당PB센터에서 약 150억 원이 팔렸으며 이를 포함한 한국투자증권의 판매액은 약 350억 원으로 알려졌다. 사기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 환매가 재개되더라도 투자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한국투자증권은 팝펀딩 투자자에게 평균 원금의 20-30%를 선지급하는 보상안을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옵티머스펀드는 저위험상품으로 판매한 반면 팝펀딩펀드는 초고위험상품으로 인지하고 판매하는 등 차이가 있다”며 “판매과정에서 초고위험 상품으로 투자위험을 고지하고 고객으로부터 확인까지 받았으나 판매사 입장에서 선의의 사적개념차원에서 보상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선보상아니라 선지급 검토…판매사만 부담
옵티머스펀드 투자원금 50% 선보상 결정의 후폭풍은 NH투자증권에 미치고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전체 설정잔액은 5172억 원이다. 판매잔고 별로는 NH투자증권이 4528억 원(87.55%), 한국투자증권 407억 원(7.87%), 케이프투자증권 149억 원(2.87%), 대신증권 45억 원(0.81%), 하이투자증권 25억 원(0.48%), 한화투자증권 19억 원(0.36%) 순이다. 대부분 NH투자증권을 통해 판매됐다.
판매비중은 NH투자증권 87.55%로 가장 높고, 한국투자증권 7.85%다. 이 두 증권사가 옵티머스펀드의 대부분을 판매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선보상에 나서자 NH투자증권은 고민에 빠졌다. 옵티머스사태 직후 NH투자증권은 처음 선자산회수, 후보상 쪽으로 대응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산회수에 총력을 다한 뒤 회수자산을 바탕으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선보상결정에 NH투자증권의 선택의 폭은 좁아지게 됐다. 선보상에 주저하는 이유는 가장 많은 판매금액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처럼 70% 선보상을 하면 선보상금액은 3210억 원(전체판매잔고 4528억 원)에 이른다. 아직 판매사의 법적 책임이 명확하게 판가름나지 않은 상황에서 3210억 원의 선지급을 결정하면 주주들로부터 배임소송을 당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사회의 절차를 거치고 주주들의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며 “법리상 문제들이 복잡하게 엮여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책임도 없으며 법적판단도 내려지지 않아 대책을 내놓다면 선보상이 아니라 선지급일 것”이며 “여러가지 방안을 종합검토해 이르면 이달 중에 방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임사태의 보상안도 제각각이다. 환매중단라임펀드의 선보상비율은 신한금융투자는 손실분의 30%를, 대신증권은 개인투자자 30%, 전문투자자 20%를 제시했다. 신영증권은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자발보상을 결정했으나 세부보상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률 보상안이 아니라 케이스바이케이스별로 개별보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당국도 가세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달 30일 환매가 중단된 라임펀드 판매사에 전액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분조위가 펀드판매계약의 상대방인 판매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규모 환매연기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 가운데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본 4건의 사례다.
분조위가 전액배상을 결정한 근거는 판매사의 잘못된 정보제공에 따른 착오유발이다. 이번 반환결정에 직접관련된 판매사는 우리은행 650억 원, 신한금융투자 425억 원, 하나은행 364억 원, 미래에셋대우 91억 원, 신영증권 81억 원 등이다. 불완전판매에 대해 전액배상으로 책임을 물은 당국의 메시지에 금융투자업계는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시간을 끌지 말고 빨리 배상하고, 나중에 구상권을 통해 자산을 회수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며 “판매사가 운용사의 투자내역을 확인하거나 감독할 권한이 없음에도 100% 판매사 책임을 결정한 것은 법적 기준이나 근거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