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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문재인-윤석열 50조 추경 전쟁과 재정승수(fiscal multip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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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문재인-윤석열 50조 추경 전쟁과 재정승수(fiscal multip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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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의 경제학 김대호 박사 경제 진단
추경이 경제 운영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윤석렬 당선인 측이 문재인 정부에 공식적으로 추경예산안 편성과 국회제출을 요구하면서 추경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측은 50조원 추경을 신속히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문재인 정부는 정부는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 남은 임기 중에 추경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인수위는 지난 3월24일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안의 국회 제출 준비를 요청했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가급적이면 추경이 빨리 반영될 수 있도록 작업해 달라"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속도를 내서 추경을 내주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는 것이 (인수위) 경제1분과 의견”이라고 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50조원 규모 추경 추진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더불어 민주당도 민생 회복이 1순위라며 재원 마련과 추경 논의를 신속히 실시하자며 4월 추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문 정부 남은 임기 기간에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을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4월에 추경을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와다. 헌법 상 추경의 편성 주체는 정부이다.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국회에서 심의하거나 의결할 수 없다. 기재부는 50조 추경으로 경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하고 있다. 재원 마련 방안이 뚜렷하지 않아 국채 발행 없는 50조원 규모 추경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ㄱ구채를 발행할경우 물가폭탄 금리폭탄등이 우려된다.

윤석열 당신인측은 지출 구조조정 으로 통한 추경을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문제는 구조조정의 범위가 매우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올 607조원대 본예산 중 절반 가량은 법적 의무지출로 조정이 아예 불가능하다. 의무적인 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 비중은 약 303조원이다. 그 중 공무원 인건비(41조3000억)와 국방비(54조6000억원) 도 조정하기가 어렵다. 결국 실질적으로 손댈 수 있는 예산 규모는 약 200조원에 불과하다. 지출 구조조정 가장 첫 순위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한국판 뉴딜’이 거론된다. 한국판 뉴딜의 올해 사업비는 34조원에 이른다. 그 중 ‘휴먼뉴딜’ 예산이 11조1000억원, 디지털 뉴딜에 9조3000억원, 그린 뉴딜에 13조3000억원이 배정돼 있다. 이 그린 뉴딜은 문재인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국정과제이다. 그런만큼 그린 뉴딜 예산을 대폭 줄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한국판 뉴딜 중 이미 공고가 나간 사업들이 상당수 있다. 이를 없던 일로 한다면 정부 정책 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지난 해 초과세수와 예비비 그리고 기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이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재원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세계잉여금 중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 등에 우선 쓰도록 되어있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18조원 중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는 돈은 3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올 예비비 4조5000억원 중 1조4000억원은 이미 올초 소상공인 방역 지원에 지출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진단검사비와 생활지원비 등 방역에 필요한 예비비 소요가 수조원대로 예상된다. 예비비 재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요즘 금리가 심상치 않다. 아주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 그동안의 정부의 국채발행이 회사채 금리를 치솟게 만들고 있다. 적자 국채는 또 치솟는 물가를 더 부추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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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의 경제학 김대호 박사 경제 진단

요즘 우리나라 정치권 일각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추경을 보면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경구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논어 선진편에 나오는 가르침이다.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물었다. 사(師)와 상(商) 중 어느 쪽이 더 낫습니까“라는 질문에 공자는 "사는 지나치고 상은 미치지 못한다"면서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고 대답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무려 7번의 추경을 단행했다. 그 추경 때문에 재정적자가 크게 늘고 국가부채도 급증했다. 그래도 당시의 추경은 꺼져가던 경기를 살리고 방역 피해자들을 구제한다는 측면에서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다.

경제학에 재정승수(fiscal multiplier)라는 개념이 있다. 적자 재정의 효과와 부작용을 측정하는 지표이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GDP를 실제로 어느 정도 증가시키는지를 숫자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재정승수가 1.8이라면 재정지출을 10조원 투입해 GDP가 18조원 증가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2021년 8월 발표한 ‘거시계량모형(BOK20) 구축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의 재정승수는 대부분 1을 밑돌았다. 가장 낮은 것은 이전지출 재정승수로 0.2에 불과했다. 이전지출은 재난지원금처럼 정부가 민간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재정승수가 0.2라는 것은 정부가 민간에 1조원을 뿌려봐야 GDP는 겨우 2000억원만 늘어난다는 의미다. 8000억원은 사라져버린다. 정부의 소비승수(0.85)와 투자승수(0.64) 역시 1을 밑돌고 있다. 정부가 쏟아부은 예산만큼도 못 건진다는 의미다.

경기 사이클에 따라 재정승수는 달라진다. 통상적으로 재정승수는 경기 호황기보다 불황 때 높게 나타난다. 재정지출을 누구보다 강조한 경제학자 케인즈도 경기가 좋을 때에 정부가 나서 돈을 뿌리면 부작용이 훨씬 더 크다면서 경고를 하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경기 호전을 넘어 과열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물가폭등이 그 증거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연이어 인상하는 것도 경기과열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자 추경은 공자의 과유불급 가르침이나 케인즈의 재정승수 이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되는 것이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몰려와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고 간 적이 있다. 현대 경제학의 ‘세 거두’로 불리는 프리드먼(Friedman)과 블라인드(Blinder) 그리고 솔로우(Blinder)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구축효과(驅逐效果)를 지목했다. 영어로는 크라우딩 아웃 (crowding out)현상으로 불린다. 프리드먼 등이 언급한 구축효과란 “화폐공급량이 줄어들거나 불변인 상태에서 정부지출이 확대되면 이자율이 폭등하고 그로 인해 민간투자가 줄고 결국 재정의 소득증대효과가 상쇄된다”는 내용이다.
요즘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폭등하고 있는 것은 적자추경에 따른 자금경색을 우려한 국제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추경으로 경제난을 덜어주고자 한 정부의 선한 의지가 재정승수 하락 속에 구축효과를 발생시켜 결과적으로 이자부담을 크게 늘리고 나아가 국민생활을 더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다른 나라 증시보다 더 크게 떨어지고 있는 데에도 구축효과 공포가 한 몫하고 있다.

50조 추경은 적어도 현재의 우리 경제여건 상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자칫 나라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 50조 추경이 들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유권자들이 그 추경 공약만 보고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고 볼 근거는 없다. 잘못된 공약은 지금이라도 바꿔야 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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