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거시경제 환경이 지난달 21일의 실적 가이던스 제시 때와 비교해 크게 악화하고 있다”면서 “2분기 실적이 종전에 제시했던 예상치의 하한선을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에번 스피걸 스냅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실적 악화 이유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심화하는 인플레이션, 공급망 위기, 인력 부족 등을 들었다. 그는 애플과 구글이 개인정보 관련 정책을 바꾼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또 구글은 올 2월부터 운영체제(OS)에 기록된 개인 데이터를 제3자에 넘기는 것을 막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스냅의 맞춤형 디지털 광고 매출에 타격이 됐다.
그 바람에 스냅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30.97% 급락했다. 스냅의 실적 악화 경고는 다른 기술주는 물론 나스닥 선물도 끌어내렸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시간외거래에서 7.09%, 핀터레스트는 11.91% 떨어졌다.
스냅쇼크로 이날 아시아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 뉴욕증시 주가지수선물이 약세를 보이면서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증시 모두 일제히 내리막을 걸었다. 일본 도쿄 주식 시장에서 닛케이225 지수는 전장보다 253.38포인트(0.94%) 내린 26,748.14에 장을 마쳤다. 도쿄증시 1부에 상장한 종목 주가를 반영한 토픽스 지수는 전장 대비 16.31포인트(0.86%) 밀린 1,878.26에 장을 끝냈다. 간밤에 미국 뉴욕증시가 모처럼 상승 마감하기는 했지만, 장을 마친 뒤 소셜미디어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의 주가가 폭락한 영향으로 장외거래 지수가 급락하면서 도쿄 시장의 투자 심리도 위축됐다.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미 주가지수 선물이 하락 전환하자 일본, 중국, 홍콩,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다소 밀렸다.
중국증시에서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75.93포인트(2.41%) 하락한 3,070.93에, 선전종합지수는 72.29포인트(3.62%) 내린 1,922.48에 장을 마쳤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에 육박하는 등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회피심리가 고조됐다. JP모건은 올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4.3%에서 3.7%로 내렸고 UBS도 기존의 4.2%에서 3.0%로 수정했다.
암호화폐 루나와 ‘스테이블(미 달러와 연동) 코인’ 테라USD(UST) 급락으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 총재 등 국제 금융계 수장들이 ‘암호화폐는 실제 돈이 아니다’라며 한목소리로 경고하고 나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스위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 ‘다보스포럼’에서 “비트코인이 코인(동전)이라 불리더라도 실제 돈은 아니다”라면서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어 “일부 암호화폐가 실물 자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만큼 디지털 시대의 다단계 사기 구조와 유사하다”면서 “정부에 의해 담보될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 암호화폐가 진짜 화폐라면 누군가 가치를 담보하고 보편적인 교환 수단으로 받아 들여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암호화폐는 믿을 만한 지급 수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드갈로 총재는 이어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는 현재 가격 변동성과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타푸트 수티와르나루에푸트 태국 중앙은행 총재는 “암호화폐를 지급 수단으로 보고 싶지 않다”면서 암호화폐는 교환 수단이라기보다 투자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고는 루나와 테라가 폭락해 대규모 투자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참여로 암호화폐 시장이 금융시장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루나·테라 사태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암호화폐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커져 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암호화폐 ‘제도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도 진행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앞서 19일 독일에서 회의를 열고 암호화폐에 대한 포괄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곧 발표하기로 했다. 성명 초안에는 “‘G7은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혼란을 고려해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일관되고 포괄적인 규제를 신속히 개발·시행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FSB는 2009년 설립된 글로벌 금융규제협의체로 국제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제금융 규제 기준과 권고안을 개발한다.
앞서 24일 아침에 마감한 뉴욕증시는 은행들의 실적 개선 기대와 미국의 대중 관세 완화 가능성에 상승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18.34포인트(1.98%) 오른 31,880.24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72.39포인트(1.86%) 상승한 3,973.75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80.66포인트(1.59%) 뛴 11,535.27로 거래를 마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일부 상품의 대 중국 관세를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4월 전미활동지수(NAI)는 전달보다 개선된 0.47로 집계됐다. 전달에는 해당 수치가 0.36을 기록한 바 있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95포인트(3.23%) 하락한 28.48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1.51포인트(1.57%) 내린 2,605.87에 거래를 마치며 3거래일 만에 약세로 전환했다. 미국의 소셜미디어 스냅챗의 모기업인 스냅이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한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잇따라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고조했다. UBS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2%에서 3.0%로 하향 조정했고, JP모건도 중국 2분기 성장률 예상치를 -1.5%에서 -5.4%로 크게 낮췄다. 스냅 발 악재 여파로 성장주인 네이버(-4.14%), 카카오[035720](-2.77%), 삼성SDI[006400](-4.26%) 등이 급락했다. 네이버는 26만6600원에 마감하며 52주 신저가도 경신했다. 삼성전자[005930](-2.06%)와 SK하이닉스[000660](-3.98%)도 중국발 서버 수요 급감 루머에 큰 폭으로 내렸다.
KB금융[105560](1.89%), 신한지주[055550](0.96%), 하나금융지주[086790](0.53%), 우리금융지주[316140](1.02%) 등은 상승했다. 한국전력[015760](3.52%)은 전력 구매가격 상한제 도입에 따른 적자 개선 기대에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1원 오른 1,266.2원에 마감했다.
김재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iger8280@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