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은 16일 새벽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결과 미국 기준금리는 종전 0.75∼1.00% 수준에서 1.50∼1.75%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연준이 0.75%포인트 금리 인상이라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의 금리인상)에도 안도 랠리를 펼쳤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03.70포인트(1.00%) 오른 30,668.5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4.51포인트(1.46%) 상승한 3,789.9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70.81포인트(2.50%) 급등한 11,099.15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월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한 S&P 500 지수는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멈췄고,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반등의 폭을 넓혔다.
연준이 2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예상보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졌지만, 이러한 공격적인 조치가 오히려 물가 안정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에 시장이 안도한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보잉(9.5%)과 은행주 등 경기민감주가 큰 폭으로 반등했고, 테슬라(5.5%)와 아마존(5.2%) 등 기술주도 급등세를 보였다.
연준은 이날 기준 금리 인상 규모를 공개하면서 "금리 목표 범위의 지속적인 증가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혀 계속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치솟는 물가로 지난 1981년 말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 미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28년 만에 최대폭의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드는 초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달에 이어 7월에도 같은 폭의 금리를 인상 가능성까지도 예고하면서 '물가 잡기' 총력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다.
앞서 연준은 올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제로 금리 시대에 종언을 고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22년 만의 최대폭인 0.5%포인트(빅 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빅스텝 직후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으면서 6∼7월에도 0.5%포인트씩의 금리 인상을 고려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하지만 기록적인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며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흔들리자 금리를 0.75%포인트 파격적으로 올리고 다음 달에도 같은 수준의 인상까지 예고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연준의 단호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올랐다. 1981년 12월 이후 40년 5개월 만에 가장 가팔랐다. 5월 CPI가 전망치를 웃돌자 당초 연준의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던 시장도 연준이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수정된 전망치를 잇달아 내놨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를 보면 올해 말 금리 수준을 3.4%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3월보다 1.5%포인트 오른 것이다. 점도표상 내년 말 금리 전망치는 3.8%로 종전보다 1.0%포인트 상향됐다. 연준은 9조 달러에 육박하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기존 계획대로 계속 진행하는 등 양적 긴축을 지속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연준은 지난달 FOMC 직후 대차대조표 축소를 이달 1일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준은 이날 정책성명에서 "최근 몇 달간 일자리 증가는 견고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인플레이션은 대유행, 높은 에너지 가격, 광범위한 물가 압박과 관련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반영해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엄청난 인명과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며, 이는 인플레이션에 추가적인 상승 압박을 가하고 글로벌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준다"면서 "중국의 코로나 관련 봉쇄도 공급망 차질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
연준은 "목표 달성을 방해할 수 있는 위험이 발생하면 통화정책의 입장을 적절히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연준 평가는 공중 보건, 노동 시장 상황, 인플레이션 압력 및 기대치, 재정 및 국제 현황 등 광범위한 정보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준의 0.75%포인트 금리 인상안은 0.5%포인트 인상을 주장한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제외하고 나머지 위원들이 찬성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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