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현대비앤지스틸 비롯 SK네트웍스·삼성중공업·흥국화재·DB하이텍 등에 투자유의 공시

코스피에 상장된 일부 우선주들이 상장 주식 수 부족 탓에 내달 상장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우선주는 유통되는 주식 수가 적은 탓에 주가 변동성도 크고 보통주 대비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배당 매력은 없어 상장 폐지 시 여기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된다.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27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23일 현대비앤지스틸을 비롯해 SK네트웍스·삼성중공업·흥국화재·DB하이텍 등 5개 기업에 대해 우선주 상장이 폐지될 수 있으니 투자에 유의하라고 공시했다.
◆반기말 상장주식 20만주 미만, 월평균 거래량 1만주 미달시 상장폐지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65조에 따르면, 반기말 기준 상장주식 수가 20만주가 안되거나 월 평균 거래량이 1만주 미만시 1년 간 관리 종목으로 지정한다. 이 과정을 거쳐 다음 해 반기말까지 이 상태가 회복되지 않으면 상장을 폐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경우 상장폐지 예고기간과 정리매매 기간 등의 절차를 거쳐 내달 중순에 상장이 최종 폐지된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폐지를 예고한 기업들의 상장된 주식수는 2개 반기 연속 20만주 미만이었다. 흥국화재해상보험2우선주(신형) 15만3600주, 현대비앤지스틸1우선주 10만9852주, 삼성중공업1우선주 11만4845주, SK네트웍스1우선주 11만3648주, DB하이텍1우선주 11만2316주였다. 올해 상반기까지 20만주 이상으로 상장주식을 늘리지 않는다면 해당 주식은 내달 3일부터 상장 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이밖에도 신영증권 우선주의 경우, 상장주식 수가 705만3763주로 20만주 이상 요건에 부합했다. 하지만 올해 1월 2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총 거래량이 4만6811주에 불과해 월 평균 거래량 1만주 사안에 못 미쳐 상장 폐지 리스트에 올랐다. 올해 말까지 월평균 거래량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면 신영증권 우선주 역시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문제는 해당 우선주들의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데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1일 주가가 별다른 이유 없이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22일 7%, 23일 10%씩 떨어졌다. 삼성중공업도 20일 주가가 14%이상 상승한 후 이틀간 연달아 7%씩 하락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지난 21일 주가가 19% 상승했다가 이튿날 10% 하락한데 이어 23일에도 주가가 8% 하락했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들의 경우 약간의 자금만 투자해도 주가는 쉽게 움직인다. 단연, ‘작전세력’의 표적이 될 위험이 크다.
특히,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을 갖고 있지 않다 보니 통상적으로 보통주에 비해 주가도 낮다. 하지만 배당금은 많다. 이번에 상장이 폐지되는 우선주들의 경우 이같은 상식에서도 벗어났다. 이들 5개 우선주들의 경우 DB하이텍을 제외하고 모두 보통주보다 가격이 높았다. 삼성중공업 우선주의 경우 지난 23일 기준 주가가 13만1000원으로, 보통주(6620원) 대비 무려 19배 가까이 높았다.
이들 우선주가 지닌 배당 매력도 크지 않았다. SK네트웍스우선주의 경우 지난해까지 연간 주당배당금이 145원이다. 물론, 보통주(120원)보다 많다. 하지만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시가배당률은 0%다. 2~3% 수준을 기록하는 보통주에 비해 크게 낮았다. 삼성중공업 우선주의 경우 보통주와 마찬가지로 9년째 배당이 없었다. 다른 우선주들도 보통주에 비해 시가배당률이 낮았다.
그동안, 상장 주식수가 미달된 기업들의 경우 액면분할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 수를 늘려 왔다. 이 경우, 상장은 유지됐다. 액면분할이란 기존 주식의 액면가격을 일정 비율로 분할해 발행주식의 총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액면분할을 위해선 우선주는 물론 보통주도 함께 액면분할 해야 한다. 액면분할을 하려면 주총에서 정관을 바꿔야 한다. 대부분 기업이 정관상 액면가액을 두고 보통주와 우선주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유상증자시 증자를 한 주식을 받아줄 투자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해당 우선주들의 경우 보통주의 가치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높다 보니 투자자 유치에도 실패하거나 증자에도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주식 수가 미달된 기업들의 경우 내달 3일~5일까지 상장 폐지 예고기간을 거치게 된다. 해당 기간 동안 주식 매매는 중단된다. 이후 6일부터 14일까지 정리매매 단계를 거쳐야 한다. 주주들에게 환금의 기회를 주기 위해선 7일 동안만 매매 거래를 허용한다. 이후 15일 상장폐지가 진행 된다.
물론 상장폐지가 됐다고 주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던 가격 그대로 유통이 될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비상장 거래소를 통하면 거래가 가능하다. 배당 역시 정상적으로 지급된다.
◆상장폐지로 투자자가 입을 피해 관련 배려 부족
증권가 일각에선 이번 상장 폐지로 투자자가 입을 피해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퇴출 조치는 이미 3년 전에 예고됐기 때문이다. 상장 폐지 전까지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하지 않아 손해를 보게 된 투자자의 경우 투자자 본인의 과실로 치부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당국의 보호예수 등 일반 투자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돌아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우선주 5개 종목의 퇴출 확정은 2020년 7월 2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상장주식수 20만주 미만, 월 평균 거래량 1만주 미만 종목에 대한 강제적 상장 폐지를 제도로 도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이 제도 도입 이후에도 추가 증자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결국, 거래소에서 거래가 되지 않을 경우 장외 거래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거래량이 급격히 줄게 된다. 일부 종목의 경우 배당 성향도 극히 낮아 상장 폐지 후 보유 가치는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이같은 서민들의 투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의무 매수 기간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에 기업의 의지가 반영됐다면 매수 의무를 지울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현대비앤지스틸과 SK네트웍스·삼성중공업·흥국화재·DB하이텍 등 5개 기업에 대해선 우선주 상장이 폐지된 경우 강제 상장 폐지에 해당 된다. 따라서 그 같은 매수 의무를 부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의 종목들을 거래소에서 퇴출 시키지 않는다면 당장은 조용할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한 잠재적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 소비자가 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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