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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자본시장의 꽃’ 애널리스트, 이제는 증권사 ‘계륵’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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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자본시장의 꽃’ 애널리스트, 이제는 증권사 ‘계륵’ 되나

IT산업 발달로 챗GPT나 AI가 대체해
감독 당국의 애널리스트 감독 강화
보고서의 신뢰성 저하
불공정 거래에 따른 도덕성 훼손
억대 연봉에 투자자들의 지지로 만인의 부러움을 샀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하지만, 요즘 증권가에선 애널리스트들이 사라지고 있다. 애널리스트의 대우나 권위도 예전만 못하다. 소신을 갖고 쓴 기업분석 보고서 마저도 회사 이익에 반한다면 회수된다. 최근에는 IT산업 발달로 챗GPT나 AI가 애널리스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투자자들도 애널리스트가 내놓는 정보보다 AI가 내놓는 정보를 더 신뢰하며 애널리스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사진=청년재단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억대 연봉에 투자자들의 지지로 만인의 부러움을 샀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하지만, 요즘 증권가에선 애널리스트들이 사라지고 있다. 애널리스트의 대우나 권위도 예전만 못하다. 소신을 갖고 쓴 기업분석 보고서 마저도 회사 이익에 반한다면 회수된다. 최근에는 IT산업 발달로 챗GPT나 AI가 애널리스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투자자들도 애널리스트가 내놓는 정보보다 AI가 내놓는 정보를 더 신뢰하며 애널리스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사진=청년재단블로그
억대 연봉에 투자자들의 지지로 만인의 부러움을 샀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하지만, 요즘 증권가에선 애널리스트들이 사라지고 있다.

애널리스트의 대우나 권위도 예전만 못하다. 소신을 갖고 쓴 기업분석 보고서마저도 회사 이익에 반한다면 회수 된다. 최근에는 IT산업 발달로 챗GPT나 AI가 애널리스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투자자들도 애널리스트가 내놓는 정보 보다 AI가 내놓는 정보를 더 신뢰하며 애널리스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실제,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한 애널리스트의 경우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주가에 대해 부정적 전망의 리포트를 내 놓았다가 한 시간도 안돼 리포트를 회수 당한 일도 있었다. 해당 애널리스트의 경우 '공모인수 증권사가 해당 기업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낼 수 없다'는 규정에 대해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감독 당국도 애널리스트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 같지 않다. 감독 당국은 애널리스트에 대해 더욱 철저히 관리·감독하겠다고 엄포한다. 애널리스트직을 유지하기에 과거와 달리 제약이 너무나 많다. 마음껏 의견을 내놓고 일하기가 쉽지 않다. 잘못하면 기업정보 유출이나 보안 사안 위반이란 지적마저 따른다.
이같은 악조건 등으로 최근 전직이나 전업을 생각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늘고 있다. 한때 '증권가의 꽃'으로 각광받던 애널리스트 직종이 어느새 증권사의 ‘계륵’으로 전락한 것이다.

4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애널리스트란 직업이 확실한 객관성이나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태생적 한계에 봉착했다.

대기업계 증권사 소속의 한 애널리스트의 경우, 보고서 작성시 그룹의 눈치를 살핀다. 그룹 차원에서 선택한 계열사가 기업이나 기관투자가에게 고수익을 낼 종목으로 보이도록 이 기업에 대한 좋은 정보 제공을 권할 경우, 해당 애널리스트가 얼마나 객관적이고 소신있는 의견을 낼지 장담할 수 없다. 대다수 애널들이 해당 기업에 대해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애널의 보고서를 철썩 같이 믿은 투자자들만 애널의 보고서대로 투자했다가 손실을 떠안게 된다.

투자자들의 불신은 여기에서부터 싹튼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 되면 어느새 증권가에선 해당 증권사는 물론 소속 애널리스트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지고 이들은 시장에서도 외면 받게 된다.

애널리스트의 존재 이유는 애널리스트를 철저히 믿고 그의 보고서대로 투자 하는 일반투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외면이 계속 된다면 결국, 애널리스트 스스로가 설 자리 마저 잃는다. 실제, 세계 굴지의 증권사인 메릴린치증권의 경우 애널의 잘못된 보고서 때문에 1억달러의 벌금을 부여받고 회사는 투자은행업무와 리서치업무 등으로 쪼개야만 했다.

최근, 금융소비자들은 똑똑해졌다. 과거처럼 여의도 증권전문가들의 보고서만 전적으로 믿고 신뢰하지는 않는다. 리서치 보고서도 이젠 객관성이나 신뢰성을 잃었다고 여긴다. 차라리 유튜브에 나오는 증권투자나 다양한 정보를 더 신뢰한다.

이의 심각성을 인식한 금융감독원이 전면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달 12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긴급 소집해 국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리서치센터장들에게 이의 개선을 주문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3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모아 놓은 자리에서 “리서치 보고서에 문제가 많다”며 “보고서에선 항상 주식을 사라고만 했지 팔라고 하는 경향이 적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매도 리포트를 늘리고 독립리서치를 제도화하자. 애널의 보고서도 유료화 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아직 뚜렷한 해결방안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 리서치센터에서 내놓는 보고서에 ‘매도 관련 리포트’가 거의 없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1만5300개의 리포트가 쏟아져 나왔지만 이중 ‘매수’의견이 절대다수(1만4444개)였다. 중립 의견(847개)이나 매도 의견(비중 축소 포함·9개)은 극소수였다. 금융투자협회까지 나서서 매도 리포트 발간에 적극 나서달라고 증권사들에 호소했다. 하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정작, 금융투자협회가 2015년 증권사별 투자의견 비율을 협회 홈페이지에 공시했지만 여기에서도 ‘매수의견’이 주를 이뤘다.

애널리스트들마저도 매도 리포트를 낼 경우 분석 기업으로부터 불이익을 받는다고 우려한다. 실제, 애널리스트가 매도 리포트를 내는 경우 해당 기업이 NDR(Non-deal round·기업이 애널리스트를 데리고 설명회를 도는 것)에 부르지 않거나 실사 방문도 거부했다. 뿐만 아니다. 개인 투자자들 역시 매도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에 대해 비난하고 질책한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매도가 현실적 대안이라 해도 의견 내놓기가 부담스럽다. 실제, 하나증권에서 에코프로관련 ‘비중 하향’의견을 내놓자, 투자자 반발이 이어졌다. 의견을 제시한 해당 애널은 금감원 조사까지 받았다.‘공매도 세력과 관련 있을 것’이란 의견에 투자자의 반발과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국내 증권시장에선 매도 리포트를 용인하지 않는다”고 본다. 2000개가 넘는 상장사 중 고작 100여개 기업을 커버하는 입장인데도 굳이 좋지 않은 기업을 언급해 투자자들의 불만을 살 필요까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매수 리포트 위주로 보고서를 양산할 수 밖에 없다. 매도 리포트를 덜 썼다고 리서치센터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됐다고도 보지 않는다.

매도 리포트 수요가 적은 데는 국내 증시의 산업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에선 해외에서처럼 숏(하락)에 베팅하는 펀드나 투자자가 드물다. 한국 증시의 ‘큰 손’이라 할 국민연금조차 ‘숏’ 투자는 물론 대차 거래조차 않는다. 이런 가운데 애널들도 매도 리포트에 소극적이다.

금융당국이 매도 리포트 확대 등 리서치센터를 향해 개선을 외치지만 시장은 여전히 냉랭하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독립리서치 제도화’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한다.

금융당국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증권업계는 ‘매도 리포트 증가’보다 ‘지적재산권 확보’가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매도 리포트가 많다. 하지만 외국계의 경우 기관에만 유료로 공개된다. 지적재산권의 개념도 확실해 애널리스트들도 리포트를 소신껏 내놓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때 증권가의 꽃이던 애널리스트가 지금은 구조조정 1순위 직업군으로 전락했다”며 “고비용 무수익 부서란 오명까지 받은데는 무분별한 무료 보고서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선 애널 보고서를 공공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데 ‘애널의 전망이 맞지 않는다’는 개인 투자자의 불신이 쌓인다면 이를 유료화 한들 누가 받아들이겠냐”고 지적했다.

최근들어, 애널리스트의 도덕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지난 6월 23일 증권사 애널리스트 1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남부지검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금감원 특사경이 남부지검의 지휘를 받아 증권사 직원의 부정거래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적발된 애널리스트 A씨는 지난 10년간 증권사 3곳에서 근무하면서 담당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는 등 영향력도 상당했었다. 그는 ‘매수 의견’이 담긴 자신의 리포트 공표 전에 차명의 증권계좌를 이용해 22개 종목을 먼저 매수했다가, 리포트 발표 후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매도했다. 무려,5억20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리포트를 자신의 부당이득 획득 도구로 이용한 행위는 자본시장의 신뢰를 저버린 심각한 범죄다”며 “향후에도 금감원 특사경이 자본시장의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동일한 유형의 애널리스트 관련 불공정거래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데 증권사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불공정거래 예방을 위해 조사분석자료 심의·공표 절차 개선 등 내부통제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