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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기부진과 부동산 리스크에 지친 ’중학개미‘ 투자금 엑소더스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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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기부진과 부동산 리스크에 지친 ’중학개미‘ 투자금 엑소더스 나서

최근 한 달 펀드설정액만 3244억원 줄어· 6개월내 만기 도래 물량만 4조670억원 달해 손실 예상

중국 증시가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반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해 연초 주가로 되돌아갔다. 실물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한 가운데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책도 기대에 못미치면서 상승 동력 마저 잃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증시가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반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해 연초 주가로 되돌아갔다. 실물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한 가운데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책도 기대에 못미치면서 상승 동력 마저 잃었다. 사진=뉴시스
최근 중국 경기 부진에 부동산 리스크가 연달아 터지자 ‘중국판 리먼사태’ 불안감에 휩싸인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펀드 등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연초부터 중국의 리오프닝(경기재개) 효과를 기대해 저가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됐지만 부진한 수익률과 증시 악화 전망으로 지난달부터 중학개미(중국과 홍콩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에 나선 모양새다.

2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중국 관련 펀드 설정액만 6조4855억원이다. 최근 한 달(7월 18일~8월 18일) 동안 3244억원이나 줄었다. 올 초부터 중국의 리오프닝(경기 재개) 기대감에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중순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감소세가 빨라지면서 지난 3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운용규모가 가장 큰 ‘TIGER 차이나항셍테크 ETF’의 경우 한 달간 1430억원이나 빠졌다. ‘KODEX 차이나 항셍테크 ETF’(-260억원), ‘KODEX 차이나H레버리지 ETF(파생형)(H)’(-220억원), ‘KODEX 차이나 항셍테크 ETF’(-280억원), ‘ACE 중국본토 CSI300 ETF’(-108억원) 등도 자금 감소가 두드러졌다.

한 달 동안 중국 펀드 평균 수익률도 -2.61%로 부진했다. ‘TIGER 차이나항셍테크’와 ‘KODEX 차이나 항셍테크’ 등 홍콩 증시 상장 기술주에 투자하는 ETF의 경우 3%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중국 본토주로 구성된 ‘KODEX 차이나H레버리지’는 –10.32%로 손실이 컸다.
중국 증시도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반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해 연초 주가로 되돌아갔다. 실물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한 가운데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책도 기대에 못미치면서 상승 동력 마저 잃었다.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등 경제지표는 악화되고 컨트리가든 등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도 커지자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상해종합주가지수에 상장된 본토주에 직접 투자하는 중학개미들도 한 달동안 1142만달러 정도 팔았다.

증권가에선 중국 부동산 위기가 해소되기 전까진 증시의 추가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다면 부동산 디폴트 리스크는 계속 될 것이다”며 “실물경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지 못하면 중국 경기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번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진 ‘리먼 브라더스 사태’ 같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먼 사태와 달리 중국의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은 매우 적다”며 “금융기관의 손실 익스포저도 제한적이어서 신용위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의 금리 인하는 이미 재개됐으며 정부의 개입 의지도 7월 정치국회의에서 확인됐다. 다만, 시차를 두고 맞춤형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다”며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도 중국 투자자들이 정책 효과를 기대하면서 이익이 개선될 섹터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화권 증시가 이미 많은 악재를 반영해 바닥권을 형성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낮아진 경기 기대감과 중국 정부의 정책 부양 의지가 지수 하단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 정부의 추가 부양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경험들이 다수 있다 보니 중국정부가 추가 부양을 한다고 해도 빠르고 탄력적인 경기 반등을 기대해 자금을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것만큼은 지양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부동산발 위기를 겪으며 중화권 증시에 손을 뻗은 국내 투자자들의 경우 손실 위험만 커지고 있다. 당장, 홍콩에 상장된 중국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중 향후 6개월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만 4조670억원 이다.

ELS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가격 흐름과 연계해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대개 만기는 3년이며 6개월마다 최초 기준가격 대비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향후 6개월 내 만기가 돌아오는 ELS의 경우 대부분이 2020년 8월∼2021년 2월 설정된 것이다. 당시와 비교해 최근 홍콩H지수가 급락한 점을 고려한다면 중학 개미들의 투자 손실 가능성이 크다.

이날 14시 14분 현재 홍콩H지수는 6036.80이다. 이는 3년전(1만425.42) 대비 42.10% 급락한 것이다. 12,000선을 웃돈 2021년 초의 반토막 수준이다. 홍콩H지수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최근 해당 지수를 기초로 한 ELS의 조기상환도 연달아 지연되고 있다.

특히,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수준(기준가의 40% 등) 아래로 한 번이라도 내려가면 만기 때 원금의 최대 100%까지 손실이 발생하는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 조건을 설정한 ELS도 많다.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ELS는 2021년 1∼2월에 발행한 물량이다. 당시 발행 기준가가 매우 높아 최근 조기상환에 계속 실패했다"며 "이들의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초에는 대거 원금 손실이 발행하면서 시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