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억 2200만달러 7개월간 보유액 30% 줄여
中, 증시부양책 시행 불구 시장 반응은 냉랭 '역부족'
중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9월에도 국내외 투자자들의 ‘차이나 엑소더스(대탈출)’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中, 증시부양책 시행 불구 시장 반응은 냉랭 '역부족'
중국 정부가 주식 거래 인지세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등 증시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중국 당국의 채찍질이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 차이나 엑소더스를 막기에 역부족이란 관측이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중화권 주식은 지난달 31억2197만 달러(약 4조1163억 원)였다. 이는 올해 1월(44억2278만 달러) 대비 29.4%나 줄어든 수치다. 중화권 주식 보유액이 사상 최대치였던 2021년 2월(73억296만 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의 수준이다.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선 ‘차이나 엑소더스(대탈출)’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중화권(중국·홍콩)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이른바 중학개미들 역시 최근 7개월 새 보유액을 30% 가까이나 줄였다.
특히, 지난달 중국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엑소더스도 활발했다. 중국 정부가 주식 거래 인지세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등 증시 부양책을 내놨다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여전히 중국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다 보니 이를 잠재울 묘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실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내 외국인투자자들이 8월 한 달동안 900억 위안(약 16조3251억 원) 에 달하는 중국 주식을 팔았다고 보도했다. 2014년 11월 ‘후강퉁’(중국-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 실시 후 월간 기준으로도 가장 많은 순매도액이다.
국내외 투자자는 올 초 만해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해 기대감을 가졌다. 이에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증시 비중을 늘려왔다. 하지만 중국의 내수 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가 최근엔 중국내 1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까지 불거져 중화권 주식에 대한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됐다. 결국, 중화권 주식에 대해 매도세가 활발해지도록 만들었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 역시 시장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이에 실망한 투자자들의 중국시장 이탈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5개월 연속 50을 밑돌기도 했다. 중국의 경기 위축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중국의 7월 수출은 전년 대비 14.5% 줄었다. 7월 소비자·생산자 물가도 1년 전보다 각각 0.3%, 4.4%씩 줄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
해외 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 되면서 중국 정부도 나섰다. 지난달 28일에는 주식거래 인지세를 0.1%에서 0.05%로 인하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중국이 주식거래 인지세를 내린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그만큼 중국 정부로선 파격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조치가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으로 전반적인 침체 기조를 뒤집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중화권에서 이탈하는 자금이 오히려 한국 등 인접 국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국 증시가 중국에 비해 개방성이나 투명성이 높다보니 단기적인 대안처로 적합하다고 본다. 실제 지난달 21일 이후 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서 순매수한 금액만 1조567억 원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부동산 위기가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조정받을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제대로 된 경제 처방을 내놓지 못할 경우 결국 한국이나 일본 등 인접국가로의 자금 이탈은 9월에도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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