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공단은 지난달 한국앤컴퍼니 조현범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빚어진 MBK파트너스의 지배구조 변경 시도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했지만 포스코홀딩스에 대해서는 3월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포스코홀딩스의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의 김태현 이사장은 구랍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스코 회장 선임은 KT 사례와 같이 내·외부인에게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면서 “KT 사례와 비교하면 현재의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국민연금공단의 최고 책임자로서 포스코홀딩스의 지배구조를 KT와 같이 바꾸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보여 증권가뿐만 아니라 철강업계와 이차전지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다. KT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KT 구현모 당시 대표이사의 연임을 좌절시켰고 이사회는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물갈이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김 이사장이 직접 나서서 포스코홀딩스의 지배구조에 대해 KT와 같은 사례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최정우 회장의 3연임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22년 12월 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를 차기 대표로 결정하자 즉각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후 구 대표와 가까운 윤경림 당시 KT 사장이 대표로 추천됐지만 윤 대표 역시 낙마한 바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홀딩스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가운데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가 기존에 발표한 계획대로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국민연금공단과의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 김태현 이사장 인터뷰 바로 다음 날 보도자료를 내고 김 이사장의 포스코홀딩스 차기 회장 선임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부족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CEO후보추천위원회가 김태현 이사장에 반박하는 보도자료 배포한 시점이 새벽 1시 15분 전후로 알려져 CEO후보추천위원회가 국민연금공단의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고 국민연금공단 측과도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보도자료 배포 당일 제3차 회의를 연 뒤 "투명하고 공정하게 차기 회장 심사 절차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며 "현 회장 지원 여부에 전혀 관계없이 오직 포스코의 미래와 주주 이익을 위해 누구에게도 편향 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신 지배구조 규정에 정한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차기 회장 심사 절차를 진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국민연금공단에 정면으로 맞선 셈이다.

이에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21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여 CEO후보추천위원회 운영을 의결하고 올해 3월의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할 회장 인선 절차에 착수했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 전원으로 구성됐고 박희재 이사회 의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는 김준기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성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 공동대표, 김성진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박희재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비상임 이사장, 권태균 전 조달청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으론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홀딩스의 지배구조를 'KT와 같이' 바꾸려는 시도는 KT 지배구조를 개편했던 당시와는 다를 것이란 시각도 있다.
KT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 외에도 현대차그룹, 신한은행 등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 투자자들이 있었지만 포스코홀딩스는 국민연금 외 5%를 넘긴 기관 투자자가 없다는 점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대결에서 훨씬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9월 말 갖고 있던 포스코홀딩스의 지분이 7.25%(613만5482주)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지난해 11월 9일에는 지분 6.71%(567만3187주)로 낮아졌다. 그동안 지분 0.54%(46만2295주)를 매도했다,
국민연금공단은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의 3연임에 반기를 들고 KT와 같이 지배구조를 바꾸려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의 낮은 지분율과 국민연금공단과 시각을 달리하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감안하면 국민연금공단의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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