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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배구조의 갈길]⑤ 연금사회주의 논란 벗어난 국민연금의 기업 지배구조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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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배구조의 갈길]⑤ 연금사회주의 논란 벗어난 국민연금의 기업 지배구조 개입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KT 구현모 회장의 연임을 좌절시킨데 이어 올해에는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의 3연임을 무산시키며 기업지배구조 개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국민연금공단이미지 확대보기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KT 구현모 회장의 연임을 좌절시킨데 이어 올해에는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의 3연임을 무산시키며 기업지배구조 개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KT의 지배구조에 개입한데 이어 올해에도 POSCO홀딩스(포스코홀딩스) 지배구조 개입에 적극 나서면서 국민연금공단의 기업지배구조 개입과 관련한 규정과 지침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3일 CEO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원서를 낸 내부 후보를 대상으로 1차 심사를 해서 후보 8명을 선정했다. 선정된 후보군에는 3연임을 노리던 최정우 회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최 회장이 3연임을 포기한 데는 국민연금공단의 노골적인 포스코홀딩스 지배구조에 개입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포스코홀딩스에 대한 지배구조 압박은 국민연금공단의 최고 수장인 김태현 이사장이 앞장서서 주도했다. 김 이사장이 포스코홀딩스 압박의 최전방에 나선 것은 국민연금공단 내 기업지배구조 개입 시 이를 담당하는 조직이나 지침이 없기 때문에 앞장서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스코 회장 선임은 KT 사례와 같이 내·외부인에게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면서 “KT 사례와 비교하면 현재의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포스코홀딩스의 지배구조를 KT와 같이 바꾸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민연금공단의 수장인 이사장이 기업지배구조 개입을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최정우 회장이 3연임을 포기한 것도 김 이사장이 직접 나서서 포스코홀딩스의 지배구조 변경 의지를 분명히 표명한데 대해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정우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취임해 2022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 해외순방이나 경제계 신년행사 등에 초대받지 못해 윤석열 정부의 눈밖에 났다는 얘기도 허다했다.

국민연금공단은 문재인 정부 시절 기업의 지배구조에 개입하려 할 때에는 재계로부터 연금사회주의라며 집중포화를 받은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연금사회주의라고 비난하며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전경련은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안 결과에 대한 입장’ 제하의 성명에서 “조양호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안 부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특히 국민연금이 이번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민연금을 겨냥했다.

전경련은 대한항공의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연임안이 국민연금공단의 반대로 부결된 데 대해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고 힐난했다.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던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이 국민연금공단의 연금사회주의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 하루 전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벨기에 국왕 환영 만찬에 참석했으나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청와대 행사에서 ‘패싱’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허창수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그동안 청와대의 초청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전경련의 후신이라 할 수 있는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은 KT와 포스코홀딩스의 최고경영자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사퇴 압력 등 노골적인 지배구조 개입에도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윤석열 정부로 바뀌면서 국민연금공단의 기업지배구조 개입에 대한 강도가 훨씬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한경협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국민연금공단이 자연스레 사학연금주의 논란에서 벗어나 기업지배구조에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주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을 마련해 적극적 의결권 행사 근거를 마련했지만 수탁자책임 활동이 일부 기업을 타깃으로 이뤄질 경우 낙하산 인사나 전 정부 출신 최고경영자에 대한 보복이라는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 3연임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의 수장인 김태현 이사장이 직접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포스코홀딩스 지배구조에 개입했다는 것도 국민연금공단의 공식적인 채널이 아닌 이사장 채널이라는 점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경협이 국민연금공단의 기업지배구조 개입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고 사학연금주의 논란에서 벗어난 국민연금공단은 이제 기업 최고경영자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은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을 마련해 놓고도 수년째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대표소송 등에는 나서지 않고 있지만 기업지배구조에는 개입을 강화하려는 모습이어서 향후 적지 않은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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