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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배구조의 갈길]⑧ 물적분할이나 인적분할, 어느쪽이든 지배주주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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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배구조의 갈길]⑧ 물적분할이나 인적분할, 어느쪽이든 지배주주에 유리

한국거래소는 물적분할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물적분할로 설립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기업이 상장에 나설 때는 추가적인 정성적 평가를 하게 된다. 사진=한국거래소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거래소는 물적분할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물적분할로 설립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기업이 상장에 나설 때는 추가적인 정성적 평가를 하게 된다. 사진=한국거래소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에서 시급히 개선될 과제 중의 하나는 일반주주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기업을 분할한 후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면 상장하거나 일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매각자금으로 또다시 오너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태라 할 수 있다.

기업분할은 회사의 특정사업 부문을 독립적으로 분리하면서 자본과 부채까지 나누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IMF 경제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을 쉽게 진행하기 위해 1998년 상법이 개정됨으로써 본격 허용됐다.

기업분할은 크게 물적분할과 인적분할로 나눠진다.

물적분할의 경우 분할회사(기존회사)가 새로 만들어진 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게 된다. 기존회사는 물적분할을 통해 분할된 기업의 주식과 경영권을 모두 갖게 된다. 따라서 기존회사의 주주들은 분할기업의 주식을 단 1주도 갖지 못한다.
인적분할은 분할회사(기존회사)의 주주들에게 일정 비율대로 분할된 기업의 주식을 나눠준다. 인적분할 시에는 주주들에게 지분별로 나눠줬기 때문에 곧바로 주식시장 상장이 가능하다.

기업분할 시 지배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분할은 물적분할이다. 분할된 주식의 100%를 기존회사가 갖기 때문에 기존회사의 지배주주가 실질적으로 분할된 기업의 주식과 경영권을 임의대로 처분할 수도 있다.

LG화학은 지난 2020년 12월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해 주식 100%를 가져갔고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계기로 국내 증시에서 모회사와 자회사 중복 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져갔다.

물적분할은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일반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물적분할 기업의 중복 상장에 대한 규제가 대선 공약으로까지 이어졌다.

정부는 뒤늦게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내놓으며 기업의 물적분할과 물적분할로 설립된 기업의 상장에 대한 규제에 들어갔다.

정부는 기업의 물적분할 과정에서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액주주들이 원치 않는 물적분할로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도록 했다.

이와 함께 물적분할로 설립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기업이 상장에 나설 때는 한국거래소에서 추가적인 정성적 평가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의 물적분할에 대한 상장 규제가 5년에 불과해 그 후에 상장하게 되면 기존기업의 일반주주들은 이중상장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지배주주의 의중에 맞춰 기업을 분할해 오너가의 이익을 위한 기업분할이 되지 않도록 기존회사가 물적분할 회사의 지분을 계속해서 100% 갖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존회사가 물적분할 기업의 지분 100%를 갖게 되면 기존기업의 이중상장 피해가 원천 봉쇄되고 나아가 일감몰아주기 등의 논란에서도 피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에 비해 일반주주들의 주주가치 훼손이 덜하지만 오너가에 유리한 기업분할이 될 수 있다.

인적분할은 기업 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의 마법’으로 인해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자사주를 갖고 있는 지배주주들이 선호하고 있다.

자사주의 마법은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기존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을 말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 뒤 지주회사는 자사주 몫만큼 신설되는 회사의 주식을 배정받아 의결권이 부활된다.

지배주주 입장에선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일반주주의 지분가치는 그만큼 희석될 수 있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취득할 때에는 지배주주의 비용이 아니라 배당가능이익을 바탕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인적분할을 통해 자사주의 마법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의 이해상충과 대리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일반주주들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즉각 소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우리나라의 지배구조는 곳곳에서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일반주주들의 힘은 미약한 실정이다.

낙후된 한국 지배구조로 인해 주식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늪에 빠져 나오지 못할 지경에 이르기 전에 드러나는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 금융당국, 재계, 투자자, 그리고 정치권까지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