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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균열' 유가 하락, 물가 부담 완화 VS 공급발 증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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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균열' 유가 하락, 물가 부담 완화 VS 공급발 증시 충격

양적완화 이후 증시-원유 상관관계 높아져

OPEC(플러스 포함) 감산 합의 실패로 사우디가 점유율 회복을 위한 증산에 나선 시기는 과거 2차례 있었다. 2014년 이후 은행들이 에너지부문에 대거 자금을 지원하면서 증시와 원유 상관관계는 이전과 달리 더욱 높아졌다. 이번 OPEC+ 감산 합의 실패로 사우디가 증산(유가 하락)을 택할 경우 과거와 다르게 증시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간과하기 어렵다. 사진=상상인증권이미지 확대보기
OPEC(플러스 포함) 감산 합의 실패로 사우디가 점유율 회복을 위한 증산에 나선 시기는 과거 2차례 있었다. 2014년 이후 은행들이 에너지부문에 대거 자금을 지원하면서 증시와 원유 상관관계는 이전과 달리 더욱 높아졌다. 이번 OPEC+ 감산 합의 실패로 사우디가 증산(유가 하락)을 택할 경우 과거와 다르게 증시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간과하기 어렵다. 사진=상상인증권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 가격을 인하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했다는 얘기기가 나온다. 물가 안정이 기대되는 요인이지만 미국 셰일에너지 업계를 고려하면 역대급 원유 생산량을 자랑하는 미국이 난처해질 수 있다. 에너지 섹터에 대거 자금이 몰린 만큼 금융주를 중심으로 한 증시 충격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는 전일대비 4.1% 급락한 배럴당 70.77달러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아람코가 아시아 수출 가격을 배럴당 2달러, 여타 지역은 1.5~2달러를 인하한 영향이다.
그간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을 주도해 유가를 부양해 왔으나 그 기조가 바뀐 것이다. 정확히는 물량 조절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정책에서 정반대로 돌아선 셈이다. 즉, 가격을 낮춰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OPEC+ 공조가 부재한 상황에서 사우디는 홀로 감산을 통해 유가를 부양했다. OPEC+의 균열 조짐은 작년 12월 앙골라의 OPEC+ 탈퇴 발표로 현실화되고 있으며 사우디 또한 이에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OPEC+ 균열에는 미국의 영향도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내 일일 원유생산량은 1326만 배럴로 역대 최고치다. 기존 예상치인 1251만 배럴 대비 75만 배럴이 더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110만 배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압도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원유 공급 우위 환경이 조성되면서 유가는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변수는 중국의 수요지만 위태한 중국 경제 상황에서 원유 공급을 흡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장은 유가 하락 시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유가, 고금리 부담이 줄어들면 증시에 긍정적이라 할 수 있지만 경기 침체 등 수요 축소가 동반된다면 증시에도 부정적이다.

과거 OPEC 또는 OPEC+ 감산 합의 실패 이후 사우디가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시기는 오일쇼크 직후와 2014년 셰일오일 개발 붐을 이룬 시기다. 두 시기 모두 유가는 폭락했고 이후 증시는 부침은 있었지만 결국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상 증시와 유가는 반비례 관계로 알려져 있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상관관계는 높아졌다. 특히 2014년 유가 폭락 이후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과 유가는 더욱 긴밀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 배경에는 금융주가 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국제 주요 은행들은 에너지부문에 거대자금을 지원했으며 금융주는 S&P500 시가총액에서 16% 수준을 차지하고 있었다. 유가 등락이 금융주의 방향성을 결정했고 증시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중앙은행으로부터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했지만 고금리 시대가 되면서 차익을 올리기 어려워진 것이다. 유가가 급락하면 금융주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다.

한 증권사 자기매매(PI) 담당자는 “사우디의 원유 가격 인하는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국 셰일에너지 기업에 대한 견제 등이 담겨있다”며 “유가가 하락하면 셰일에너지 기업들은 산유국 대비 버티기 힘들어지고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시장이 인플레이션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유가 하락을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단편적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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