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는 전일대비 4.1% 급락한 배럴당 70.77달러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아람코가 아시아 수출 가격을 배럴당 2달러, 여타 지역은 1.5~2달러를 인하한 영향이다.
지난해 OPEC+ 공조가 부재한 상황에서 사우디는 홀로 감산을 통해 유가를 부양했다. OPEC+의 균열 조짐은 작년 12월 앙골라의 OPEC+ 탈퇴 발표로 현실화되고 있으며 사우디 또한 이에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유 공급 우위 환경이 조성되면서 유가는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변수는 중국의 수요지만 위태한 중국 경제 상황에서 원유 공급을 흡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장은 유가 하락 시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유가, 고금리 부담이 줄어들면 증시에 긍정적이라 할 수 있지만 경기 침체 등 수요 축소가 동반된다면 증시에도 부정적이다.
과거 OPEC 또는 OPEC+ 감산 합의 실패 이후 사우디가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시기는 오일쇼크 직후와 2014년 셰일오일 개발 붐을 이룬 시기다. 두 시기 모두 유가는 폭락했고 이후 증시는 부침은 있었지만 결국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상 증시와 유가는 반비례 관계로 알려져 있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상관관계는 높아졌다. 특히 2014년 유가 폭락 이후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과 유가는 더욱 긴밀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 배경에는 금융주가 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국제 주요 은행들은 에너지부문에 거대자금을 지원했으며 금융주는 S&P500 시가총액에서 16% 수준을 차지하고 있었다. 유가 등락이 금융주의 방향성을 결정했고 증시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중앙은행으로부터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했지만 고금리 시대가 되면서 차익을 올리기 어려워진 것이다. 유가가 급락하면 금융주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다.
한 증권사 자기매매(PI) 담당자는 “사우디의 원유 가격 인하는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국 셰일에너지 기업에 대한 견제 등이 담겨있다”며 “유가가 하락하면 셰일에너지 기업들은 산유국 대비 버티기 힘들어지고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시장이 인플레이션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유가 하락을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단편적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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