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에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10개월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그간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시장을 이끌어온 만큼 향후 방향성에 대해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과 매도는 투자자 등 외부자 입장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내부 정보 접근이 어려운 만큼 중요한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특히 국내보다 미국에서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엔비디아 임원의 자사주 매도 사례는 작년(2023년 9월, 12월)에도 있었다. 당시에도 주가는 주춤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는 재차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엔비디아에 대한 고평가 논란은 지속돼 왔고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난 만큼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편, AI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기준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긴축정책을 펼친 후 이뤄졌다. 시장에 불안감이 팽배한 시점에 투자자들은 보다 확실한 투자처를 원했고 그 대상이 AI였다.
이는 시장 유동성이 점차 축소되는 국면에서 이뤄진 것이다. 유동성 대비 과도한 자금이 AI 산업에 집중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엔비디아에 많은 자금이 몰리면서 그 부담도 상당하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저유동성 국면에서 AI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며 "수급 측면에서는 AI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여타 주식을 매도하는 일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펀더멘탈보다 과도하게 저평가 받는 주식들이 등장한 상황에서 향후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는 가치주들에 대한 관심이 몰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오는 6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동성이 확대되고 경제 전반 펀더멘탈이 회복된다면 AI 산업의 독주가 아닌 여타 산업에도 많은 자금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은 이미 일본 증시에서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일본 증시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한 배경에는 정부 주도의 주주환원 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도 개선됐다.
2023년 이후 나스닥 지수를 제외하면 일본 토픽스 지수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종목별 상승률로 보면 디스코, 어드벤테스트, 도쿄일렉트론 등 반도체 관련주가 가장 높게 올랐으며 뒤이어 미츠비시 상사, 미츠비시 중공업, 토요타 자동차, 신에츠화학공업 순으로 크게 상승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상승한 미국 증시와 달리 일본 증시는 가치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가치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AI 산업에 몰린 자금들이 빠져나와 저평가 종목들로 향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AI 관련주에서 자금이 빠져나오면 국내 증시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어 상승할 수 있다"면서도 "일본과 비교할 때 정부와 통화당국의 정책이 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대보다 증시 랠리는 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국내 기업 중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이나 서비스가 없다는 점에서 단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만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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