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를 낮추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수수료 인하로 맞불을 놨다. 두 운용사는 시장점유율 기준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전과 비교해 그 격차가 많이 좁혀진 상태다.
이러한 상품은 수수료 인하 외에는 경쟁력을 갖출 요인이 크지 않다. 수수료 인하를 통해 많은 투자자들이 몰릴수록 해당 운용사 상품 전반 홍보 효과가 기대된다. 큰 틀에서 보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은 셈이다.
그만큼 운용사의 투자철학이 상당히 중요한 시기다. 지난 1년간 국내 시장에 상장된 ETF의 수익률 기준 1위와 3위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146.13%),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84.53%)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이 차지했으며 2위는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KODEX 미국반도체MV'(85.03%)가 랭크됐다.
4위를 기록한 상품은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80.31%)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담당하고 있다.
이 상품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TOP4'(TSMC, 엔비디아, ASML, 삼성전자) 비중이 80% 달한다. 이외에 'PLUS' 기업으로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퀄컴 등 여타 반도체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KODEX 미국반도체MV'와 비교해보면 반도체 공정 부문을 기준으로 각 부문에서 선두주자들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반도체 ETF'지만 '공정'을 기준으로 기업을 선별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여기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투자철학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투자철학은 '장기투자를 위한 저비용·위험조정수익률 극대화'다.
위험조정수익률이란 위험수준을 고려한 수익률을 뜻한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로우리스크 로우리턴' 등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위험과 수익률은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운용업계의 목표는 위험을 최대한 낮추고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장기투자 지향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지난 1년간 수익률 하위를 기록한 ETF의 대부분은 중국과 연관돼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중국 관련 ETF(ACE 중국과창판STAR50)를 내놨지만 손실률은 27.43%로 경쟁사 중국 관련 ETF(30~40%대 손실) 대비 낮은 편이다.
가장 독특한 상품을 꼽자면 'ACE 미국WideMoat가치주'다. 이 ETF는 'Morningstar Wide Moat Focus Price Return Index'를 기초지수로 하는 상품이다. 상품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들이 포함돼 있으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투자철학에 가장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ACE 미국WideMoat가치주'의 지난 1년간 수익률은 24.33%로 전체 690개 ETF 중 110위를 기록했다. 여타 선두 ETF와 비교해 수익률이 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편입 미중이 적거나 아예 편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애플과 엔비디아는 이 ETF에 편입돼 있지 않다.
편입요건은 우선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이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 해자 기업이라해도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면 투자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편입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렇다보니 이 ETF의 변동성은 극히 낮은 편이다. 증시가 부진할 때 방어능력이 탁월하다는 의미다.
'ACE 미국WideMoat가치주'는 지난 2022년 11월 15일 상장됐다. 이후 현재까지 누적수익률은 124.85%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는 48.13%를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모든 운용사들이 위험 대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면서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는 테마 등 시장 트렌드를 생각하면서도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런 버핏 투자원칙 중 첫 번째가 '돈을 잃지 말라'는 것이며 두 번째는 '첫 번째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초장기 투자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가져가지는 여부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