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엔비디아는 6.62% 폭락한 117.99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TSMC와 ASML은 각각 7.98%, 12.74% 급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기술이 조금이라도 포함된 외국산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엔비디아, ASML 등 미국 기술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은 미국의 기존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2023 회계연도 19%에서 2024 회계연도 14%로 감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도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트럼프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미국에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며 "미국은 대만을 보호해주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대만이 미국 칩 산업의 "약 100%"를 차지한다고 말해 대만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기업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트럼프의 발언으로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주가는 7% 이상 급락했다.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많은 반도체 기업들이 TSMC에 칩 생산을 맡기고 있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TSMC의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반면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스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자국 생산 독려 정책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반도체 주가 폭락은 최근 투자자들이 대형 기술주에서 중소형주로 관심을 돌리는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가 강화될 경우 엔비디아, TSMC, ASML 등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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