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증시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후 회복세가 둔화하면서 횡보하던 증시가 한 달 만에 또다시 큰 폭으로 내리면서 약세장 진입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45%, 8.02% 하락하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가 지난달 5일 8.77% 하락한 이후 이날 최대 낙폭을 기록하자 증시가 추세적인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달 5일 2441.55까지 폭락한 코스피는 이후 반등세를 이어가며 지난달 22일에는 2707.67까지 오르기도 하면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로는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2600 후반 박스권에 갇힌 양상이 지루하게 이어진 끝에 이날 다시 급락세를 보인 것이다.
증시에서는 주도주인 반도체주가 부진한 가운데 전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마저 급락한 것을 볼 때 앞으로도 반등의 동력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월 11일 장중 8만88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9만 전자'를 눈앞에 뒀던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6만9800원을 기록하며 한때 '7만 전자'가 무너졌다. 지난달 5일 폭락장에서도 삼성전자 최저가는 7만200원이었다.
지난 7월 11일 장중 24만8500원으로 '25만 닉스'를 바라보던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최저가 15만2900원까지 내려 고점 대비 하락률이 무려 38.5%에 달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우려와 미국 주식시장의 대형주 집중도 하락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수익률이 둔화했다"며 "문제 해결을 당장 기대하기보다는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시의 수급 여건도 최근 들어 급격히 악화하는 모습이다.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인 22조9000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 투자자는 하반기 들어 매도세를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은 7월 1조7150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매수세가 꺾이기 시작한 데 이어 8월에는 2조8004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지난달 '블랙먼데이' 이후 코스피에서 2조400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위험자산을 줄이면서 코스피가 대형주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비우호적인 대외적 환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3.2%에서 3.1%로 낮췄고, 중국 추정치도 5.0%에서 4.8%로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지난달 폭락장의 배경 중 하나였던 엔화 절상 리스크도 다시금 커지고 있다.
이처럼 변동성이 커진 액티브 장세에서 중소형주가 방어선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마저 국내 내수 부진을 고려하면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단기 방향성 탐색 구간이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변동성 레벨도 재차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내수 지표를 볼 때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하기에도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전통적으로 약세였던 8, 9월의 계절적 영향과 중기적으로는 11월 미국 대선의 영향으로 이처럼 불안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팩트셋 리서치가 최근 10년간 S&P500지수의 월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9월은 평균 2.3% 손실을 기록하며 연중 실적이 가장 낮았다.
간밤 뉴욕 증시가 제조업 지수의 부진에 하락했지만, 5일 ADP 고용과 6일 고용보고서 등 고용지표에 따른 추가적 위험 요소도 상존하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 건설투자의 둔화 흐름을 언급하며 "낙폭이 점점 과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첫 번째 분기점으로는 11월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추가적 모멘텀을 만들지, 미 대선이 끝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지에 따라 시장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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