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55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반도체 지수'는 지난달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해 하반기 들어 증발한 반도체주 시가총액은 242조원이 넘는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 지수'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2.53%(70.19포인트) 오른 2844.45에 거래를 마감했지만, 지난달에는 16.01% 내려 업종별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11월 중 종목별로는 삼성전자(-9.46%)를 비롯해 SK하이닉스(-11.49%), 한미반도체(-18.59%), 리노공업(-13.86%), HPSP(-15.45%) 등 상위 종목이 크게 내렸다.
반도체 업종 하락은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코스피 상위 1, 2위에 자리 잡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 반도체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7월 1일~12월 3일) 'KRX 반도체 지수'에 속하는 국내 대표 반도체주 55곳의 합산 시가총액은 720조3178억원에서 479조951억원으로 33.48% 감소했다. 지수가 하락 전환한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에 241조2226억원 증발했다.
개별 종목으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이 기간 488조3282억원에서 319조9803억원으로 약 168조원 급감하며 압도적인 감소 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71조4445억원에서 120조476억원으로 51조3969억원 감소했으며, 이외에도 한미반도체(-9조3301억원), 리노공업(-1조1767억원), HPSP(-1조681억원) 등 국내 대표 반도체주 시가총액이 대부분 감소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꼽았다.
노 연구원은 "이달 9월부터 D램과 낸드의 가격이 급격하게 꺾이면서 메모리 과잉 재고 우려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또 하나의 축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 우려인데 반도체의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트럼프의 추가적인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12월에도 반도체 업종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1분기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재고 조정을 마치고 엔비디아의 B300 공급이 본격화되는 내년 2분기께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주가의 부담 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주가 반등을 논하긴 이르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 2024년 12월 IT 산업에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진 지속과 올해 4분기 말부터 시작된 B2C에서 재고 조정을 감안하면 최비수기는 내년 1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메모리 업종의 변곡점이 내년 2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비중이 줄어도 코스피는 살아난 경우가 있어 일각에서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으므로 삼성전자의 하락이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반도체 주도력 약화 이후 반도체 하락이 제어될 경우 코스피 상승세는 가능하다"면서 "반도체 시총 비중 하락이 다른 업종의 시총 비중 상승을 야기함에 따라 시장 영향력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2021년 3월부터 6월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2.18% 하락하며 시총이 499조원에서 481조원으로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코스피 비중도 23.7%에서 20.8%로 2.9%p 떨어졌다. 반면 코스피는 같은 기간 3000선에서 출발해 3300대에 육박하며 9.42% 상승했고, 전체 시총도 2098조원에서 2305조원으로 늘었다. 삼성전자의 빈자리를 금융과 철강 등 섹터가 대신하며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바 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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