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을 비롯한 주요국 주가지수가 올해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인 것과 달리 국내 증시는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지 못했다.
코스피는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에 전장 대비 5.28(0.22%) 하락한 2,399.49로 장을 마감해 2400선이 깨졌다.
코스피는 7월까지만 해도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주 강세 등에 힘입어 2900에 근접했지만 이후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와 정치적 혼란 등이 겹치면서 종가 기준으로 연고점 대비 17% 떨어졌다.
한국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공약도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 주가는 AI 분야 주력 상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올해 32.23% 하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하는 아시아태평양 주가지수 87개를 봐도 코스피의 올해 성적은 79위에 불과하다. 87위는 코스닥이다.
반면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는 올해 들어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까지 19.22% 올랐다.
올해 닛케이는 버블 경기 당시인 1989년 당시의 고점을 넘어서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였다.
일본 증시 강세에는 엔/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강화,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 유입 등이 거론된다.
기술주 위주인 대만 자취안지수는 올해 29.33% 상승한 상태다. 시총의 38%를 차지하는 반도체 업체 TSMC 주가가 올해 80% 넘게 오르면서 랠리를 주도했다.
9월 중순까지 부진했던 중국 증시도 당국의 부양책 기대감에 급등, 상하이 종합지수가 올해 14.53% 올랐다.
글로벌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면서 미 주가지수는 올해 들어 수십차례 신고가를 새로 썼다.
올해 들어 27일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5.18% 오른 것을 비롯해 나스닥은 31.38%,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4.07% 상승했다.
최근 2년간 S&P500 상승률은 닷컴 버블 당시인 1997∼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월가 금융기관 19곳 가운데 내년 S&P500 하락을 예상한 곳은 전무하다.
유럽 증시도 올해 대체로 플러스이며, 정국 불안을 겪고 있는 프랑스 CAC40지수가 2.49% 떨어진 정도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 증시의 TA-35 지수도 올해 27% 올랐다.
■ 달러 강세 속 원/달러 환율 올해 14% 뛰어
달러 가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 원/달러 환율 상승도 두드러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5.0원 오른 1,472.5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연말 기준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7년 이후 최고이며, 지난해 말 종가(1,288.0원) 대비로는 14.3% 올랐다.
올해 원화 가치는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아시아 주요 통화 12개 가운데 달러 기준 하락률이 가장 높다.
달러화 가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조절 가능성 속에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들어 108선을 넘어서 '킹달러' 당시인 2022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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