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업계, 젠슨 황 상용화 지연 전망에 거센 반발 이어져
엔비디아 가장 큰 수혜 누리는 기존 컴퓨팅 사업 파괴적 영향 줄 것
인공지능(AI)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양자 컴퓨팅 상용화 지연 전망에 대한 반박이 거세지고 있다.엔비디아 가장 큰 수혜 누리는 기존 컴퓨팅 사업 파괴적 영향 줄 것
12일(현지시각) 미국 투자 전문매체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양자 컴퓨팅 전문가들은 황 CEO의 발언이 '자기 방어적'이며 양자 컴퓨팅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양자 컴퓨팅이 5년 안에 주요 기술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디웨이브 퀀텀(QBTS), 이온큐(IONQ) 등 양자 컴퓨팅 기업들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하며 황 CEO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근 황 CEO가 양자 컴퓨팅 상용화 시점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관련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양자 컴퓨팅 기업들은 "황 CEO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며 완전히 틀렸다"고 주장했다.
젠슨 황 CEO는 최근 애널리스트들과의 대화에서 "상용화 가능한 수준의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발언 이후 양자 컴퓨팅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다. 이온큐, 리게티 컴퓨팅(RGTI), 디웨이브 퀀텀, 퀀텀 컴퓨팅(QUBT) 등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D-웨이브 퀀텀 CEO "젠슨 황, 완전히 틀렸다… 이미 마스터카드 등에서 활용 중"
보도에 따르면 가장 먼저 반박에 나선 것은 디웨이브 퀀텀의 알란 바라츠 CEO였다. 그는 "젠슨 황의 발언은 완전히 틀렸다"며 "D-웨이브 퀀텀의 양자 컴퓨팅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으며 마스터카드와 같은 기업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웨이브 퀀텀은 2022년 7월 마스터카드와 양자 컴퓨팅 솔루션 도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바라츠 CEO는 더스트리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여러 기업들이 우리의 양자 컴퓨터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활용 사례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온큐 CEO "2025년, 양자 컴퓨팅 도약의 원년… 2030년 매출 10억 달러 달성"
이온큐의 피터 채프먼 CEO도 최근 성명을 통해 "젠슨 황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양자 컴퓨팅은 이미 현실이며, 2025년은 양자 컴퓨팅이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프먼 CEO는 "현재의 컴퓨팅 기술은 용량과 전력 소비 측면에서 한계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맥킨지 보고서를 인용하며 "2023년 말까지 전 세계 양자 컴퓨팅 투자 규모가 5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들이 양자 컴퓨팅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채프먼 CEO는 이온큐의 2025년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2024년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며, 2025년에는 더 큰 성장을 기대한다"며 "2030년까지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하고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온큐는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한 1,240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채프먼 CEO는 "양자 컴퓨팅은 금융 서비스, 군사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안전한 통신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특히 양자 AI는 기존 AI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온큐는 양자 네트워킹 분야의 선두 주자로서, 양자 컴퓨팅 시장만큼이나 중요한 양자 네트워킹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엔비디아 CEO 발언, 양자 컴퓨팅 위협에 대한 자기 방어적 발언"
일각에서는 젠슨 황 CEO의 발언이 양자 컴퓨팅의 부상에 대한 엔비디아의 불안감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스트리트 프로의 스티븐 길포일은 "양자 컴퓨팅 열풍이 가라앉으면 엔비디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DA 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기술 연구 책임자는 "젠슨 황의 발언은 다소 자기 방어적인 측면이 있다"며 "양자 컴퓨팅은 이르면 5년 안에 기술 분야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며, 이는 엔비디아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자 컴퓨팅이 충분히 발전하면 GPU 데이터 센터의 일부 기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이러한 위협을 제거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레이그-할럼의 리처드 섀넌 분석가는 "양자 컴퓨팅은 엔비디아가 가장 큰 수혜를 누리고 있는 기존 컴퓨팅 사업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자 컴퓨팅 시장은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온큐는 탄탄한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양자 컴퓨팅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엔비디아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젠슨 황 CEO의 발언은 양자 컴퓨팅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으며, 과열된 시장에서 균형 잡힌 시각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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