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충남 공주 코웨이 본점에서 열린 코웨이 제36기 정기주총에서 '정관 일부 변경의 건'(2호) 중 '집중투표제 도입'(2-1호) 의안은 출석 의결권수 대비 46.6%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쳐 부결됐다. 하지만 얼라인 측은 긍정적인 수치라고 판단했다.
주총 의장을 맡은 서장원 코웨이 대표이사는 "(3%를 초과한 주식을 제외한) 의결권 있는 주식수 5278만7416주, 출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4380만7315주 중 2-1호 의안에 찬성한 주식 수는 총 238만2631주, 출석 의결권수 대비 46.6%로 집계됐다"며 부결을 선포했다.
코웨이는 이와 관련해 "당사 주주들이 현재 이사회 운영 방식이 독립성과 투명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지속적인 기업 성장과 주주가치 강화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웨이 이사회 의안인 '집중투표제 도입시 사내이사·사외이사 구분 적용'(2-2호) 안건은 집중투표제 도입이 부결되며 자동 폐기됐다.
집중투표제는 복수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고 이를 1인 또는 여러 명에게 집중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소수주주가 추천하는 후보의 선임 가능성을 높여 소수주주 친화적 제도로 꼽힌다.
얼라인 측은 이사회에 강력한 메시지 전달과 코웨이 모기업인 넷마블의 과도한 영향력 견제를 위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추진했다. 반면 코웨이는 회사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경영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들며 반대해왔다.
집중투표제 도입에 관한 2-1호 의안은 지난 1월 코웨이를 상대로 행동주의 공개 캠페인을 개시한 얼라인 측이 주주제안한 안건이다.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임할 때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 적용하는 2-2호 의안, 이른바 '선택적 집중투표제'는 코웨이가 얼라인의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회 진입을 막기 위한 회사 측의 안건이다.
상법상 집중투표에 관한 특례 조항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을 주총에서 결의할 때 모든 주주는 의결권을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코웨이 최대주주 넷마블은 지분 25.1%를 보유하고 있지만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한해서는 3%를 초과한 의결권은 행사가 제한됐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에 관해 엇갈린 의견을 냈다. ISS는 반대를, 글래스루이스는 찬성을 권고해 61%에 달하는 코웨이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은 예측하기 힘든 상태였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코웨이 제3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주주제안이 부결됐다"며 "부결된 점은 아쉽지만, 46.6%의 찬성률을 통해 코웨이 거버넌스 개선을 염원하는 많은 주주의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 현장에 참석한 한 일반 주주는 이 대표에게 "일반 주주들을 위해 힘 써주시는 노고함에 정말 감사드린다"며 "부결 되었지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참석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얼라인이 지난해 12월26일 주주관여를 시작한 이후 코웨이가 주주환원율을 기존 20%에서 40%로 개선하고 기업가치제고계획 발표를 통해 얼라인 주주서한의 핵심 사항인 목표자본구조 정책 도입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웨이 주가는 주주관여 시작일 6만7800원에서 지난달 28일 8만5000원으로 25.4% 상승하며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인 5.3%를 크게 상회했다"며 "얼라인의 캠페인 이후 코웨이의 정책들이 의미 있게 개선되고 시장도 이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여 고무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얼라인은 코웨이의 주주가치 제고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코웨이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 및 기업 거버넌스 개선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코웨이의 현 이사회는 사실상 전원이 넷마블 측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며 "7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소수주주의 의사가 이사회 내에서 충분히 대변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집중투표제 도입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넷마블이 코웨이의 최대주주가 된 이후 주주환원율 급감, 힐러비, MBX 코인 투자와 같은 특수관계자 거래 등 넷마블과 소수주주 간 다양한 이해상충이 발생하고 있지만, 코웨이 이사회는 전혀 견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승자독식 구조의 기존 일반투표와는 달리, 집중투표제는 주주들이 지분율에 비례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한다"고 주장했다.
코웨이가 2025년 2월 13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내 목표자본구조 및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선 개선의 여지가 있어 경영진에 지속해서 개선을 요구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대표는 "코웨이는 2027년까지 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 목표 배수를 '최대' 2.5배로 설정했지만, 이는 국내 동종기업의 중간값 7.3배 및 글로벌 동종기업의 중간값 5.4배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최대가 아닌 '목표' 차입 배수를 연도별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얼라인은 "이번 주주총회 결과를 바탕으로, 주주 설득 등 코웨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코웨이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중장기 주주환원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 약 65만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더불어 향후 자사주 매입∙소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총주주환원율을 20%에서 40%로 대폭 상향하고,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코웨이는 사외이사로 김정호 고려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와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하고 이길연 변호사를 재선임했다. 김태홍 사외이사와 이길연 사외이사는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됐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자는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안건 폐기 처리됐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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