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오전 7시35분께 선종했다고 발표했다.
케빈 페렐 궁무처장은 "오늘 오전 7시35분, 로마 주교 프란치스코가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갔다"며 "그분은 평생을 주님과 교회를 위해 헌신했다"고 밝혔다.
또 "교황은 특히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신실함과 용기, 보편적 사랑으로 복음의 가치를 실천하라고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이어 "주 예수의 참된 제자로서 모범을 보여준 교황께 깊은 감사를 표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혼을 삼위일체인 하나님의 무한한 자비로운 사랑에 바친다"고 덧붙였다.
발표 후 로마 전역엔 교회 종탑이 울려 퍼졌다.
젊은 시절 만성 폐 질환을 앓고 한쪽 폐 일부를 제거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14일 호흡 곤란으로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한 뒤 양쪽 폐렴 진단을 받았다. 즉위 후 가장 긴 기간인 38일을 입원한 뒤 지난달 23일 두 달간의 회복 관찰 등을 전제로 퇴원했다.
입원 중 두 차례 위기를 겪었다. 2월28일 호흡 곤란을 겪었을 때 치료 중단까지 고려했었다는 의료진의 후일담이 전해지기도 했다.
교황은 퇴원 후 짧게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은 부활절 주일인 20일이었다. 교황은 부활절 미사를 직접 주재하진 않았지만 낮에 성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신도들을 축복하기 위해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얼굴을 보였고, 이어 광장으로 나가 신도들을 축복했다. 같은 날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라틴아메리카 출신 첫 교황이다. 2013년 3월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돼 12년 재임했다.
1936년 12월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플로레스에서 이탈리아 이주민 가정의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Jorge Mario Bergoglio)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보듬었던 교황이다. 동성결혼이나 미혼 출산에 찬성하진 않았지만 이들을 차별하는 것은 비판했다. 교리에 얽매이기보다는, 원칙을 따르되 소외된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민자와 전쟁 난민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자서전 '희망'에선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조부와 아르헨티나로 건너온 이민자인 부친 등 자신이 전쟁과 이민자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2013년 9월 미국이 사린가스를 쓴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공습하기로 결정하자 금식기도를 하며 막아서려 했었고, 2015년엔 내전 중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해 기독교와 이슬람교 화해를 기도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땐 양측에 특사를 보내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다. 2023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땐 제노사이드(대량학살) 조사를 촉구하며 학살은 규탄했다.
교황명도 '가난한 자의 성인'으로 기록된 13세기 성인(聖人)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를 본땄다. 프란치스코가 교황명으로 쓰인 것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다.
평소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실천했던 교황은 지난해 11월 전통을 깨고 자신의 장례 절차를 간소화하라고 지시했다.
통상 절차는 궁무처장이 선종을 확인한 뒤 교황의 시신을 개인 예배당에 안치하고 교황의 이름을 불러 깨운다. 현대엔 의사들이 서거를 확인하기 떄문에 의례적인 절차다. 궁무처장이 교황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린다는 속설도 있지만 바티칸은 오랫동안 부인해 왔다. 교황이 응답하지 않으면 공식 교황 문서의 인장 역할을 하는 서명 반지를 훼손 또는 파괴해 통치가 끝났음을 알리고 방을 봉인한다. 궁무처장은 바티칸 통치 기구인 추기경단에 먼저 서거 사실을 알리고, 이후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전파한다.
서거 후 고대 로마 관습인 노벤디알레(Novendiale)로 알려진 9일간의 애도 기간이 시작된다. 이탈리아도 일반적으로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한다. 교황은 축복은 받은 뒤 예복을 입고 성베드로대성당에서 대중에 공개된다. 과거 시신은 카타팔케(catafalque)라는 높은 관대에 놓였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례를 간소화해 화려하지 않은 관에 누운 채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장례식은 서거 후 4~6일 사이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장례식은 이탈리아 출신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대 학장이 집전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교황은 성베드로대성당 지하 바티칸 동굴에 안치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자주 찾았던 로마 사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마지막 안식처로 선택했다. 한 세기 만에 처음으로 바티칸 밖에서 안장되는 것이다.
역대 교황들은 편백나무, 아연, 느룹나무로 만든 관 3개(삼종관)을 겹쳐 안장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무와 아연으로 만든 관 하나에 안치해 달라고 했다. 생애 및 재위 기간을 자세히 묘사한 자신의 로지토(rogito)와 함께 묻힐 가능성이 높다.
장례식이 끝난 뒤 2~3주 후 추기경단은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를 진행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투표 5번 만에 선출됐었다. 개표가 완료되면 성당 내부 난로에 투표 용지를 태워 외부로 연기 신호를 보낸다. 검은 연기는 새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음을, 흰 연기는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의미한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