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대출 조건 이행 위해 불가피한 선택… “비트코인 전략은 여전히 유효”

그러나 정부 주도의 매입은 멈췄을지라도, 민간 부문의 비트코인 축적은 새로운 메커니즘 하에서 지속될 것으로 보여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MF, 엘살바도르의 대출 조건 준수 ‘인정’… 과거 우려 불식
27일(현지시각) 암호화폐 전문매체 크립토닌자스에 따르면 호드리고 발데스 IMF 국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엘살바도르가 IMF와의 대출 조건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IMF가 엘살바도르에 14억 달러 규모의 확대기금(EDF)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정부 기관의 공공 자금을 이용한 비트코인 축적 중단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발데스 국장은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 관련 조건뿐만 아니라 재정 투명성 확보, 경제 구조 개혁, 그리고 전반적인 거버넌스 개선 측면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 재정 부문은 비트코인 약정 비축 금지 조치를 지속적으로 준수함으로써 성과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엘살바도르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IMF의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는 과거 엘살바도르가 IMF의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IMF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가 비트코인을 넘어 민간 투자 유치와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엘살바도르의 이번 조치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엘살바도르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총 6,158 BTC로, 현재 시가 기준으로 5억 8,300만 달러를 상회하며 최초 매수 시점 대비 상당한 가치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공적 매입 중단에도 하루 1개 비트코인 매수 지속… 자금 출처는 ‘베일’
공공 자금을 이용한 비트코인 매수는 중단됐지만, 엘살바도르의 전체적인 비트코인 축적 전략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비공식적인 부문의 자금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비트코인 매수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엘살바도르 국가 비트코인 사무소의 자료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여전히 ‘하루에 한 개씩’ 비트코인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일일 매수의 구체적인 자금 조달 경로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불투명성은 엘살바도르의 지속적인 비트코인 축적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에 대한 다양한 추측을 낳고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는 엘살바도르 정부가 이미 확보한 전략적 비트코인 보유액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활용해 이러한 일일 매수를 위한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균 매수 가격이 약 4만 4,000 달러로 추정되는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상당한 평가 이익을 기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구상, 국제적 관심 증폭… 일본 등 도입 논의도
엘살바도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Strategic Bitcoin Reserve) 아이디어는 국제적으로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저명한 비트코인 전략가인 샘슨 모우의 적극적인 지지 아래,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살바도르는 IMF의 직접적인 규제를 피하면서도 비정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비트코인의 잠재적인 상승 동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 정부는 이러한 비트코인 전략이 금융 포용성을 높이고, 고질적인 달러 의존도를 낮추며, 장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위한 국가적 발판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IMF, 엘살바도르 경제 프로그램의 다각적 개혁 강조… 비트코인은 일부
엘살바도르 관련 뉴스에서 비트코인이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지만, IMF는 엘살바도르 경제 프로그램의 실제 내용은 비트코인 정책을 훨씬 뛰어넘는 광범위한 개혁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발데스 국장에 따르면, 이번 IMF 차관 협정은 단순히 공공 부문의 비트코인 매수 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보다 포괄적인 재정 조정, 거버넌스 구조 개선, 그리고 재정 투명성 강화를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40개월에 걸쳐 진행될 이 프로그램은 엘살바도르가 건전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민간 투자 유입을 촉진하며,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발데스 국장은 “엘살바도르의 프로그램은 단순히 비트코인에 관한 것이 아니다. 구조적인 개선, 거버넌스, 투명성 측면에서 훨씬 더 심층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IMF는 또한 엘살바도르의 치안 상황이 개선될 경우 투자 환경이 더욱 매력적으로 변모하고, 이는 곧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엇갈리는 여론 속 미래는 ‘불확실’… IMF 첫 평가에 ‘시선 집중’
엘살바도르 정부의 과감한 비트코인 정책은 여전히 국내외적으로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엘살바도르가 디지털 금융 시대의 선두 주자로 나서는 혁신적인 시도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상당수의 전문가와 시민들은 비트코인 투자의 극심한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IMF가 엘살바도르의 대출 프로그램에 대한 첫 번째 공식 평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엘살바도르가 국제 금융 규범을 준수하면서도 자신들의 야심찬 비트코인 중심 경제 정책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IMF와의 합의로 인해 공공 부문의 비트코인 매수에는 제약이 생겼지만, 부켈레 대통령 정부의 창의적인 접근 방식은 엘살바도르가 자신들의 암호화폐 목표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과연 엘살바도르의 이 ‘줄타기’ 외교가 국가의 재정적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세계 암호화폐 시장은 엘살바도르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