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물류 협력(철도 TKR-TSR 연결 사업)
우리나라 입장에서 남북한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사업은 동북아 물류허브 건설과 함께 해상운송에만 의존했던 물류시스템의 효율적인 재편을 가능케 하고,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극동지역의 개발과 함께 유라시아 교통기반 구축 전략의 일환으로 상호 간에 이익이 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TKR-TSR 연결 사업은 북한 철도와의 연결을 전제로 하고 있어 북한 변수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TKR-TSR 연결사업은 2001년 한·북·러 양자 간 정상회담 이후부터 북-러 간 철도 합작회사 설립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2008년까지 비교적 꾸준히 논의되었다.
그동안 북한의 반대로 한국은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이 불가능하였으나, 남-북 관계 개선으로 2018년 6월 국제철도협력기구에 가입하였다. OSJD 가입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등의 대륙 철도 노선 운용 참가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따라, 남북종단철도(TKR) 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해운을 이용하면 46일~54일이 소요되지만 TKR-TSR로 운송하면 해운보다 일정을 50% 이상 단축할 수 있다.
2018년 3월, CJ 대한통운은 러시아 물류기업 FESCO사(블라디보스톡 상업항 소유)와 전략적 협업 및 공동 사업 개발을 위한 협약(MOU)을 체결하고 북방물류 사업 협력을 약속하였다. 이 협약을 통해 FESCO사는 자사 인프라를 활용하여 CJ 대한통운이 TSR 운송 산업 진입을 지원하기로 약속하는 등 우리 기업의 TSR 진입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편, CRN(China Russia North Service : 중국-한국-러시아 주요 항 연결 사업)을 운영 중인 현대상선은 2019년 4월, FESCO, CMA-CGM(중국)와 3자 구도 CRN 서비스 재편 협약을 체결하였다. 협력 확대로, 부산-러시아 직기항을 연결하는 2개의 신규 서비스 KR2(Korea Russia Service 2)와 KRS(Korea Russia Service)가 추가되었다.
2) 에너지 산업 부문 협력
동북아 지역은 금세기 중반 전 세계 에너지의 최대 소비지역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의 중동 지역 석유 의존도가 75% 이상에 달하는 가운데, 러시아산 에너지 확보와 공급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석유 개발, 천연가스, 가스관 연결 사업 추진을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왔다. 2016년 6월, 러시아원자로과학연구소(NIIAR)는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과 원자력 기술협력에 관한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현재까지 NIIAR은 한국 파트너들과 일련의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ㅇ 석유 개발(Petroleum Development)
2004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때,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대형 유전개발 및 송유관 건설 참여에 대해 협의가 이루어져, 방러 기간 중 한국 석유공사와 러시아 로스네프트사는 서캄차카 유전개발 사업에 MOU를 체결했으며, 2008년까지 3개의 공구를 채굴하기로 하는 등 캄차트카 반도 서부의 대륙붕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한국 측은 컨소시엄(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SK에너지, GS칼텍스,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 금호석유화학 등)을 구성해 3,500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2008년 러시아 정부는 한국 측이 시추작업 관련 등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켜, 우리 측의 러시아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대형 유전개발 사업은 중단됐다.
2016년 11월 21일 Dmitry Kobylkin 야말 주지사와 대림 산업의 이해욱 대표가 만나 협상을 벌인 이후, 대림 산업이 Yamal 지역의 연료 및 에너지 부문에 투자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다. 러시아 대림 사무소는 2015년에 설립되었으며 설계, 건설 및 엔지니어링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대림 산업의 참여로 Vysotsk지역 LNG 프로젝트와 Omsk 정유 공장 현대화 JSC Gazpromneft-ONPZ (Gazprom Neft) 공동 프로젝트가 실행되고 있다. 대림산업은 2019년 1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현지법인을 설립함으로써 북방 시장 진출 확대를 도모 중이다.
ㅇ 천연가스
2005년 2월 다국적 컨소시엄 기업인 ‘사할린 에너지’와 우리나라의 한국가스공사는 연간 150만 톤 규모의 액화천연가스 수입 계약을 공식 체결했다. 이후 2009년 2월 사할린에서 액화 기지 준공식이 거행되었다. 미국 주도의 셰일가스 개발이 활발해짐에 따라 2011년 기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었던 러시아 가스산업이 타격을 입기 시작했고, 2020년부터 미국 셰일가스양이 1,100만 배럴로 증가하여 피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2040년까지 유럽 천연가스 시장 내 러시아의 점유율이 12%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여러 가지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그중 한 가지는 기존 수출 시장인 유럽에서 천연가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한국, 중국, 일본 등으로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양국이 적극 추진해오던 3,200km에 달하는(야쿠티야-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토크) 가스관 공사는 북한 연이은 도발에 의한 한반도 불안 정세로 인해 장기적 과제로 검토하기로 한러 간 합의가 됐다. 현재 한국은 2008년부터 러시아로부터 액화천연가스를 연간 150만 톤가량 수입하고 있으며, 이는 해외에서 수입하는 천연가스 중 10% 내외의 비중을 차지한다.
2014년 대우조선해양은 척당 3억 2,000만 달러에 달하는 쇄빙 LNG선 15척(총 48억 달러·약 5조 원) 건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쇄빙선의 크기는 길이 299m, 폭 50m이다. 최대 2.1m 두께의 얼음을 깨며 나갈 수 있는 '아크(ARC)-7'급 쇄빙 LNG선으로 17만 3,600㎥의 LNG를 나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하는 15척의 쇄빙 LNG선은 러시아 사베타(Sabetta)항에서 북극 항로를 통해 아시아 및 북유럽 지역에 LNG를 운송할 예정이다. 2017년까지 4척을 인도하였고 2022년까지 매년 5척을 인도하는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한편, 2020년 6월, 북극 천연가스 개발사 노바텍(러시아)으로부터 2개의 LNG 바지선을 수주(약 9,013억 원)하였고, 2022년 말까지 선박건조 후 출항 예정이다. 2020년 10월, 대우조선은 아크(ARC)-7 LNG 탱커를 노바텍의 Arctic LNG2 프로젝트에 납품하기로 합의했다. 동 계약규모는 17억 달러이다. 삼성 중공업도 2020년 11월 말, 유럽 선주를 통해 북극 Arctic LNG-2 프로젝트와 관련한 LNG 쇄빙선(약 2.8조 원)을 수주하면서, 2025년까지 연간 1,980만 톤 급 LNG선을 납품할 계획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2017.9.7)'에서 한국과 러시아 간 천연가스(PNG) 파이프 연결 사업이 진척이 어려운 관계로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의 한국 공급을 늘리기 위해 러시아와 한국이 연 20억㎥에서 120억㎥로 늘리기 위한 방안을 협의한 바 있다.
3) 과학기술협력(Science and Technology Cooperation)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과학기술협력의 목적은 러시아가 일부 과학 분야에서 보유하고 있는 첨단 기술을 도입해 자체 연구 개발 능력을 배양하는 것에 있다. 1990년대 초, 대러시아 과학기술 협력사업은 기술조사단 파견과 연구인력 유치에 중점을 두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러시아의 원천기술 습득을 위해 공동 프로젝트 수행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는 양국 간 산업기술협력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1999년 5월 28 ‘한·러 산업협력 위원회’를 구성하고 항공우주, 신소재, 기계 분야를 우선 협력 분야로 선정해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양국 간의 가장 두드러진 협력 분야는 나로호 발사로 대변되는 항공우주 분야이다.
우리 정부는 2015년까지 총 20기의 인공위성 확보와 자력 발사 능력 개발을 위한 우주 발사체 개발을 위해 2001년부터 러시아 정부(러시아항공우주청)와 우주기술협력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01년 5월 한·러 우주 기술협력 약정(안) 협의와 2003년 5월 협정 최종안에 합의 등을 거쳐 우리나라 최초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 발사 계획을 추진했다. 나로호 발사 계획은 100kg급의 ‘나로과학위성(STSAT-2C)을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KSLV-1)에 실어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리는 것으로, 나로호를 구성하는 액체 엔진을 포함한 1단 발사체는 러시아가 개발하고 2단(상단) 발사체는 국내 기술로 개발해 총 3회에 걸쳐 나로호를 발사하는 것이다.
1차 발사 계획은 2005년 9월에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몇 차례 연기된 후 2009년 8월 25일 발사됐다. 그러나 2단 로켓이 분리되지 못해 목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해 실패했다. 이후 2010년 6월 10일 2차 발사가 이루어졌으나, 발사 후 137.19초 만에 폭발해 재실패했다. 이에 한-러 양측은 총 3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을 통해 실패 원인을 규명하기로 했으나, 한국 측은 러시아가 제작한 1, 2단 분리장치를, 러시아 측은 한국에서 만든 비행 종료 시스템을 실패 원인으로 각각 주장했는데, 어느 쪽이 잘못인지에 대해 규명하지 못했다. 이후 한-러 양측은 다시 준비한 끝에 2013년 1월 30일 3차로 나로호를 성공적으로 발사시켜, 그 다음 날 새벽에 나로 과학위성이 정상궤도에 안착했음을 확인했으며, 한국과학 기술원과의 교신 역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후에도 한-러 간의 우주 분야 협력을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 2013년 11월 13일에 우리나라 과학기술위성 3호를 러시아 야스니 발사장에서 발사해 성공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 경제 포럼 ROSNANO의 연장선에서, 2011년 6월 16일 한국 기술 개발 연구원 (KIAT)과 국제 투자 회사 360ip 및 삼호Green Investment Venture Capital(SGIVC)이 아시아 나노 기술 기금을 창설했다. 기금의 총 자본금은 1억 달러이며, 그 중 RUSNANO의 자회사인 RUSNANO Capital이 5,000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KIAT는 200억 원(약 1,800만 달러)을 투자할 예정이다. 기금의 50% 이상이 러시아에서 영업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러 기초과학기술과 고급인재 활용 및 한국의 4차산업 기술 진출 방안 마련을 위해 2017년 6월 4일~7일 'K-Global Moscow 2017'이라는 행사를 모스크바 혁신단지(스콜코보 센터)에서 한국 IT 기업 36개사 초청하여 개최한 바 있다. 2018년 6월에는 VIP 순방 연계 K-Startup Summint Moscow 개최를 통해 러시아 기술 보유 RVC와 스콜코보 재단과의 '한-러 기술협력 창업'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4) 한-러 서비스 FTA 협정 추진
2018넌 6월, 한국 VIP 국빈 방문(모스크바)을 통해 한-러 양국 간 서비스 투자협정 추진이 약속되었다. 러시아 GDP 중 서비스 비중은 2017년 기준으로 60.4%(1990년대 32.1%)에 이르게 되었고 이러한 성장 속에서 한국의 투자진출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서비스 협정 대상은 의료, 프랜차이즈, 관광, 문화 콘텐츠 등의 분야이며, 양국 간 협의가 예상되는 분야는 안정적 투자환경 조성,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이다. 이와 관련 북극항로 개발 및 물류 협력 증진이 예상되며, 러시아 보건 의료 서비스 산업의 한국 병원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러시아 북극해 항로는 유럽과 동남아의 최단 이동 경로로서 현재의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를 통해 로테르담과 요코하마 사이를 연결하는 기존 남부 경로보다 이동시간이 2/3가 단축된다.
2019년 6월 20일,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막심 오레슈킨(Maxim Oreshkin)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은 모스크바에서 '한-러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이하 한-러 서.투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였다. 한편, 한-러는 1991년 발효된 한-러 투자보장협정(BIT)이 적용 중이나 그동안 변화된 통상환경을 반영한 FTA 투자 규정을 마련했다는 점이 우리 기업의 러시아 진출 여건 개선 큰 기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기준 러시아의 서비스 분야 경제 비중은 55.6%로,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한러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2021년 하반기까지 재개 가능성을 두고 있다.
5) 한러 30주년 계기 양국 경제협력 리뷰
1990년 9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양국 간 교역액은 2019년 기준 223억 달러로 크게 증가하였고, 한국의 대러 수출품목은 전자기기, 플라스틱, 차량, 기계류 등으로 대폭 다변화하였으며 대러 수입은 원유, 천연가스, 해산물 등으로 큰 규모를 유지해왔다. 대 러시아 한국 투자는 2007년~2010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고, 현대, 삼성, LG 등 대기업이 앞장서 투자를 해왔으며 향후 중소기업들의 다방면의 진출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과 EU의 대러 제재 지속, 국제 원자재 가격 등락,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양국 간의 다변화된 협력구조는 첨단화 및 기술 협력, RVC 구축, 보건방역 및 병원 진출 등으로 방향이 전환될 것이다. 2020년 한러 교역규모는 196억 달러(대 한국 수입 124억 달러, 수출은 71.5억 달러)로 하락하였으나 2021년 1월-7월 동안 전년동기대비 대러 수출이 232.7% 증가하여 2021년 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