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속
스페인의 바이어나 기관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약속을 잡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미팅 신청을 하면 회신을 받는 데 약 일주일이 소요되며, 최초 접촉을 메일로 했을 경우에는 해당 메일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지워버리거나 무시할 수 있으므로 유선상으로 수신 여부를 확인한 후 회신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 보통 스페인 업무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이나 탄력 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어 약속을 잡을 때 확인을 하며 주의해야 한다. 특히 금요일은 점심시간을 갖지 않고 15시에 업무 시간이 끝나므로 업무 관련 약속을 잡을 때 금요일 오후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집중근무 시간을 적용하는 7~8월이다. 여름 두 달은 스페인 대부분의 업무 지역에서 9시~15시까지만 근무한다. 또한, 많은 직장인이 징검다리 휴일을 이용해 장기로 휴가를 떠나기도 하니 약속이나 미팅을 잡기 전 담당자의 일정을 문의해보는 것이 좋다. 출장 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최소한 1개월 전에는 미팅을 신청해 항공권 구매 이전에 미팅 일정이 확정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우선 정해진 약속은 되도록 변경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 최소한 일주일 전에 해당 사실을 통보하고 정중히 양해를 구해야 한다. ‘라틴계 민족은 게으르거나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으나, 비즈니스가 세계화되면서 시간개념이 매우 철저해졌다. 따라서 바이어를 방문할 때도 시간을 준수하는 것이 좋다. 특히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방문의 경우, 건물 로비에서 신분확인 절차를 거쳐 담당자에게 안내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므로 15분 전에는 도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인사
스페인에서는 악수, 포옹, 도스 베소스(dos besos) 등의 인사법이 있다. 비즈니스 만남, 특히 첫 만남에서 가장 일반적인 인사법은 악수이다. 남녀가 악수를 할 경우 여성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매너이며, 악수하면서 서로의 눈을 마주치는 것이 좋다. 한국처럼 악수하면서 몸을 숙일 필요는 없다. 포옹은 경우 주로 막역한 사이에 나누며,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 경우 남성들 사이에서도 사용하는 인사법이나, 첫 미팅 시에는 바람직한 인사법이 아니다. 두 번의 키스라는 의미의 '도스 베소스(dos besos)'는 양쪽 뺨을 번갈아 맞대면서 하는 인사법으로, 반드시 입술을 뺨에 댈 필요는 없고 가볍게 쪽 소리를 내는 것이다. 과장된 소리를 내거나 정말 입을 맞출 경우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으므로 유의하도록 한다. 스페인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동양인에게 첫 비즈니스 미팅부터 스페인식 도스 베소스로 인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혹시 상대방이 해당 인사법으로 인사를 해올 경우, 스페인에서는 매우 보편화된 인사법이므로 거부감을 느끼는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COVID-19 팬데믹 상황에 따라 스페인 내 비즈니스 인사 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악수 및 포옹과 같이 직접적인 접촉을 동반하는 인사법보다는 각자의 팔꿈치를 맞부딪히며 유쾌하게 인사하는 방법이 종종 사용되고 있다. 도스 베소스 역시 바이러스 전파율을 높일 수 있는 인사법이므로 사회적으로 지양하고 있다.
또한, 승강기에 들어가게 되면 이미 타고 있는 사람에게 가볍게 인사하는 것도 예의이며, 문 입구, 엘리베이터나 화장실 등 좁은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도 “Hola(올라)” 내지는 “Buenos dias(부에노스 디아스)”라고 말하며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다시 떠날 때는 "Hasta Luego(아스따 루에고)"라고 작별 인사를 한다. 모르는 사람의 인사에 응대하지 않는 것은 상대를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니 같이 인사말을 건네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선물
스페인에서는 비즈니스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선물을 주고받지 않으며, 구체적인 성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싼 선물을 할 경우 상대에게 부담을 주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명함집, 책갈피 등 한국적인 느낌을 담은 작은 선물들은 부담 없이 건넬 수도 있다. 또한 미팅에서의 선물보다 크리스마스, 새해 등의 카드 발송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도 있다. 비즈니스 파트너의 집이나 별장 등으로 초대를 받은 경우에는 반드시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20유로 미만의 중저가의 와인이나 꽃, 초콜릿 등을 선물하는 것이 무난하다.
4) 복장
스페인 사람들을 포함한 유럽인들은 격식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바이어와 처음 만나는 자리이거나 중요한 미팅인 경우에는 반드시 정장 차림을 하는 것이 좋다. 친밀한 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 편안한 차림도 무관하다. 공식적인 만찬이나 사교행사에 초대받았을 경우에는 특별히 복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비즈니스맨들은 정장차림이라고 하면 통상 낮에 입는 양복을 생각하지만, 유럽 사교모임에서의 정장에는 다양한 드레스코드가 있으므로 사전에 드레스코드를 확인해 의상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 기업인의 경우 한국식 정장차림으로 저녁모임에 가는 경우 매우 어색해 보일 수 있으므로, 저녁 사교모임이 예상되는 경우 정장 원피스나 칵테일 드레스 등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좋다.
5) 식사
스페인 사람들은 식사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2~3시간씩 이어진다. 통상적인 식사시간이 한국과 달라 점심은 14~16시, 저녁은 21~23시 사이가 가장 일상적이므로, 배고픔을 참지 못하다 음식이 나오면 급히 먹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경우 사전에 간단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두는 것도 좋다. 식사시간에 대화하는 것을 매우 중시하므로 음식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적절한 대화 주제를 몇 가지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식당에 들어가서는 반드시 안내를 받고 나서 자리에 착석해야 한다. 또한, 어느 식당에 가나 웨이터가 메뉴판을 주면서 가장 먼저 마실 것을 주문받는다. 웨이터를 소리 내어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며, 반드시 웨이터와 눈이 마주쳤을 때 살짝 손을 들어 의사를 표시한 후 웨이터가 테이블까지 왔을 때 필요한 사항을 얘기해야 한다.
식사시간에는 가급적 양손을 테이블 위에 두되 팔꿈치로 기대지 않도록 하며, 상대방과 속도를 맞추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음식을 입에 두고 말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며 소리 내면서 먹는 것 또한 피해야 한다. 또한 식사 중에 스페인 사람과 대화 시 손을 이용한 제스처를 할 때, 손에 들고 있던 포크나 칼은 내려놓고 해야 한다. 이 외에도 서양식 테이블 기본매너(빵과 물의 위치, 냅킨 사용, 와인 잔의 구별 등)는 사전에 숙지하고 가는 것이 좋다. 계산할 때에는 자리에 앉아서 웨이터에게 물어보고 그 자리에서 계산한다. 아직 팁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서 대략 남는 동전만 놓고 나와도 된다.
스페인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으므로, 식사 중의 술은 와인 한두 잔으로 족하다. 나이와 관계없이 와인과 물을 비롯한 모든 음료는 한 손으로 따르고 한 손으로 받는다. 보통 한 사람이 자신의 식탁에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빈 와인 잔을 채워주며 마지막에 자신의 와인 잔을 채운다. 와인을 받을 땐 식탁에 놓인 잔의 바닥 부분에 손을 대 놓는 것이 좋다. 과도하게 술을 권하거나 속칭 ‘원샷’을 강요하는 것은 무례한 행위로 보일 수 있으므로 주의하자.
6) 명함 매너
명함 매너는 전 세계 공통적인 글로벌 문화에 속하므로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 스페인 사람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명함에 회사로고, 자신의 이름, 직위, 회사이름, 회사 주소, 전화번호, 팩스번호를 넣는다. 명함은 반드시 명함지갑을 준비해 그곳에 넣어 상의 안주머니나 가방 등 꺼내기 쉬운 곳에 둔다.
명함을 줄 때는 명함집에서 꺼내서 상대방이 읽기 쉽도록 180도로 돌려서 상대방의 가슴 높이 정도로 공손히 내민다. 방문자 쪽에서 먼저 건네는 것이 보통이다. 또는 용건이 있는 사람이 소개하는 차원에서 먼저 건넨다. 스페인에서는 절대로 식사 중에는 명함을 전달하지 않는다. 비즈니스가 아닌 경우에는 충분히 대화가 오고 간 후 서로의 연락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경우에만 교환하고 정확히 통성명하면서 건넨다. 받을 때도 일어서서 받고 감사인사를 한다. 상대방의 명함을 만지작거리거나 앞에서 구기는 행위, 탁자를 치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면전에서, 상대방에 대한 메모를 명함에 하는 것은 결례이다. 마지막으로 스페인 사람들은 한국과 달리 3종류의 명함을 사용한다. 첫째로 성명만 기입하고, 여백에 초대 내용을 쓸 수 있는 초대용이 있고, 둘째로 성명과 주소, 그리고 전화번호를 기입한 일반용, 마지막으로 여기에 직장과 직함까지 기입한 사업용을 별도로 만들어서 쓴다.
7) 역사/정치적 금기사항
스페인은 1936~1939년에 왕당파와 공화파로 나뉘어 내전을 치렀으며, 왕당파를 이끈 프랑코의 승리로 내전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반대파들의 게릴라 활동과 이에 대한 탄압이 계속된 갈등의 역사가 있다. 현재까지도 프랑코를 지지하는 세력과 악랄한 독재자로 기억하는 세력 간의 이념적 갈등이 있으며, 지역 간 갈등 또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경제위기 이후로는 왕실의 존재의미 자체에 의문을 던지거나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스페인 사람과의 대화 시에는 프랑코에 대한 평가나 왕실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의 행위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방의 흥분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입장 차가 다른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라면 분위기가 험악해져 필요한 비즈니스 상담은 말도 꺼내지 못하는 수가 있다. 이외에도 카탈루냐 및 바스크 분리주의, 영국과의 지브롤터 영유권 갈등 등 스페인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여러 분쟁 관련 이야기나 스페인 중앙 정부와 카탈루냐 자치 주간의 정치적 문제가 얽혀있는 축구 이야기도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근래 들어 스페인 내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 간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최근의 정치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을 나타내거나 한국의 정치 시스템과 비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8) 개인 신상에 대한 질문 지양
유럽인들은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시한다. 자신에 대한 신상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비즈니스 상대방도 같은 태도를 보이기를 기대하거나 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스페인 사람들과 업무상으로 만났을 때, 친밀감을 높인다는 의도로 개인적인 신상정보(나이, 결혼 여부, 가족관계, 종교 등)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오랫동안 사업관계를 유지해 온 친밀한 비즈니스 파트너인 경우에도 서로 나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9) 바이어와 상담 시 서두르지 않기
스페인 바이어의 경우 가격, 구매 조건, 제품 스펙에 대해 오랜 시간에 걸쳐 신중히 검토 후 소량 샘플 오더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 기업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바이어의 소량 샘플 오더 이후 정식 오더로 넘어가는 시간도 보통 1개월에서 약 3개월까지 소요되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현지 기업과의 거래에 있어 실망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러나 현지 바이어들의 정식 오더 진행이 시작되면 구매 오더는 주기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되는 편이므로 첫 오더를 수주할 때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