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속
우크라이나는 법률이 지극히 노동자 위주로 되어있어 감기 등 가벼운 건강상의 이유로도 사전에 연락 없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거나 미팅 당일 오전에 건강의 이유로 미팅 취소를 통보하는 경우가 많다. 예측하기가 힘든 복잡하고 긴 결재 소요시간과 관공서의 업무처리 소요시간, 담당자 부재 시 대체 인력을 배치하지 않는 성향, 키예프 시내의 극심한 교통난 등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주요 이유로 언급된다. 시간관념도 느슨한 편이어서 예컨대 전화로 택시를 부르면 대부분 무조건 10분 뒤, 20분 뒤에 택시가 도착할 것이라는 안내를 받게 된다.
오랜 사회주의 경험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인들은 오래 기다리는 것에 대해 익숙한 편이며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약속을 못 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수긍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므로 상대방이 늦었다고 같이 늦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후 5시면 사실상 업무가 종료되는 관공서, 회사가 많으므로 가급적 모든 방문이나 상담 시간은 오전 10~12시에 잡는 게 좋으며, 관공서의 경우는 휴무일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거나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오후 2시면 업무를 종료하는 경우도 많아 사전에 확실하게 방문 시간을 확인받아야 한다. 또한 회사 방문을 위해서는 사전에 공문으로 방문목적과 방문자 내역 등을 송부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공문에 대한 최고 책임자 결재 및 지시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중요한 방문 건은 최소 수주일 전에 시간을 정해두는 게 좋다.
2) 선물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선물 제공이 일반화되어 있다. 연말에는 업무와 관련된 기관, 회사에 와인이나 초콜릿을 선물하는 게 일반적이며, 특히 여성의 날에는 사적으로 친하지 않더라도 사무실 내 여직원이나 관련 협력 업체 여자들에게 꽃, 화장품, 초콜릿 등을 선물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꽃을 선물할 때 짝수 송이는 죽은 사람에게 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홀수 송이로 해야 한다.
공무원들의 경우 최근 뇌물이나 지나친 선물을 받는 것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화되고 있어 유의해야 하며, 선물을 줄 때에는 서로 부담이 없는 수준이 바람직하다. 차를 매우 좋아하고 건강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으므로 우리나라 인삼차나 녹차도 좋고, 이밖에 한국 전통 민속품이나 한국 화장품 및 스타킹, 회사 로고가 있는 기념품 등도 우리나라 중소기업체들이 활용하는 주요 선물이다. 우크라이나인이 술을 좋아하므로 와인, 보드카, 샴페인, 꼬냑 등도 현지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3) 인사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우크라이나어로 ‘도브리덴(안녕하세요)’이라는 인사말을 통하여 우크라이나인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또한, ‘즈드라스트부이쩨(안녕하세요)’라는 러시아어 인사말도 사용할 수 있다. 보편적으로 인사 시 악수를 많이 주고받으며, 존경하는 사람이나 상급자에게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도 한다. 이름을 부를 때는 Mr.나 Ms.로 부르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예의에 맞는 호칭법이다. 명함 상에 Doctor(Dr.)가 표기돼 있으면 Doctor에 성을 붙여 호칭해도 좋다. 우크라이나에서 Doctor라는 호칭은 상당한 경의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헤어질 때에는 우크라이나어로 ‘도뽀바첸냐’라고 표현하며, 러시아어로는 ‘다스비다니아’라고 한다.
4) 복장
실용적인 성향이 있어 복장은 매우 자유로운 편이다. 비즈니스 상담이라고 해도 캐주얼 차림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성의가 없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대부분은 그런 식이 일반적인 옷차림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외국인은 옷차림을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상담 시에는 되도록 고급스럽고 품위 있는 정장을 입는 게 좋다. 특히 일부 우크라이나인들이 유색인종에 대한 멸시감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고, 옷차림이 허술한 아시아계 외국인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는 게 중요하다.
5) 러-우크라이나 관계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의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커진 상황이다. 물론 러시아 기업과 거래하는 우크라이나 비즈니스맨들이 아직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식석상에서 친러시아적 발언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국 사람들은 우크라이나를 여전히 CIS 국가나 러시아와 비슷한 나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나, 우크라이나인들은 스스로를 유럽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에 의한 침탈을 겪었던 역사적 경험이 깊어 일반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은 편이다. 또한 최근의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동부 지역 사태로 인해 러시아에게 영토를 빼앗겼다는 전 국민적 정서가 형성되어 있어 설령 상대가 친러시아적 성향의 인사라 할지라도 가급적 러시아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6) 문화적 유의사항
ㅇ 슬라브 민족의 원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브레진스키 교수(미국 존스홉킨스대)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형이라고 칭한 적이 있는데 이는 러시아 역사의 기원이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위치했던 ‘키예프 공국’이기 때문이다. 슬라브 민족의 첫 국가인 키예프 공국(혹은 키예프루시)은 880년경, 현재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지역에 세워졌다.
키예프 공국은 10세기와 11세기에 크게 강성하다가 몽고의 침입 이후 쇠퇴하게 되어 슬라브 세력의 중심이 모스크바 공국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슬라브 민족의 원류 종교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키예프에 위치한 정교회 수도원인 ‘페체르스카 라브라(동굴수도원)’는 세계 최고(最古, 1051년 건립)의 정교회 수도원으로 유명하다. 지하 동굴 기도실에 옛 수도사들의 시신이 미이라 형태로 보존되어 있으며, 많은 신도가 이것에 신성을 부여한다.
ㅇ 소련 시기에 축적된 높은 과학기술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신들의 과학기술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소련시기에 각종 산업시설이 우크라이나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중공업, 첨단산업 등이 크게 발달했는데, 독립 이후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인공위성과 항공기를 직접 제조하고 있으며 한때 항공모함까지 직접 건조한 저력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중량을 수송할 수 있는 수송기 AN225를 우크라이나의 Antono사가 제조한 바 있다. 또한, 이밖에 풍부한 철강 자원을 바탕으로 용접 등 각종 금속 처리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Paton 센터는 이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소이다.
ㅇ 동부와 서부의 차이
우크라이나는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의 문화와 정치적 성향이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소련 시기의 산업시설이 밀집된 동쪽 지역의 사람들은 친러시아 성향이 강하고 유럽과 인접해있는 서쪽 지역의 사람들은 친서방, 친유럽의 성향을 주로 보인다. 또한 우크라이나 서쪽 지방의 경우 민족주의 성향이 강해 우크라이나어 사용을 고집하는 성향이 있고, 동쪽 지방의 경우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다. 현재 우크라이나어는 국가 공식어로 지정되어 있어 모든 법률과 공문서가 우크라이나어로 작성되지만, 실제로 우크라이나어를 정확히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참고로 우크라이나는 전체 인구의 약 17% 정도가 러시아인이므로 반러시아적이거나 지나치게 우크라이나의 민족성을 강조하는 등의 대화는 피하는 게 좋다. 사람의 성이 ‘치’, ‘프’ 자 등으로 끝나는 사람은 러시아인일 가능성이 높고, ‘코’, ‘축’ 자 등으로 끝나는 사람은 우크라이나인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크라이나 경제에 대해 얕잡아 보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시장 경제로의 전환이 늦어 일견 후진국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산업화된 국가(우주산업, 항공산업, 조선산업, 기타 기초과학 발달)로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자신들이 유럽인이라고 생각하고, 자존심도 무척 강하다. 실제 생활양식, 문화 등은 유럽과 흡사하다. 다만 구소련시대의 유산으로 남아있는 법률, 제도 등이 정비되거나 개선되지 않고 있어 합리성이나 효율성이 크게 낮은 상황이다.
ㅇ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당시 소련 연방의 하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폭발에 의한 방사능 누출 사고를 말한다. 이 사고로 발전소에서 누출된 방사성 낙진이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러시아 등에 집중적으로 떨어져 심각한 방사능 오염을 초래했으며, 이 사고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이 사고로 당시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사망하였고, 수십만의 인구가 해당 지역으로부터 강제 이주당해야 했으며, 기형아 출산 등의 고질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아직도 사고 시설이 완벽히 봉쇄되지 않은 상태이고, 강물 바닥이나 깊은 숲은 오염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당시 낙진이 바람을 타고 거의 대부분의 유럽국가에까지 퍼졌다는 점으로 인해 이 사건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큰 심리적인 상처다. 절대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해 농담조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는 것은 비즈니스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ㅇ 탄탄한 농업 기반에서 오는 낙천성
우크라이나는 기후가 여타 CIS 국가들보다는 온화한 편이고, 거대한 국토(한반도의 약 3배) 중 대부분이 비옥한 흑토여서 농업 기반이 좋아 국민이 낙천적이다. 특히 농업의 경우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반대하는 이유가 우크라이나의 거대한 농업 잠재력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며, 우크라이나를 ‘유럽의 빵 바구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우크라이나인들은 행여 나라가 망하더라도 가족들의 텃밭에서 경작되는 농작물만으로도 위기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