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2 13:40
재래시장 입구 노점에서 6000원을 주고 칼란코에 화분 3개를 샀다. 주인은 검정 비닐봉지에 화분을 담아 건네며 원래 3000원씩은 받아야 하는데 꽃이 일찍 피어 싸게 파는 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와 분갈이를 하여 창가에 나란히 놓았더니 칙칙하던 집 안이 환하다. 겨우 작은 화분 몇 개 들여놓았을 뿐인데 봄빛이라도 스친 듯 이토록 집 안이 환해질 수 있다니…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꽃송이를 더하며 소담스럽게 피어나는 꽃을 보며 나는 온갖 꽃들이 만발한 봄 들판을 마음속으로 가만히 그려본다. 이제 우수·경칩도 지났으니 꽃 폭죽 터뜨리며 곧 나의 뜨락에도 봄이 도착할 것이다. 며칠 전만 해도 어딘가엔2025.03.05 13:48
육지에서 봄빛이 제일 먼저 닿는다는 해남 여행길에 달마고도를 걸었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소백산맥이 두륜산을 지나 바다를 향해 내달리다가 급히 멈춰 선 듯 우뚝 솟은 산이 달마산(해발 489m)이다. 국토의 가장 남쪽 땅끝에 있는 달마산은 기암괴석 흰 바위들이 빼어나고, 수려한 풍광과 장엄한 기상으로 남도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약 8㎞에 이르는 달마산 능선 길인 달마고도는 관음봉-달마봉-도솔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길과 별도로 미황사 주지가 앞장서서 250여 일 동안 40여 명 인부와 함께 옛 암자로 다니던 길과 임도를 삽과 곡괭이로 고치고 이어 만든 길로 2017년 11월 열었다. 7~8부 능선에 있는 17.74㎞의 이 길은 달마산2025.02.26 13:15
봄빛이 제일 먼저 닿는 곳, 땅끝마을이 있는 해남 일대로 여행을 다녀왔다. 우수절 아침 용산역에서 KTX 열차를 타고 나주까지 가서 다시 승용차로 갈아타고 2박 3일 동안 나무를 찾아다녔다. 외기는 냉랭하고 바람도 사납게 불었다. 하지만 이 추위는 우수절 얼음같이 곧 사라지고 봄기운이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제일 먼저 찾아간 것은 나주 송죽리의 금사정 동백나무다. 조선 중종 때 기묘사화로 조광조(趙光祖·1482~1519)는 죽고 개혁 세력의 선비들은 숙청되었다. 그 개혁 세력 중에서 조광조를 따르던, 나주가 고향인 유생 11명이 금강계(錦江禊)를 조직했다. 영산강 아래 터에 정자를 지어 금사정(錦社亭)이라 이름 짓고, 그 앞에 동백2025.02.19 13:28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했던가. 여우도 죽을 때가 되면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향하듯 나이 들수록 마음의 풍향계가 자꾸만 고향 쪽으로 향한다. 설중매를 찾아 눈밭을 헤매는 선비처럼 틈만 나면 고향을 찾아간다. 어렸을 적엔 밖으로만 눈길을 주느라 미처 알지 못했던 고향의 비경을 찾아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마을마다 품고 있는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아가는 즐거움도 고향 나들이를 잦게 한다. 꽃을 보기 위해선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내 고향은 한수 이북의 포천이라서 북쪽으로 가야 한다. 아직은 봄이 멀기만 한 2월, 모처럼 하루를 빌려 관인문화마을을 찾았다. 이곳은 포천 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한 강원도 철원2025.02.12 14:12
올겨울은 유난히 눈이 잦다. 자주 내릴 뿐만 아니라 한 번 내렸다 하면 폭설이어서 온 세상을 하얗게 바꿔 놓는다. 여기저기서 눈 피해가 속출하기도 하지만 순백의 눈은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는데 눈을 바라보는 관점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멀리서 보면 마냥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막상 눈길을 걷다 보면 한 걸음 옮기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흰 눈밭을 보면 자신의 발자국을 처음으로 새기고 싶은 마음에 조심스러움과 설렘으로 눈밭을 걸으며 길을 만들곤 한다. 퍼붓던 눈이 그치자마자 집을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2025.02.05 14:25
북한산으로 새해 첫 산행을 다녀왔다. 해가 바뀌고 한 달이 지나도록 산행을 하지 못했다. 남자는 마음으로 늙는다고 했던가. 팍팍한 일상에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새로 얹은 나이 한 살의 무게가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거리를 오갈 때마다 눈 덮인 북한산의 설경은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마음은 자꾸 산으로만 내달렸다. 지난해 겨울, 눈꽃 구경을 하겠다고 아이젠도 없이 산에 올랐다가 고생했던 터라 아이젠과 스틱을 챙겨 산행에 나섰다. 북한산우이역에서 도선사 방향으로 조금 걷다가 도로 왼쪽으로 난 진달래 능선 오르는 길을 택해 산을 올랐다. 봄이면 능선을 따라 분홍 진달래가 꽃길을 이루는 곳이지만 겨울엔 등산객이2025.01.22 13:29
겨울을 건너가는 몸이 자주 삐걱거린다. 혹한을 견디느라 잔뜩 몸을 움츠리고 지냈던가. 마음이 소란스러우면 몸에 탈이 나게 마련이라는데 내 안이 너무 시끄러웠던가. 머릿속이 어지러울 땐 삶의 자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잠시 떠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엉킨 생각도 정리하고 바람도 쐴 겸 친구들과 철원을 다녀왔다. 벼가 잘려 나간 논과 황량한 들판 끝으로 흰 눈을 쓰고 있는 원경의 산들이 한 폭의 겨울 풍경화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 적막하고도 쓸쓸한 풍경 속을 꽤 오랫동안 걸었다. 어지러웠던 생각들이 바람의 빗질에 가지런해지고 한결 명료해졌다. 마치 마시멜로를 뿌려놓은 것 같던 흰 비닐로 감싼 볏짚 뭉치들도 사라2025.01.15 13:32
며칠째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목표와 희망을 품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 하지만 혹한의 추위 앞에 인간의 의지는 너무도 약하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유난히 추위를 타는 체질이라 한동안 산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눈 내린 다음 날, 설경을 만나러 동네 뒷산의 둘레길을 잠시 걸었던 게 전부다. 비록 추위를 타는 체질이긴 해도 겨울 숲에서만 맛볼 수 있는 눈맛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 딴엔 부지런을 떨며 서둘렀는데도 산 들머리엔 이미 수많은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산마루의 나무들 허리가 유난히 홀쭉하다. 우듬지의 가2025.01.08 14:50
많은 눈이 내렸다. 밤새 내린 눈으로 세상은 은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삭막한 겨울에 내리는 눈은 축복과도 같다. 도로 위엔 염화칼슘이 잔뜩 뿌려져 눈이 쌓일 틈도 없이 녹아 질척거리지만, 차량의 지붕 위나 나무와 지붕들은 하얀 눈에 덮여 정갈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온전한 눈 풍경을 감상하려면 숲으로 가야 한다. 눈은 어디에 내려도 아름답지만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은 원시의 풍경은 숲에서나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이 내린 날, 차고 정(靜)한 설경을 보고 싶은 마음에 아침 일찍 배낭을 챙겨 숲으로 향했다. “그대 새벽 눈길을 걸어/ 인생의 밖으로 걸어가라/ 눈사람도 없이 눈 내리는 나라에서/ 홀로 울며 걸어간 발2025.01.02 13:43
세모(歲暮)의 끝자락에 서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이다. 비단 청춘만이 아니라 세월의 물살에 쓸리면 그 어떤 것도 머물러 있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때가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즈음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가 고개 한 번 돌리면 봄이 가고 허리 한 번 굽혔다 펴면 한 해가 훌쩍 지나가 버린다. “시간의 가속화는 삶이 바빠짐으로써 충만하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소용돌이는 허무를 낳고 수없이 마음을 다잡아보아도 그날이 그날처럼 되풀이되는 일상에는 균열조차 일어나2024.12.26 14:06
지난 21일은 24절기 중 22번째 절기인 동지(冬至)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팥죽을 먹었다. 정성이 가득 담긴 팥죽 한 사발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후딱 비웠다. 동지에 왜 팥죽을 먹을까.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인 동지는 음(陰)의 기운이 극에 달하는 날이다. 우리 선조들은 붉은색을 띤 팥을 태양, 불, 피 같은 생명의 표지로 여겨 음의 기운을 물리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생일날 수수팥떡을 하거나 고사 지낼 때 팥으로 된 떡이나 음식을 하는 이유도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좋은 기운을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의미가 있다. 24절기는 태양력에 의해 자연의 변화를 24등분해 표현한 것이다. 태양의 ‘황경(黃經)’이2024.12.18 13:45
한 해가 저무는 12월, 서울 천변을 따라 걸었다. 서울숲을 출발해 중랑천을 거슬러 오르다가 살곶이다리를 거쳐 청계천을 따라 흥인지문까지 걸었다. 11.5㎞나 되는 제법 먼 길을 벗들과 함께 걸으며 지난 1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개인의 삶이란 결국 자신이 걸어온 길의 역사이기도 하다. 서울숲을 가로질러 성수대교 방향으로 나오면 한강이다. 예전에는 이곳에 저자도란 섬이 있었다. 이곳의 모래를 써서 강남의 아파트를 지으면서 섬은 사라져 버렸지만 아직도 강바닥이 높아 물이 얕은 까닭에 옛 저자도로 내려오는 중랑천 하구에는 물새들이 모여든다. 용비교 아래 다리를 건너 응봉산을 왼쪽에 두고 중랑천을 거슬러2024.12.11 14:24
제아무리 세상이 어지러워도 시간의 강물은 유유히 흘러간다. 땅거미가 지기도 전에 하나, 둘 불을 밝히는 성탄 트리를 보면 무정하게 흐르는 시간의 물결에 떠밀려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옷깃을 파고드는 찬 바람을 피해 잔뜩 움츠리고 종종걸음을 치다가 새빨간 열매를 가득 달고 서 있는 산수유나무를 보았다. 여름내 무성하던 초록 잎에 가려져 있다가 찬 바람에 잎이 진 뒤에야 붉은 열매가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이른 봄날, 샛노란 안개를 피워 올리듯 노란 꽃송이를 달고 제일 먼저 봄을 알려주던 나무인데 꽃 진 뒤 까맣게 잊고 살다가 이 겨울 들머리에 다시 열매로 만나다니…. 산수유 열매는 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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