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02 13:28
한층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계획에도 없던 방콕 여행 중이다. 잠시 수그러드는가 싶던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그야말로 세상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란 이야기가 실감이 난다. 쉬지 않고 날아드는 코로나 안전문자로 휴대폰이 연신 몸살을 앓는다. 탁자 위에 놓아둔 휴대폰이 연신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을 보다가 문득 배롱나무 생각이 났다. 올여름은 유난히 비가 잦았음에도 배롱나무는 여전히 가지마다 꽃을 피우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배롱나무는 수피가 특이하고 아름다운 나무다. 마치 정성들여 콩댐을 한 장판처럼 반질거린다. 껍질은 얇게 벗겨지면서 흰색 무늬가 생긴2020.08.26 11:03
모기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다. 모처럼 맑은 하늘을 보니 따가운 햇살마저도 정겹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너머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흰 뭉게구름을 보면 비에 젖어 살았던 지난 여름의 일들이 아득한 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처서가 지나면 햇빛도 햇빛이지만 물빛도 달라지고 다가서는 산 빛도 달라진다. 대숲이 빽빽해도 흐르는 물은 방해받지 않고, 산이 높아도 나는 구름은 거리끼지 않는다(竹密不妨流水過(죽밀부방유수과) 山高豈碍白雲飛(산고개애백운비)는 경봉스님의 선시처럼 제아무리 세상이 어수선해도 시절의 오고 감을 막지는 못한다. 여름과 가을이 갈마드는 24절기 중의 하나인 처서 무렵이 되면 세2020.08.12 09:26
아파트 화단에 보랏빛 꽃을 피운 비비추들이 함초롬히 비를 맞고 있다. 연일 전국을 휩쓰는 폭우로 인해 여기저기 산사태로 길이 끊기고 물난리가 났건만 꽃들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에 젖어서도 그저 환하게 웃고만 있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말처럼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는 비에 몸도 마음도 흥건히 젖어서 좀처럼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는 요즘 꽃을 보는 일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엔 재라도 남지만 홍수가 지나간 자리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요즘이다. 매 시간 보도되는 뉴스 화면엔 붉덩물만 넘실거린다. 유난히 긴 장마로 마치 온 나라가 물2020.08.05 09:47
태양의 계절 8월이다. ‘7말8초’라 불리는 7월 하순에서 8월 초순은 여름휴가의 절정기다. 예전에 직장에 다닐 때에는 이 맘 때쯤이면 늘 강원도로 여름휴가를 떠나곤 했다. 해마다 속초의 한 콘도를 예약하여 하루는 바닷가에서, 하루는 산속의 계곡에서 아이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올해의 8월은 폭우와 함께 시작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휴가를 떠나는 일도 쉽지 않지만 곳곳에서 물난리가 나서 산사태로 가옥이 무너지고, 도로가 끊기고, 농경지가 침수되어 막대한 수해를 입었다는 뉴스가 꼬리를 물고 있으니 휴가는 꿈도 꿀 수 없게 되었다. 매일 걷던 숲길 산책도 당분간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2020.07.29 10:54
아파트 화단에 비비추가 곱다.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간 후 작은 물방울들을 달고 있는 꽃송이들이 방금 세수를 하고 나온 아이의 얼굴처럼 귀엽다. 자주 비가 내려 우울해지기 쉬운 요즘, 싱그럽게 피어난 꽃을 보면 잠시나마 눅눅했던 마음 안섶이 뽀송뽀송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예로부터 근심을 잊게 해주는 꽃이라 해서 망우초(忘憂草)라 불리던 원추리꽃도 주황색 꽃빛을 뽐내며 화단 한 편을 지키고 서 있고, 공 모양의 푸른 수국도 탐스럽게 피었다. 수시로 비 뿌리는 장마철이지만 일부러 꽃을 찾아 나서지 않더라도 조금만 눈여겨보면 우리 주변엔 수많은 꽃이 피고 지기를 거듭하면서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소나기 긋고2020.07.27 11:05
장마가 시작되면서 숲길 산책이 뜸해졌다. 자주 비가 내리는 탓도 있지만 요즘 비는 일기예보와는 상관없이 국지성 호우가 퍼붓는 경우도 많아 준비 없이 집을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창 너머로 보이는 도봉산의 동정을 살피곤 한다. 맑은 날은 도봉산의 흰 바위벽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지만 안개가 끼거나 비가 오면 도봉산은 우연에 가려 아예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늘 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시시각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산을 바라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여 내 곁에도 그런 사람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다. 날씨가 궁금하여 창문을 열어2020.07.15 09:36
날이 흐리다. 창 너머로 보이는 도봉의 흰 이마가 구름에 반쯤 가려진 채 수묵화의 원경처럼 흐릿하다. 이런 날은 숲길을 걷는 것보다 물소리 명랑한 천변을 따라 걷는 편이 낫다. 녹음으로 한껏 짙어진 숲은 흐린 날이면 한낮에도 어둑하여 꽃을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천변을 걷다보면 바람도 시원하고 바람을 타는 꽃들의 춤사위도 볼만 하기 때문이다. 중랑천으로 이어지는 방학천을 따라 걸었다. 물소리를 따라 가는 산책로엔 조깅을 하는 사람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고, 이따금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빠르게 나를 앞질러 시야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다리 난간에 걸린 사피니아 꽃타래의 화려한 꽃빛에 홀려 이리2020.07.08 09:29
햇볕이 따갑다. 잠시만 햇빛 속을 걸어도 이마에 땀이 솟는다. 그냥 걸어도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인데 마스크까지 써야 하니 한낮에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도 나는 종종 거리로 나서곤 하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꽃구경을 하기 위해서다. 태양이 제아무리 뜨거워도 꽃들은 피어나고,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말처럼 단명하기 그지없는 꽃들은 제 때에 보지 못하면 일 년을 또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으로 마스크가 필수품이 된 후로 두 계절이나 바뀌었다. 그 와중에도 꽃들은 때를 잊지 않고 어김없이 피어나서 우울로 가득 찬 세상을 꽃빛으로 환하게 밝혀주었다. 날마2020.07.01 09:31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도봉산을 바라보곤 한다. 창 너머로 바라보이는 암봉의 모습이 빼어난 탓도 있지만 날씨가 궁금하여 창밖으로 시선을 옮기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도봉산이기 때문이다. 흰 바위벽에 아침햇살이 닿아 붉은 빛이 감도는 모습을 보면 새로 운 날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뛰고, 희푸른 아침 안개가 산허리를 휘감기라도 하면 한 폭의 산수화 같아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수시로 새로운 모습을 펼쳐 보이는 도봉산을 항상 볼 수 있는 것에 늘 감사하며 큰 행운으로 여기며 산다. 한데 장마가 시작되면서 도봉산이 모습을 감추는 날이 잦아졌다. 장마구름이 몰려들면서 구름과 안개가2020.06.24 10:49
일찍 찾아든 무더위가 극성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벗지 못해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 터에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니 올여름을 어떻게 건너가야 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집안에서 성능 좋은 에어컨이나 빵빵하게 틀어놓고 지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비싼 전기요금도 감당키 어려운 데다가 자연주의자인 내 생각엔 아무래도 현명한 피서법은 아닌 듯하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은 1824년 여름에 ‘소서팔사(消暑八事)’란 시를 지어 더위를 이기는 8가지 피서법을 이렇게 적었다. 대자리 위에서 바둑 두기, 소나무 숲에서 활쏘기, 누각에서 투호놀이 하기,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 타기, 연못에서 연꽃2020.06.17 12:29
단오 벌초를 하기 위해 고향 선산을 오르는 길, 산 들머리에서 제일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밤나무였다. 때마침 가지 가득 하얗게 꽃을 피워단 밤나무가 특유의 향기를 물씬 풍기며 나를 반겨주었다. 옛 시절, 아녀자들로 하여금 외출을 삼가하고 과부들을 근신토록 했다는 에로티시즘의 바로 그 향기다. 내 고향은 어렸을 적엔 밤나무골로 불릴 만큼 마을엔 밤나무가 지천이었다. 그리하여 밤꽃 피는 유월이 되면 온 동네가 밤꽃 향기로 진동을 하곤 했다. 하지만 상전벽해라 했던가. 흐르는 세월 속에 병충해와 벌목으로 인해 그 흔하던 밤나무들도 산길로 접어드는 초입에서 몇 그루가 눈에 띌 뿐 고향 숲도 더욱 우거지고 많이 변했다.2020.06.10 10:57
에어컨을 켰다. 올해 들어 처음 가동이다. 더위를 많이 타지 않는 체질 탓에 웬만하면 에어컨을 켜지 않는데 유월로 접어들면서 일찍 찾아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탓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느라 봄이 다 가도록 집 가까이에 있는 북한산 둘레길만 열심히 걸었다. 날마다 같은 길을 걸어도 숲은 날마다 같은 듯 새로운 모습을 펼쳐 보여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매일 만나는 둘레길을 떠나 새로운 숲 풍경을 기대하며 차를 타고 광릉숲을 찾았다.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라 했던가. 바야흐로 신록은 짙어질 대로 짙어져 초록물이 뚝뚝 듣는 말 그대로 초록2020.06.03 09:41
유월이다. 어느새 한낮의 햇살은 한여름을 방불케 할 만큼 따가워지고, 숲은 풋풋하던 신록의 싱그러움을 버리고 녹음으로 한껏 짙어져 있다. 아파트 담장엔 선홍의 넝쿨장미가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천변의 담벼락을 타고 오른 인동덩굴은 희고 노란 꽃을 가득 피어 달고 그윽한 향기를 풀어놓으며 벌들을 유혹한다. 카메라를 메고 꽃들을 찾아 들판으로 나갈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애써 화려한 꽃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는 숲을 향해 걷는다. 자외선이 강한 햇살이 따가운 탓도 있지만 숲에도 꽃은 피고, 무엇보다 초록 그늘이 선사하는 서늘한 상쾌함이 강력하게 나를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녹음 짙은 숲길로 접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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