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3 09:41
유월이다. 어느새 한낮의 햇살은 한여름을 방불케 할 만큼 따가워지고, 숲은 풋풋하던 신록의 싱그러움을 버리고 녹음으로 한껏 짙어져 있다. 아파트 담장엔 선홍의 넝쿨장미가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천변의 담벼락을 타고 오른 인동덩굴은 희고 노란 꽃을 가득 피어 달고 그윽한 향기를 풀어놓으며 벌들을 유혹한다. 카메라를 메고 꽃들을 찾아 들판으로 나갈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애써 화려한 꽃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는 숲을 향해 걷는다. 자외선이 강한 햇살이 따가운 탓도 있지만 숲에도 꽃은 피고, 무엇보다 초록 그늘이 선사하는 서늘한 상쾌함이 강력하게 나를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녹음 짙은 숲길로 접어2020.05.27 13:32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4월이라 맹하 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는 구절이 있다. 입하 무렵, 가지마다 고봉밥처럼 푸짐하게 흰 꽃을 피워 달았던 이팝나무도 어느새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입하와 망종 사이에 들어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도 지났으니 이제 여름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봄다운 봄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고 지나왔다. 비록 한풀 꺾였다고는 하나 아직도 코로나는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이러다간 올여름에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2020.05.20 12:10
비 온 뒤의 숲길을 걸었다. 밤새 내린 비로 습기를 흠뻑 머금은 숲은 대지가 피어 올리는 흙냄새와 신록의 수목들이 뿜어내는 나무 향기, 꽃향기로 가득하여 싱그럽기 그지없다. 그 중에도 낮은 기류를 타고 자욱하게 밀려오는 아카시아 향기는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게 할 만큼 매혹적이다. 초록이 짙어지는 오월의 숲에 들면 아카시아를 비롯하여 찔레꽃, 산딸나무, 때죽나무, 쪽동백 등 유난히 흰 꽃들이 많이 눈에 띈다. 꽃의 색은 꽃의 생김새, 향기, 무늬 등과 함께 상리공생(相利共生)하는 곤충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호다. 그런 면에서 흰색은 그리 매력적인 색은 아니다. 대신 흰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꽃의 색을 만드는 데 공을2020.05.13 13:05
오월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일상 하나가 늘어났다. 숲길을 걷는 일이다. 매일아침 나는 작은 배낭 하나를 메고 집을 나서 가까운 숲길을 걷는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사람 만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 찬 신록의 숲길을 걷다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집 가까이에 북한산 둘레길이 있어 5분 정도만 걸으면 숲의 입구에 닿을 수 있다. 예전엔 변두리에 산다는 게 부끄럽다고 여긴 적도 있지만, 요즘은 숲 가까이 사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숲으로 가는 길엔 다양한 꽃들이 피어 나를 반겨준다. 굳게 닫힌 초등학교 정문 너머로 보이는 보랏빛 등꽃이 눈부시고 좁은 골목길의 주2020.05.06 09:33
드디어 오월이다. 이해인 시인은 '오월의 시'에서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라고 노래했다. 오월의 투명한 햇빛 때문일까. 창밖으로 보이는 도봉산의 흰 이마가 더욱 희게 보이고, 산허리를 두른 신록의 숲도 오늘따라 유난히 싱그럽게 다가온다. 창가에 앉아 산을 바라볼 때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떠올리곤 한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보는 이를 압도하고 깊은 골짜기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2단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보이고 뒤이어 눈앞에 펼쳐지는 도원! 복사꽃 향기가 안개처럼 둘러싼 듯 아스라한 먹2020.04.29 12:54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답답하고 무기력증에 시달리며 우울감을 호소한다. 올 초부터 계속된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후유증이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우울증)'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인생을 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아무 기적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게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감옥에 갇힌 두 죄수가 한 사람은 쇠창살 너머로 하늘의 별을 보고, 다른 한 사람은 흙탕길을 바라보는 것과도 같다.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세상 풍경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 풍경도 자연스럽게 바뀌기 때문이다. 자연(自然)이 말 그대로 '스2020.04.22 09:27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온 세상이 우울증을 앓아도 숲은 하루가 다르게 초록을 향해 치닫고 있다. 우울감을 떨쳐 버리기엔 숲만큼 좋은 장소도 없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던 '야생의 위로'의 저자 에마 미첼은 자신의 저서에서 "나를 자살의 목전에서 붙잡은 것은 도로 중앙분리대에 있던 은은한 초록빛을 띤 묘목이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숲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진다. 초록의 숲은 치유의 공간이자 영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연회귀본능은 본능에 가깝다. 하지만 오늘 내가 숲을 찾은 것은 연두를 보기 위함이었다. 어느 시인의 페이스북에서 보았던 '연두가 흐른다'는 문장을 읽고 그 현장을 직접2020.04.15 09:56
꽃의 시간은 짧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말처럼 꽃은 짧은 시간 눈부시게 피어났다가 속절없이 지고 만다. 그때를 놓치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꽃을 보는 일은 곧 때를 알아차리는 일이라고도 한다. 코로나19로 바깥출입이 조심스러운 시절임에도 내가 가평 화야산으로 꽃산행을 감행한 이유다. 가평 화야산은 수도권에서 가장 먼저 봄꽃의 여왕으로 불리는 얼레지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피어나는 야생화 천국이다. 어느 시인은 '사월이면 바람나고 싶다'고 했지만, 만화방창(萬化方暢)의 이 계절에 꽃바람 나고 싶지 않은 이가 누가 있으랴. 화야산을 향해 차를 달리는 동안 도로변의 산들은 어느새 겨울2020.04.08 11:14
한때 사람들이 사악해지는 것은 뿌리가 없기 때문이란 엉뚱한 상상을 했던 적이 있다. 나무처럼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평생을 살아야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착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한 번 뿌리를 내리면 그곳이 비옥한 땅이건 흙 한 줌 보이지 않는 바위틈이건 생을 마칠 때까지는 처음 뿌리 내린 곳에서 생을 마쳐야 하는 게 나무들의 숙명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산을 오르다가 바위 위에 서 있는 푸른 솔을 한두 번쯤 마주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단단한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선 나무의 기상에 감탄하기도 하고 풍상에 뒤틀린 가지를 보고 삶의 고단함을 엿보기도 한다. 높은 곳에 서 있는 나무일수2020.04.01 12:20
코로나19 사태는 삶의 풍경을 한순간에 바꾸어 놓았다. 외출하려면 마스크부터 챙겨야 하고 어쩌다 외출을 해도 사람을 기피하는 이상한 일이 점점 당연시되어 간다. 봄꽃은 피어 흐드러졌는데 집안에만 들어앉아 있으려니 갑갑증이 일고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유난히 길고 지루한 이 봄을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참에 멈추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터득해 보는 것이다. 그동안 너무 바삐 사느라 돌아보지 못한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다면 한 단계 삶이 성숙해지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TV에서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코스타리카에2020.03.25 09:26
봄 햇살이 눈 부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는 요즘이지만 그냥 집안에만 들어앉아 있기엔 봄빛의 유혹이 너무 강렬하다. 가능하면 외출도 삼가고 손도 자주 씻고 어쩌다 사람을 만나도 건강 거리 2m를 유지하려 애쓰는 요즘이다. 그런데도 자꾸만 나를 밖으로 불러내는 봄 햇살의 유혹만은 뿌리칠 수가 없다. 그나마 야외와 같은 개방된 공간에서의 활동은 괜찮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모처럼 하늘도 맑게 개어서 구름 한 점 없는 일요일, 나는 봄을 만나러 집을 나섰다. 그렇다고 멀리 길을 떠나는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동네 산책이다. 많은 사람이 꽃을 만나려면 일부러 먼 길을 떠나야만 하는2020.03.18 11:04
봄비 오는 날, 선릉을 찾았다. 강남에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래전부터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선릉역을 지나칠 때마다 불쑥 지상으로 올라와 찾아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그곳을 찾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2016년 제16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정용준의 소설 ‘선릉 산책’을 읽은 뒤였을 것이다. 소설의 내용은 제목처럼 선릉을 산책하며 자폐증을 지닌 청년을 돌보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 가장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폐증을 지닌 한두운이 선릉 숲의 나무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닫혀 있던 주인공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는 장면이다. 숲길로 들어서자2020.03.11 09:18
코로나19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마트와 약국 앞엔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은 장사진을 이루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문 밖 출입도 눈치가 보이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가능하면 외출도 자제하고 모임도 미루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세상은 더욱 삭막해진 느낌이다. 하루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꽤나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코로나19의 지역 사회 확산으로 감염에 대한 공포로 요즘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제일 두려운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온종일 집 안에만 머물 수도 없는 일이다. 나는 우울한 기분이 들 때면 가까운 산을 찾아 숲길을 걷는다. 사람들의 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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