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6 13:03
숲을 사랑하는 지인들과 정읍으로 가을여행을 다녀왔다. 구절초 축제와 옥정호의 물안개, 그리고 내장산 단풍까지 살뜰히 즐겨볼 요량이었지만 욕심이 너무 과했던 것일까. 구절초행사장은 너무 늦게 찾아간 듯 게으른 꽃 몇 송이만 남아 있었고, 내장산 단풍은 너무 일찍 찾은 듯 청단풍만 청청하여 일찍 물든 성질 급한 단풍나무 아래서 겨우 인증샷만 남겼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한 장면과도 같은 옥정호의 새벽 물안개를 맘껏 즐긴 것이었다. 비록 시절인연이 닿지 않아 바라던 대로 모든 것을 얻지 못한 여행이었지만 위대한 자연과 마주하는 일이 절대 간단치 않음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점차 산빛이2019.10.30 13:08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 끝이 차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을 지나며 부쩍 바람의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느낌이다. 가을을 제대로 즐겨보지도 못한 채 이대로 겨울이 들이닥칠 것만 같아 조바심이 나던 참에 숲 해설가 동기들이 구절초축제로 유명한 정읍으로 여행을 가자고 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인데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꽃까지 실컷 볼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굳힌 순간 내 머릿속엔 멋진 풍경 하나가 사진처럼 선명하게 그려졌다. 단풍이 꽃보다 아름다운 요즘, 오색단풍의 화려함을 제치고 순결한 흰빛으로 피어나 향기로 가을 허공2019.10.23 13:39
계절 탓일까? 요즘은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을 자꾸 되돌아보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붉어지는 감을 보아도, 서서히 황금색으로 물들어가는 은행나무 가로수를 보아도 어느새 생각은 지나간 시간을 더듬기에 십상이다. 그래서 가을을 두고 반추의 계절이라 했나 보다. 가을볕 아래 담벼락에 기대어 선 채 소슬하게 시들어가는 맨드라미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다름 아닌 '비 내리는 고모령'이다. '울고 넘는 박달재' '찔레꽃'과 더불어 중장년층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로 가수 현인의 히트곡이다. "맨드라미 피고 지고 몇몇 해던가… " 노랫말 속에 맨드라미가 들어 있는 까닭도 있지만 군에서 철책근무 설 때 고2019.10.17 09:56
숲해설가 모임을 따라 계룡산에 다녀왔다. 단풍을 즐기기엔 아직 이르지만,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을 오르며 풀과 나무와 꽃을 볼 수 있어 행복한 산행이었다. 산을 오르기 위해 동학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주문을 향해 걷고 있을 때였다. 일행 중 한 명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손을 뻗어 무언가를 가리켰다. 손끝이 향한 곳에 꽃무릇이 한 송이 함초롬히 피어있었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받은 진홍의 꽃무릇은 멀리서 보아도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매혹적이었다. 꽃무릇하면 영광 불갑사나 용천사, 선운사 꽃무릇을 떠올리게 된다. 마치 붉은 페르시안 양탄자를 펼쳐놓은 듯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은 황홀하기 그지2019.10.10 10:40
무심코 창문을 열었을 때였다. 석양에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맴을 도는 고추잠자리 떼가 보였다. 바야흐로 가을이 온 것이다. 봄을 느끼는 데 많은 꽃이 필요한 것이 아니듯 고추잠자리 떼만 보아도 가을을 느끼는 데엔 부족함이 없다. 바쁘게 살다 보면 계절이 오고 가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기에 십상인데 이렇게 계절을 알아차리게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게 고맙기만 하다.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오늘의 연속이 도회지의 삶이지만 그래도 가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거나 지나치는 길가의 꽃들만 눈여겨봐도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요즘 자주 눈에 띄는 꽃 중에 유홍초가 있다. 선홍색의 작은 꽃이 초록의 넝쿨 위로 점점2019.10.03 06:00
어느 시인은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라고 했던가. 구름 한 점 없이 쨍한 쪽빛 하늘을 바라보거나 석양에 물들어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를 보면 무작정 길을 떠나고 싶단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들곤 한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나는 곧잘 자전거를 타고 중랑천으로 내닫곤 한다. 천천히 자전거 페달을 밟아 천변을 따라 달리며 새로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잿빛 도시의 칙칙함을 버리고 다채로운 자연의 색감에 빠져든다. 그때마다 천변에 피어나는 꽃들은 새로운 색과 향기로 일상에 지친 나를 위로해준다. 어느새 중랑천의 둔치 꽃밭엔 화려한 색의 코스모스가 물결치고 있다. 연보라색 쑥부쟁이와 흰 구절초 같은 국화과의 꽃들이2019.09.25 11:43
이따금 찾아가는 집 근처 소공원 연못에 부레옥잠꽃이 한창이다. 산책하거나 아침운동을 나왔다가 부레옥잠꽃을 보면 어김없이 탄성을 지른다. 못가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꽃을 보거나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어댄다. 부레옥잠의 연보랏빛 고운 꽃잎이 이슬을 머금고 있는 모습은 절로 탄성을 자아낼 만큼 청초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여섯 갈래의 연보랏빛 고운 꽃잎 중 한가운데의 곧추선 꽃잎에는 짙은 보라색 줄무늬와 눈동자 같은 둥근 모양의 노란색의 큰 점은 마주보기 두려울 만큼 매혹적이다. 그 무늬가 봉황의 눈을 닮았다 해서 부레옥잠을 봉안련(鳳眼蓮)이라고도 부른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레옥잠은 줄기의 중2019.09.18 10:21
짧은 연휴의 마지막 날, 동네산책길에서 닥풀꽃을 만났다. 골목길을 돌아서는데 커다란 화분에 뿌리를 내리고 키가 껑충하게 자란 줄기 끝에 황미색의 커다란 꽃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언뜻 보면 접시꽃을 닮은 닥풀꽃을 보는 순간, 몇 년 전 민화 배우던 때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그릴 때였다.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草蟲圖)는 꽃과 벌레 등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들로 사군자나 산수화보다 좀 더 쉽게 친숙하고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그림이다. 민화 선생은 그림본을 하나씩 나누어 주더니 그림 속의 꽃을 가리키며 촉규화라 했다. 아는 것이 병이랄까? 촉규화(蜀葵2019.09.11 08:03
한가위가 코앞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되면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느라 고속도로는 한동안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도로 위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그리운 고향. 꽃 중에도 보기만 해도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꽃이 있다. 바로 박꽃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야 잘 모르겠지만 나처럼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박꽃을 보는 순간, 고향을 떠올리게 된다. 박꽃은 고향이 그리운 사람들의 마음속에 소담스레 피어나는 꽃이기 때문이다. 저녁 무렵, 시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소공원을 지나는데 어린이집 담장 위로 피어난 흰 박꽃 하2019.09.04 10:01
고향 후배의 사무실에 들렀다가 나오는 길이었다. 뒷마당 모퉁이에 하얗게 꽃을 피워 단 나무하나가 눈에 띄었다. 이름을 물었더니 두릅나무란다. 두릅나무도 꽃을 피운다는 사실에 내심 놀라면서 나는 그 나무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릴 적 나의 어머니는 봄이 되면 가시투성이 두릅나무 끝에 새순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가 그 여린 두릅 순을 따서 밥상에 올리시곤 하셨다. 살짝 데친 어린 순을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고 씹으면 입 안 가득 번지던 쌉쌀하면서도 달큰한 뒷맛이 단번에 입맛을 돌게 하던 두릅은 봄날 최고의 나물이었다. 두릅은 영양소가 풍부하여 ‘봄나물의 제왕’으로 불린다. 나무껍질은 당뇨병과 신장병의 약재로2019.08.28 15:04
마침내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가 지났다. 24절기 중 열네 번째에 해당하는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처서가 지나니 바람의 방향도 달라지고 산봉우리 위로는 연신 흰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밤이면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들려온다. 비록 처서가 지났다고는 해도 한낮의 햇살은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어 선뜻 가을을 예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초목들은 처서를 분기점으로 하여 물 긷는 일을 멈추고 가을채비를 서두른다. 하늘에 별자리가 바뀌듯 지상의 꽃들도 자리바꿈을 하여 가을향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숲해설가 과정을 함께 했던 지인 한 분이2019.08.21 13:12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보았다. 산봉우리 위로 흰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바람은 구름을 데리고 바쁘지도, 느리지도 않게 파란하늘을 건너가고 있다. 아직 한낮의 태양은 여전히 뜨겁지만 나무 그늘에 들면 옷섶을 헤치는 바람결이 제법 상쾌하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이 바람에서 가을 냄새가 난다고 했다. 입추가 지나고 말복도 넘겼으니 가을을 예감하는 노인의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요즘 산들바람이 불 적마다 유백색의 자잘한 꽃을 바닥으로 내려놓는 나무가 있다. 바닥에 가득 떨어져 있는 꽃이 아니었다면 나무의 존재도 모르고 무심히 지나쳤을지도 모를 꽃의 주인은 다름 아닌 회화나무2019.08.14 11:38
"빅토리아 연꽃 보러 가시죠." 지인으로부터 두물머리의 세미원으로 '밤의 여왕'으로 불리는 빅토리아 연꽃의 대관식을 보러 가자는 전화를 받았다. 밤 10시에 야간개장이 끝난 뒤 특별히 30명에 한해서만 입장을 허락한다고 했다.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마고 했다. 꽃을 좋아하면서도 그동안 빅토리아 연꽃의 대관식을 볼 기회가 없었다. 빅토리아 연꽃은 어디서나 볼 수 없는 귀한 꽃인데다 밤에만 피기 때문에 개화시기를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드디어 빅토리아 연꽃을 보러가는 날, 마음 한 구석에 일말의 걱정 아닌 걱정이 생겼다. 얼마 전에 그곳에 갔을 때 연지에 쟁반 같은 빅토리아 연잎만 떠 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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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보고서5
현대제철 노조, 8일 무기한 총파업 선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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