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2 11:44
밤꽃이 피었다. 한낮의 후끈한 바람에 실려 오는 알싸한 밤꽃 향기에 어질머리가 일 지경이다. 밤꽃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유월에 핀다. 멀리서 바라보면 나무 전체가 눈을 뒤집어 쓴 듯 온통 하얗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연한 연둣빛이 도는 흰색의 굵은 털실을 묶어 놓은 듯한 밤꽃은 그리 매력적인 꽃은 아니다. 향기는 문을 열게 하고 냄새는 코를 막게 한다는 세간의 떠도는 말을 빌리자면 밤꽃 향기는 오히려 냄새 쪽에 가까울 만큼 짙고 독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나무는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나무 중에 하나다. 어렸을 적 내 고향은 밤나무골로 불렸을 만큼 유독 밤나무가 많았다. 가을이면 장대를 메고 아버2019.06.06 11:12
유월의 첫 휴일, 아침 산책길에 소공원을 지나다가 그윽한 향기에 이끌려 걸음을 멈추었다. 내게 향기로 말을 걸어온 것은 다름 아닌 쥐똥나무였다. 초록의 잎 사이로 자잘한 흰 꽃송이들을 내어달고 향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자잘한 꽃들이지만 그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는 소공원의 허공을 넉넉히 채울 만큼 짙고도 그윽하다. 녹음 짙은 여름철에 피어나는 꽃 중엔 유독 흰색 꽃이 많다. 그것은 허투루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식물들의 전략이라고 한다. 흰색의 꽃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대부분 향기가 강해서 온갖 악취들을 중화시킬 뿐 아니라 꿀을 많이 머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꿀의 대부분2019.05.29 13:25
산딸나무 가지가 환하다. 가지 가득 순백의 꽃들을 내어단 산딸나무를 보면 마치 한 무리의 나비 떼가 내려앉은 것만 같다. 봄과 여름이 갈마드는 환절의 길목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산딸나무 꽃을 보면 마음마저 환해지는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녹음이 짙어질수록 산딸나무를 비롯하여 흰 꽃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이것은 오랜 세월 진화해 온 식물들의 전략이다. 잎이 피기 전에 서둘러 꽃을 피우는 봄꽃들은 꽃을 피우는데 에너지의 대부분을 소진한다. 봄꽃 중에 노란 색의 꽃이 많은 것도 수분을 도와 줄 곤충들을 효과적으로 유인하여 빨리 씨앗을 맺기 위함이다. 반면에 녹음 짙은 여름엔 유독 흰 꽃이 많은데 이는 흰색이 초록 숲과 대2019.05.22 16:34
오월의 숲은 소란스럽다. 짝을 찾는 새들의 세레나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꿀을 찾는 벌들의 비행음으로 숲은 잠시도 고요할 틈이 없다. 초록그늘이 짙어질수록 생명의 환희로 넘쳐난다. 꽃은 기다려주는 법이 없다. 한 번 때를 놓치면 다음해나 되어야 볼 수 있는 게 꽃이다. 그까짓 꽃 하나쯤 못 본들 어떠냐고 말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숲에 와서 꽃을 못 본다면 극장에 왔다가 영화를 보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나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다. 생생한 기운이 넘쳐나는 오월의 숲을 찾는 사람이라면 고요를 택하는 대신 새로이 피어나는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취해볼 일이다. 제법 오랫동안 꽃을 보아왔음에도 세상엔 여전히 아는 꽃보2019.05.16 10:58
일 년 중 햇빛이 가장 아름다운 오월이다. 투명한 햇빛은 누리에 생기를 불어넣고, 따사로운 햇빛을 받은 신록은 시시각각 생생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밖으로 불러낸다. 숙련된 정원사의 손길을 거친 정원의 화려한 꽃들도 아름답지만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야생의 숲에서 만나는 꽃들은 또 다른 멋을 자랑하며 우리를 반긴다. 요즘 한낮의 따가운 햇살을 피해 자연스레 숲 그늘로 들어서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 중에 하나가 벌깨덩굴이다. 꿀풀과에 속하는 벌깨덩굴은 산속 숲 그늘에 많이 서식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얼핏 보면 꽃 모양이 꿀풀과 비슷하게 생겼다.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고 비교적 개화기간도 길어 오랫2019.05.10 08:40
오월의 숲은 의외로 분주하다. 막연히 도시의 소음이 싫어 고요를 즐기려 숲을 찾았다면 실망하기 딱 좋은 게 요즘이다. 생생한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오월의 숲은 생의 찬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싱그러운 신록 사이로 짝짓기를 하려는 새들의 부산한 날갯짓과 사랑의 세레나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날마다 새로 피어나는 꽃들 사이로는 나비나 벌, 딱정벌레 같은 작은 곤충들이 바삐 오가며 역시 짝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사랑이 넘쳐나는 오월의 숲에선 고요를 버리고 활기찬 생명의 설렘을 택할 일이다.결혼 시즌이기도 한 오월, 봄 숲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꽃 중에 하나가 족두리풀이다. 전통 혼례에서 신부가2019.04.30 14:15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숲의 변화가 꽃만큼이나 눈부신 요즘이다. 비 한 번 내릴 때마다 허룩해지던 벚나무를 지켜보던 안타까움도 잠시, 숲은 꽃 진 자리를 밀도 있게 초록으로 물들이며 의연하게 다음 계절을 향해 나아간다.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펼쳐 보이며 생기 넘치는 숲을 지켜보는 것도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각별한 즐거움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저 초록 일색인 듯해도 가까이 다가가면 숲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임의(林衣)'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숲의 옷'이란 뜻인데, 숲의 초입에 자라는 싸리나무나 칡넝쿨 같은, 나무라고 칭하기엔 변변치 않은 잡목들을 이르는2019.04.24 14:26
화려한 벚꽃의 향연이 끝나가고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산 빛이 싱그럽기만 하다. 바야흐로 초록은 살찌고 꽃빛은 야위어 가는 ‘녹비홍수(綠肥紅瘦)’의 계절이다. 숲 공부를 하는 강의실이 남산 자락에 자리한 덕분에 자연스레 남산을 오르내릴 기회가 많아졌다.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어 산책로를 걷기도 하고 야외수업이라도 있는 날이면 한나절 숲의 일부가 되어 나무와 풀들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평소엔 먼 풍경으로만 바라보던 남산의 온갖 나무와 풀들이 새로 사귄 친구처럼 낯설고 신기하여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오가는 길가에서 요즘 자주 눈에 띄는 것이 돌단풍이다. 한때 열심히 꽃 이름을 외우2019.04.17 16:48
봄은 짧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꽃들의 아우성에 어디에 눈길을 주어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 보면 훌쩍 지나가기 십상이다. 난분분 흩날리는 벚꽃의 산화를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꽃 진 자리에 새 순이 돋고 숲은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눈 한 번 깜빡이면 지나가버릴 것만 같은 이 짧은 봄날, 못 보고 지나가면 봄을 몽땅 놓쳐버린 것처럼 아쉬운 꽃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초등학교 동창 계집애 이름처럼 정겨운 미선나무 꽃이다. 미선나무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우리 땅에서만 자라는 한국 특산의 우리 꽃이다. 그 희귀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중 하나다. 얼핏 보면 꽃이나2019.04.10 15:23
청명이자 식목일이었던 지난 금요일 경희궁에서 숲 교육이 있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어진 수업은 숲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도 배우고 한 걸음 더 숲으로 다가서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교육을 마친 뒤엔 잠시 숲길을 걸었다. 눈길 닿는 곳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 있고 연둣빛 새순을 내밀기 시작한 나무들로 술렁이는 숲엔 이미 봄빛이 가득했다. 숲 산책길에 잠시 건너다 본 인왕산 밑 서촌도 곳곳에 활짝 핀 벚꽃, 살구꽃이 봄 햇살을 받아 온통 환했다. 서촌은 예로부터 서울 제일의 봄 놀이터로 꼽히던 필운대가 있는 바로 그 동네다. 옛사람들은 봄나들이를 일러 상춘(賞春), 꽃구경을 상화(賞花)라 멋스럽게 칭하며2019.04.03 16:43
골목길을 돌아 나오는데 갑자기 골목길이 환하다. 담장을 넘어온 가지에 살구꽃이 활짝 피어 골목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그 꽃을 보는 순간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고 한 이호우 시인의 시구처럼 단번에 나를 고향으로 이끌고 간다. 지금도 농촌 마을에 가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이 살구꽃이요, 고향의 죽마고우처럼 정겨운 꽃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만 해도 시골마을엔 으레 몇 그루씩 살구나무가 있었다. 그래서 봄이 되면 초가지붕 위로 뭉게구름이 일 듯 피어올라 온 마을을 환하게 밝히곤 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어렸을 적 누구나 즐겨 불렀던 ‘고향의 봄2019.03.27 17:09
문득 제주에 가고 싶어졌다. 얼마 전 근무지를 제주로 옮긴 벗이 보내온 사진 한 장 때문이다. 사진 속의 벗은 제주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노란 유채꽃을 배경으로 봄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일견 부럽기도 하고 은근히 질투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이렇게라도 내게 제주의 봄소식을 전하는 벗이 있다는 게 고맙단 마음이 앞선다. 전남 광양의 매화축제나 구례 산동마을의 산수유축제가 봄꽃축제로 유명하기는 해도 제주의 흐드러진 유채꽃 물결을 보니 봄은 여는 것은 아무래도 유채꽃이요, 봄의 마무리는 벚꽃 엔딩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엔 원예용 화초나 작물의 꽃은 철저히 외2019.03.20 11:26
봄바람엔 번지수가 없다고 했던가.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꽃샘바람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변덕을 부려댄다. 햇빛이 났나 싶으면 이내 진눈깨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서둘러 우산을 펼치면 어느새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도 한다. 미세먼지로 가득 찬 잿빛하늘을 이고 사는 것 보다는 꽃을 시샘하는 바람이 반가운 게 사실이지만 추위에 떨고 있을 꽃들을 생각하면 공연히 마음이 짠해지기도 한다. 뒤늦게 시작한 숲해설가 공부를 한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꽃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출간하였지만 숲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던 터라 이번 기회에 기초를 단단히 해두고픈 욕심이 생겨 시작한 일이다. 숲해설가가 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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