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30 14:15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숲의 변화가 꽃만큼이나 눈부신 요즘이다. 비 한 번 내릴 때마다 허룩해지던 벚나무를 지켜보던 안타까움도 잠시, 숲은 꽃 진 자리를 밀도 있게 초록으로 물들이며 의연하게 다음 계절을 향해 나아간다.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펼쳐 보이며 생기 넘치는 숲을 지켜보는 것도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각별한 즐거움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저 초록 일색인 듯해도 가까이 다가가면 숲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임의(林衣)'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숲의 옷'이란 뜻인데, 숲의 초입에 자라는 싸리나무나 칡넝쿨 같은, 나무라고 칭하기엔 변변치 않은 잡목들을 이르는2019.04.24 14:26
화려한 벚꽃의 향연이 끝나가고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산 빛이 싱그럽기만 하다. 바야흐로 초록은 살찌고 꽃빛은 야위어 가는 ‘녹비홍수(綠肥紅瘦)’의 계절이다. 숲 공부를 하는 강의실이 남산 자락에 자리한 덕분에 자연스레 남산을 오르내릴 기회가 많아졌다.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어 산책로를 걷기도 하고 야외수업이라도 있는 날이면 한나절 숲의 일부가 되어 나무와 풀들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평소엔 먼 풍경으로만 바라보던 남산의 온갖 나무와 풀들이 새로 사귄 친구처럼 낯설고 신기하여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오가는 길가에서 요즘 자주 눈에 띄는 것이 돌단풍이다. 한때 열심히 꽃 이름을 외우2019.04.17 16:48
봄은 짧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꽃들의 아우성에 어디에 눈길을 주어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 보면 훌쩍 지나가기 십상이다. 난분분 흩날리는 벚꽃의 산화를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꽃 진 자리에 새 순이 돋고 숲은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눈 한 번 깜빡이면 지나가버릴 것만 같은 이 짧은 봄날, 못 보고 지나가면 봄을 몽땅 놓쳐버린 것처럼 아쉬운 꽃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초등학교 동창 계집애 이름처럼 정겨운 미선나무 꽃이다. 미선나무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우리 땅에서만 자라는 한국 특산의 우리 꽃이다. 그 희귀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중 하나다. 얼핏 보면 꽃이나2019.04.10 15:23
청명이자 식목일이었던 지난 금요일 경희궁에서 숲 교육이 있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어진 수업은 숲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도 배우고 한 걸음 더 숲으로 다가서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교육을 마친 뒤엔 잠시 숲길을 걸었다. 눈길 닿는 곳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 있고 연둣빛 새순을 내밀기 시작한 나무들로 술렁이는 숲엔 이미 봄빛이 가득했다. 숲 산책길에 잠시 건너다 본 인왕산 밑 서촌도 곳곳에 활짝 핀 벚꽃, 살구꽃이 봄 햇살을 받아 온통 환했다. 서촌은 예로부터 서울 제일의 봄 놀이터로 꼽히던 필운대가 있는 바로 그 동네다. 옛사람들은 봄나들이를 일러 상춘(賞春), 꽃구경을 상화(賞花)라 멋스럽게 칭하며2019.04.03 16:43
골목길을 돌아 나오는데 갑자기 골목길이 환하다. 담장을 넘어온 가지에 살구꽃이 활짝 피어 골목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그 꽃을 보는 순간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고 한 이호우 시인의 시구처럼 단번에 나를 고향으로 이끌고 간다. 지금도 농촌 마을에 가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이 살구꽃이요, 고향의 죽마고우처럼 정겨운 꽃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만 해도 시골마을엔 으레 몇 그루씩 살구나무가 있었다. 그래서 봄이 되면 초가지붕 위로 뭉게구름이 일 듯 피어올라 온 마을을 환하게 밝히곤 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어렸을 적 누구나 즐겨 불렀던 ‘고향의 봄2019.03.27 17:09
문득 제주에 가고 싶어졌다. 얼마 전 근무지를 제주로 옮긴 벗이 보내온 사진 한 장 때문이다. 사진 속의 벗은 제주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노란 유채꽃을 배경으로 봄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일견 부럽기도 하고 은근히 질투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이렇게라도 내게 제주의 봄소식을 전하는 벗이 있다는 게 고맙단 마음이 앞선다. 전남 광양의 매화축제나 구례 산동마을의 산수유축제가 봄꽃축제로 유명하기는 해도 제주의 흐드러진 유채꽃 물결을 보니 봄은 여는 것은 아무래도 유채꽃이요, 봄의 마무리는 벚꽃 엔딩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엔 원예용 화초나 작물의 꽃은 철저히 외2019.03.20 11:26
봄바람엔 번지수가 없다고 했던가.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꽃샘바람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변덕을 부려댄다. 햇빛이 났나 싶으면 이내 진눈깨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서둘러 우산을 펼치면 어느새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도 한다. 미세먼지로 가득 찬 잿빛하늘을 이고 사는 것 보다는 꽃을 시샘하는 바람이 반가운 게 사실이지만 추위에 떨고 있을 꽃들을 생각하면 공연히 마음이 짠해지기도 한다. 뒤늦게 시작한 숲해설가 공부를 한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꽃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출간하였지만 숲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던 터라 이번 기회에 기초를 단단히 해두고픈 욕심이 생겨 시작한 일이다. 숲해설가가 되2019.03.13 13:36
모처럼 파란 하늘이 보인다. 날마다 호들갑을 떨며 날아들던 환경부의 안전안내문자도 더 이상 날아오지 않는다. 며칠째 극성을 부리던 미세먼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류가 바뀌면서 바람이 단번에 미세먼지를 모두 날려 버린 덕분이다. 기껏해야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안에서 공기청정기나 돌려대며 남의 탓만 하던 우리 인간에 비하면 순식간에 세상의 풍경을 바꾸어 놓는 자연의 힘은 얼마나 위대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바람은 미세먼지만 날려버리는 게 아니다. 겨우내 잠들었던 꽃나무들을 흔들어 깨워 가지마다 꽃을 내어달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주 칼럼에서 소개했던 산수유 축제가 이번 주말부터 시작된다는 소식이2019.03.06 14:42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3월이 왔건만 연일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황사까지 몰려온다니 올봄에는 꽃길만 걷겠다던 마음 속 다짐은 아무래도 지나친 욕심이었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앞 산수유 붉은 열매 사이로 노란 꽃망울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마침내 봄이 왔다고 소리치듯 금세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것만 같은 기세다. “산수유 꽃이 피고 있습니다.” 어느 해인가 남녘에 사는 친구가 보내온 산수유 개화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간 전남 구례의 산수유마을은 온통 노란 꽃 안개에 싸여 황홀한 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산자락이 이어지는 계곡과 계곡 사이, 지붕 낮은 집과 집의 돌담 사이, 논둑 밭둑2019.02.27 15:54
추운 겨울을 제외하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각양각색의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그 중에도 봄은 야생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들 중 절반 이상이 꽃을 피우는 꽃의 계절이다. 기상청 전망에 따르면 올봄은 여느 해보다 따뜻할 거라 하니 올봄은 보다 화려하고 멋진 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다만 걱정인 것은 계절풍을 타고 황사가 몰려와 꽃바람을 잠재우고 미세먼지로 인해 마음껏 꽃구경을 못할까 싶은 것이다. 이런 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봄의 대지는 온갖 꽃을 어김없이 세상을 향해 피워낼 것이다. 일부러 들꽃을 찾아 멀리 탐행을 떠나지 않아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꽃들이 수없2019.02.20 11:47
요즘 TV에선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TV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면 혼자 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지난 2017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1인 가구가 28.6%로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넘는 비율이라고 한다. 1인 가구가 생겨난 까닭을 일일이 알아볼 수는 없으나 평소 '들꽃은 모여 필 때가 더 아름답다'고 굳게 믿는 나로서는 사람이나 꽃이나 홀로 지내기보단 가능하면 함께 어우러져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야생화를 찾아다니다 보면 꽃 이름 중에도 재미있고 해학적인 이름이 많다. 4~5월경에 피는 '홀아비꽃대'도 그 중에 하나인데 이름만 들으면 1인 가구가 늘어나는2019.02.13 13:51
마침내 마음속에 봄을 세운다는 입춘(立春)이 지났다. 겨울답잖게 날씨도 포근하고 비까지 내린 터라 어딘가에 꽃이 피었다 하면 그대로 믿을 것만 같다. 제주에서 시작된 봄은 시속 900m의 속도로 꽃망울을 터뜨리며 북으로, 북으로 달려온다고 한다. 머지않아 봄이 당도하길 바라며 마음속에 봄을 들여놓는다. 높은 산에서 시작되어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가을단풍과 달리 봄꽃들은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되어 점점 높은 곳을 향한다. 그런 까닭에 꽃샘바람 매운 날에도 발밑을 찬찬히 살피면 작고 앙증맞은 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 중에도 이른 봄의 풀밭에서 볼 수 있는 큰개불알풀의 꽃은 파란 색의 꽃이 여간 예쁘고 사랑스2019.01.30 14:14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올겨울은 눈도 오지 않아 제대로 겨울을 느껴보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입춘이 코앞이니 봄도 멀지 않았다. 꽃을 찾는 사람들은 정초부터 산과 들을 누비며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을 시작으로, 깊은 산골짝 얼음 틈새를 비집고 올라온 노루귀와 너도바람꽃 같은 여리고 고운 꽃들과의 해후를 꿈꾼다. 가장 여린 것들의 가장 강한 끌림이 주는 감동의 순간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올라온 여린 꽃대 위에 피어난 꽃들을 보면 누구라도 생이 얼마나 경이롭고 신비로운지 새삼 깨닫게 된다. 겨울 빛을 지우지 못한 숲이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서둘러 꽃을 피우고 사라지고 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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