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8 11:50
첫눈이 내렸다. 마침내 겨울이 닥친 것이다. 가지마다 흰 눈꽃을 피운 나무들을 바라보며 꽃들이 사라진 겨울을 어떻게 건너가야 할까 생각하니 아득한 생각이 든다. 내가 유독 야생화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야생화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야생화는 주어진 때를 기다렸다가 피고 시간의 흐름에 맞춰 물러갈 때를 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하게 뽐내는 법 없이 주변 풍경에 스스럼없이 스며들 줄 안다. 그 어색하지 않은 아름다운 어울림이 내게 고즈넉한 평화와 안정감을 준다. 꽃들이 산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면 나는 지난 시간의 사진첩 속에서 꽃들을 만나고 추억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들꽃 사진들을2018.11.21 10:45
가을이 깊다. 절정을 지난 단풍의 화려함이 사라지면서 문 밖을 나서면 꽃보다 열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봄날 환하게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던 백당나무도 어느새 홍옥 같은 붉은 열매를 가득 내어달고 감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감들도 노을빛으로 익어 가을의 끝자락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저마다 살아온 세월을 자랑이라도 하듯 가지마다 탐스럽고 빛나는 열매들을 매단 나무들을 바라보며 겨울을 예감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아직 어딘가에 남아 있을 꽃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습관처럼 용담꽃을 떠올리곤 한다. 꽃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용담의 초록 잎은 서서히 자줏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서 농익은2018.11.14 09:26
찬바람에 떨고 있는 꽃들이 소슬하다. 먼 산 단풍에 눈길을 주는 사이 뜨락의 꽃들이 시들고 있다. 우리가 꽃의 아름다움을 완상할 수 있는 것은 자연이 베푸는 일종의 보너스와도 같다. 사바나 가설(savanna hypothesis)에 따르면, 꽃은 자신이 지닌 풍부한 생존 자원을 드러내는 일종의 시그널이라고 한다. 결국 꽃의 아름다움은 자신을 알아보는 눈을 지닌 곤충을 유혹하기 위함일 뿐이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류는 특정한 공간과 사물을 선호하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꽃이 진 자리에는 어김없이 열매가 맺히고, 그 주변에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초식동물이 어슬렁거리게 마련이다. 우리의 뇌는 이런 자연을 만났을 때 본능2018.11.07 11:46
꽃의 시간이 저물어 간다. 성급하게 불어오는 찬바람에 서둘러 옷깃을 여미며 겨울을 예감한다. 아직 가을꽃들의 그윽한 향기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벌써 겨울채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세월처럼 무서운 것도 없지 싶다. 뜨겁던 여름이 지나 집안 한구석에 밀쳐두었던 선풍기를 꺼내어 닦았다. 선풍기 날개에 잔뜩 묻은 먼지가 여름내 더위를 식혀주느라 쉴 새 없이 맴을 돌던 선풍기의 노고를 증명이라도 하듯 선풍기 날개엔 먼지가 잔뜩 묻어 있다. 선풍기를 분해하여 날개를 닦다가 지난 여름, 고향의 들녘에서 만난 물레나물 꽃을 떠올렸다. 뜨겁게 달아오른 태양의 열기와 짙게 녹음을 드리운 산천의 초목들 사이에 피어나는 여2018.10.31 10:33
지난 달 남산에선 우리 식물들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환경단체의 행사가 열렸다는 뉴스가 있었다. 억척스런 생명력으로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며 무섭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귀화식물 중의 하나인 ‘서양등골나물’을 제거하는 행사였다. 우리 꽃들의 등골을 빼먹는 풀이라서 서양등골나물이란 이름이 붙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름치곤 그리 정감이 가지 않는 이름임엔 분명하다. 토종식물들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귀화식물이 반갑지 않은 존재임엔 틀림없지만 그들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들을 이 땅에 옮겨온 것은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교통수단의 발달과 빈번해진 인적 교류 속에 식물들의 이동도 함께 이루어지는 까닭이다.2018.10.24 16:03
친구로부터 무화과를 선물 받았다. 자기 아버지가 농약을 치지 않고 물만 주어 정성으로 키운 것이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했다. 무화과는 향도 좋거니와 과육이 입안에서 스르르 녹는 단맛이 일품이다. 무화과는 구약성서에도 언급될 정도로 오랫동안 애용된 아열대 과일이다. 고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가장 좋아한 '여왕의 과일'이자 고대 그리스 올림픽 출전 선수와 로마의 검투사들의 스태미나 식품으로 알려진 과일이다. 뽕나무과에 속하는 무화과나무는 소아시아 원산의 갈잎 넓은 잎떨기 나무다. 그 종류가 무려 750여 종이나 되고, 약 4000년 전에 이집트에서 재배한 기록이 있을 만큼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과수로 꼽2018.10.17 10:17
가을 문턱에서 귀한 꽃차 선물을 받았다. 이천에 사는 지인이 보내온 택배 상자엔 보랏빛 팬지와 붉은 천일홀, 그리고 황화코스모스 꽃차가 세 개의 예쁜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 정성으로 손수 덖어 만든 그 꽃차를 마실 때마다 마음까지 향기로워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아침마다 꽃차를 끓이는데 찻잔에 황화코스모스 두어 송이 넣고 끓는 물을 부으면 노을빛으로 우러나는 꽃빛이 그리 고울 수가 없다. 황화코스모스 꽃차는 칼슘이 함유되어 있어 어린아이나 여성에게도 좋고 눈이 충혈 되거나 안구통에 효험이 있고 심신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꽃은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피2018.10.10 11:49
태풍이 지나간 하늘이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점점이 떠 있는 뭉게구름과 쪽빛하늘 한 귀퉁이에 흩어놓은 새털구름이 가을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때 아닌 가을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갔지만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을 바라보면 이미 가을이 깊다는 것을 절감한다.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들길을 따라 걷다가 보랏빛 향기에 이끌려 걸음을 멈추니 논둑에 개미취가 군락을 이루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바야흐로 국화의 계절이 온 것이다. 일조량이 짧아지고 외기가 서늘해지면서 들판으로 나서면 쑥부쟁이를 비롯한 개미취, 구절초, 산국, 감국 같은 국화과의 꽃들이 부쩍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가을의 산과 들에서2018.10.04 11:21
며칠 전 어린이집 앞을 지날 때였다. 유치원 꼬마 서넛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갔더니 순백의 종이로 만든 듯한 꽃을 신기한 듯 만져도 보고 향기도 맡아보곤 하는 것이었다. 도도하게 하늘을 향해 고개를 바짝 치켜든 채 활짝 피어 있는 꽃은 악마의 나팔(devil's trumpet)로 불리는 흰독말풀 꽃이었다. 아이들에게 '이 꽃은 악마의 나팔이란 별명을 가진 흰독말풀 꽃이란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왔다. 흰독말풀 꽃을 볼 때마다 나는 습관처럼 20세기 미국의 가장 독창적인 화가로 평가받는 '꽃과 사막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꽃 그림을 떠올리2018.09.19 10:45
벌초를 했다. 깔끔해진 봉분들을 바라보면 유년 시절, 시골 장날 이발관에서 면도를 하고 나오시는 아버지의 모습처럼 단정하여 참 보기가 좋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가을은 ‘묘지가 아름다운 계절’이란 생각이 든다. 벌초를 하느라 선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꽃 중에 물봉선이 있다. 어린 누이의 손톱을 붉게 물들이던 여름 화단의 봉선화와 한 집안이다. 다른 게 있다면 꽃밭에서 만나는 봉선화는 멀리 인도가 고향이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 중엔 봉선화가 우리 꽃이 아니라는 이유로 멀리하기도 하지만 봉선화는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시와 그림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와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친숙한 꽃이다. 손톱에2018.09.12 13:08
누군가가 그리우면 가을이다. 어느 시인은 물소리 깊어지면 가을이라고 했지만 까닭 없이 누군가가 그리워지면 나는 내 안에도 가을이 당도했음을 직감한다. 녹음을 짙게 드리우던 초목들이 물 긷는 일을 멈춘다는 처서를 지나 풀잎에 찬 이슬 내린다는 백로도 지났으니 절기상으로도 이젠 완연한 가을이다. 불볕더위가 멈칫한 사이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가을꽃 축제 소식에 훌쩍 꽃을 찾아 떠나고 싶어진다. 각 지역마다 가을꽃 축제가 다양하게 펼쳐지지만 그 중에 백미는 누가 뭐래도 영광 불갑사 일원에서 열리는 상사화 축제가 아닐까싶다. 붉게 타는 노을빛을 닮은 꽃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면 가을 숲은 온통2018.09.05 12:07
마침내 9월이다. 폭염과 폭우로 점철된 지난 여름은 유난히 힘겹고 지루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가 지났건만 폭염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몰라 햇볕 아래 서는 게 아직도 두렵기만 하다. 사상 초유의 가마솥 더위를 견디며 나는 종종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읽었던 ‘여름징역’ 이야기를 떠올리곤 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여름징역은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자기와 가장 가까이에 있2018.08.29 14:40
사상 초유의 폭염 속에 온 나라가 가마솥처럼 설설 끓었다. 그늘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 소나기라도 한 번 시원하게 퍼부었으면 좋으련만 하늘은 얄미우리만치 티끌 하나 없이 쨍하기만 했다. 태양을 능멸하며 요염한 자태를 뽐내던 능소화도 시나브로 떨어지는데 청명한 하늘 아래 유난히 화사하게 꽃송이를 피워달고 눈길을 사로잡는 나무가 다름 아닌 배롱나무다. “배롱나무를 알기 전까지는/ 많은 나무들 중에 배롱나무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가장 뜨거울 때 가장 화사한 꽃을 피워놓고는/ 가녀린 자태로 소리 없이 물러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남모르게 배롱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그 뒤론 길 떠나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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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보고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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