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2 15:00
사상 초유의 북미회담을 앞두고 세계의 이목이 개최지인 싱가포르로 쏠리고 있다. 개최국인 싱가포르는 이를 기념하는 기념주화까지 발행했다는 소식이다. 싱가포르 조폐국이 5일 발표한 기념주화는 앞면엔 두 정상의 맞잡은 손을, 뒷면엔 ‘세계평화(World Peace)’라는 영문 문구와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나는 모습과 미국 국화 장미, 북한 국화인 목란을 새겨 넣었다. 꽃은 어디에 피어도 아름답고 향기를 잃지 않지만 때로는 이렇게 역사의 한 순간을 기념하고 상징하는 메타포가 되기도 한다. 목란(木蘭)은 ‘나무에 피는 난초’ 같다고 하여 북한 쪽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우리말 정식 이름은 함박꽃나무다. 목련과에 속하는 활엽소교목인2018.05.23 14:02
불기 2562년을 맞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표어로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가 선정됐다. 지혜와 자비는 부처의 가르침 핵심으로 지혜 없는 자비는 위선과 자기만족에 그칠 수 있고 자비 없는 지혜는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지혜와 자비를 갖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새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하여 탐스럽게 피어나는 꽃이 불두화(佛頭花)다. 이름 그대로 부처의 머리를 닮은 꽃이다. 꽃송이가 마치 곱슬곱슬한 부처의 머리카락인 나발(螺髮)을 닮아 붙여진 이름인데 절에선 흰 승무 고깔을 닮았다고 ‘승무화(僧舞花)’라 부르기도 한다. 영어로는 눈을 뭉쳐놓은 공2018.05.16 10:06
도서관 행사에 초대 받아 초등학생들과 공주풀꽃문학관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공주풀꽃문학관은 ‘풀꽃’이란 시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을 기리는 문학관이다. 문학관 앞뜰엔 시인이 손수 가꾼 꽃들이 비를 맞으며 함초롬히 피어 있었다. 순진무구한 아이들에게 시를 소개하고 꽃 이름을 알러주는 일이 여간 즐거운 게 아니었다. 문학관을 나와 무령왕릉에 갔을 때 한 아이가 찔레꽃을 가리키며 이름을 물었다. 산골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찔레꽃을 모른다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도시에서만 자란 아이라면 모를 수도 있겠다 싶어 꽃 이름을 알려주고 꽃에 대한 이야기도 생각나는 대로 들려주었다. 찔레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성2018.05.09 11:54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면서 생긴 즐거움 중의 하나는 날마다 새로 피어나는 꽃들과 인사하는 일이다. 어제 본 꽃은 다시 만나 기쁘고 오늘 본 꽃은 첫 만남이라 더욱 설레고 반갑다. 처음엔 건강을 위해 천변의 도로를 달리는 일만으로도 뿌듯했는데 꽃들과 인사를 하다 보니 숲속의 꽃들이 궁금해져 산길을 오르는 일이 잦아졌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오월의 숲은 이미 신록이 짙어질 대로 짙어져 초록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렇다고 오월의 숲이 초록 일색이라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잎보다 먼저 피었던 꽃들이 지고 나면 숲은 또 초록 이파리 사이로 새로운 꽃을 내어 달고 ‘삶은 죽을 때까지 아름답다’고 소리 없는 찬가를 부르기 때문이2018.05.02 11:22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은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위에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의미로 1953년 생 소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섞어 뿌리를 묻고, 식수 후엔 김정은 위원장은 한강수를, 문재인 대통령은 대동강물을 뿌려주는 합토합수(合土合水)의 기념식수 퍼포먼스는 남북평화와 민족화합의 의지를 다지는 한반도 역사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사철 푸른 잎을 달고 사는 소나무는 애국가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나무다. 일찍이 율곡 이이 선생 같은 분은 세한삼우라 하여 송(松)•죽(竹)•(梅)를 꼽았으며 고산 윤선도의 오2018.04.25 10:09
봄이 무르익으면서 연두에서 초록으로 바뀌어가는 신록이 점점 초록기운을 더해간다. 옛 시인의 녹비홍수(錄肥紅瘦)란 말이 실감나는 시기다. 어느덧 초록은 살찌고 꽃빛은 야윈다는 봄의 끝자락에 다다른 것이다. 꽃들이 사라진 자리를 촘촘히 메우며 싱그러움을 더해가는 신록이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때도 요즈음이다. 하지만 산빛이 아무리 초록으로 짙어진다고 해도 꽃들이 모두 사리진 것은 아니다. 새로 돋은 잎들이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하면 흰색의 꽃들이 피어나 숲을 수놓기 시작한다. 여름에 피는 꽃 중엔 흰색의 꽃이 많은데 그것은 흰색이 초록에 묻히지 않고 눈에 잘 띄어 꽃의 수분을 도와주는 곤충을 불러 모으는 데 효과적이기2018.04.18 10:34
당신의 봄은 무탈하십니까? 꽃보라 흩날리는 벚꽃 길을 걸어 나올 때 지인의 문자를 받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웃음이 나온 건 문자와 함께 부록처럼 따라온 명자나무 꽃사진 때문이었다. 꽃은 사람을 위해 피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잎이 피기도 전에 가지마다 환한 꽃등을 내어달던 벚나무들이 함부로 꽃비를 뿌려대고 그 뒤를 따라 지는 백목련 새하얀 꽃잎이 누렇게 변색되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우울해지던 참이었는데 무탈하냐는 문자를 받고 보니 우울도 사치란 생각이 든다. 그저 아무 탈 없이 봄을 건너가고 있는 것만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꽃이 져야 열매를 맺을 수2018.04.11 11:07
벌써 백목련이 지고 있다. 티끌 하나 없는 순백의 순결함으로 우리의 눈을 부시게 하던 백목련이 지는 모습은 짧은 봄날을 더욱 서럽게 만든다. 순결의 상징 같은 하얀 꽃잎이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커피색으로 시들어가는 백목련 꽃잎을 보면 인생무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필 때나 질 때나 그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은 작은 들꽃에게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가장 눈부시게 피어난 꽃이라서 지는 모습이 참혹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는 모습이 지저분하다는 것은 피어날 때 그만큼 아름답고 눈부셨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바람도 없는데 꽃잎을 지상으로 내려놓는 백목련 꽃나무 아래를 서성이면서 꽃의 시간2018.04.04 10:02
4월이다. 바야흐로 꽃의 계절이 돌아왔다. 제아무리 감성이 무딘 사람이라도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피어난 꽃들이 벌이는 화려한 색채의 향연에 자신도 모르게 넋을 놓게 되는 시기가 바로 요즘이다. 밖만 나서면 세상이 온통 꽃 천지다. 진달래, 개나리는 물론이고, 산수유, 매화, 살구꽃, 앵두꽃, 백목련 등 일제히 궐기라도 하듯 동시다발적으로 꽃망울을 터뜨려 천지간이 황홀경이다. T.S.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4월이야 말로 꽃의 달이요, 칙칙한 겨울 빛에 잠긴 세상을 화려한 꽃의 세상으로 바꾸는 혁명의 달이다. 일찍이 헤르만 헤세는 ‘자연은 가장 위대한 도서관’이라고 했다. 거기2018.03.28 11:11
산책길에서 보랏빛 제비꽃을 만났다. 안도현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고 했는데, 산책길에서 찬바람에 떨고 있는 제비꽃과 마주친 순간, 나는 봄을 직감했다. 앙증맞은 제비꽃이 봄이 왔음을 인증이라도 하듯 내 가슴에 보랏빛 꽃 도장을 꾹 눌러 찍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나에게도 제비꽃 피는 봄이 찾아온 것이다. 제비꽃은 꽃의 모양새가 하늘을 나는 제비를 닮아서, 제비가 돌아오는 삼월 삼짇날 즈음에 피어서 제비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조선시대에는 오랑캐꽃이라 불렀는데 이는 이 꽃이 필 무렵 북쪽의 오랑캐가 쳐들어와 노략질을 일삼은 때문이라고도 하고, 꽃송이 뒤의2018.03.21 10:41
마침내 아파트 화단의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마른 잔디 위로 돋아난 새싹들도 어느새 한 뼘씩 자라 있다. 박노해 시인은 ‘봄은 보는 계절’이라 했는데 정말 봄은 우리의 눈길을 따라 오는 것 같다. ‘봄’의 어원이 ‘보다’의 명사형이라는 주장처럼 봄이 시각의 계절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봄이 눈길만 따라 오는 것은 아니다. 봄나물을 먹어야 봄이 온다고 하시던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봄은 미각을 통해서도 온다. 겨우내 우리를 성가시게 하던 바람의 방향이 달라지고, 남녘에서 꽃소식이 날아들 무렵이면 나의 어머니는 어김없이 나물바구니를 들고 달래, 냉이, 씀바귀 같은 봄나물을2018.03.14 10:53
아카시아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과수원길’이란 동요가 떠오른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로 시작되는 박화목 작사의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 튀밥처럼 하얀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핀 시골 풍경이 그려지며 코끝을 스치는 그윽한 꽃향기에 절로 눈이 감겨오는 듯한 착각이 인다. ‘나도 당했다’는 미투 운동(#MeToo)이 들불처럼 번지는 요즘이다. 날마다 새롭게 터져 나오는 미투 폭로 기사를 접하며 나는 생뚱맞게 아카시아 나무의 가시를 떠올리곤 한다. 우리가 흔히 아카시아로 알고 있는 나무는 콩과의 상록교목으로 북미대륙이 원산인 아까시나무다. 이 나무는 1897년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2018.03.07 09:35
마침내 3월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3월을 가리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 ‘암소가 송아지 낳는 달’, ‘한결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달’이라고 한다. 3월이 되면 긴 동면에서 깨어난 대지가 새싹을 밀어올리고 꽃눈을 틔우며 나무들은 헐벗은 가지에 연두색 새잎을 차려입기 시작한다. 벌레 알에도 푸른빛이 돌고 제비도 지난 가을 비워 둔 옛집을 찾아 날아든다. 인디언들의 표현대로 무엇 하나 한결 같은 게 없는, 날마다 새롭고 신기한 것들로 가득한 3월이 되면 어딘가에 꽃이 피어 있을 것만 같아 자주 숲을 찾게 된다. 아직 뺨을 스치는 바람은 맵고, 겨울 빛을 지우지 못한 숲은 잿빛 침묵에 잠겨 있지만 자세히 숲을 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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