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8 09:19
“…청봉이 어디인지. 눈이 펑펑 소청봉에 내리던 이 여름밤/ 나와 함께 가야 돼. 상상을 알고 있지/ 저 큰 산이 대청봉이지./ 큼직큼직한 꿈 같은 수박/ 알지. 와선대 비선대 귀면암 뒷길로/ 다시 양폭으로, 음산한 천불동/ 삭정이 뼈처럼 죽어 있던 골짜기 지나서/ 그렇게 가면 되는 거야. 너는 길을 알고 있어/ 아무도 찾지 못해서 지난주엔 모두 바다로 떠났다고 하더군/ 애인이라도 있었더라면, 그나 나나 행복했을 것이다.…” -고형렬의 ‘대청봉 수박밭’ 일부 설악산 대청봉을 떠올릴 때마다 부록처럼 따라오는 시가 속초가 고향인 고형렬의 ‘대청봉 수박밭’이다. 이 시를 대청봉을 오르기 전에 알았는지 정확지는 않으나 이 시를 읽2024.06.11 09:10
비에 씻긴 오월의 쨍한 하늘 위로 백로 한 마리가 유유히 날아간다. 구름 한 점 없는 쪽빛 하늘을 날던 순백의 새는 들판을 가로질러 건너편 솔숲으로 내려앉는다. 해마다 단오 벌초를 할 무렵이면 나는 고향의 백로 서식지를 찾곤 한다. 논이나 천변에서 한두 마리씩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수백 마리가 떼 지어 장관을 이룬 모습은 서식지가 아니면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백로(白鷺)는 왜가릿과에 속하는 새 중 몸빛이 하얀 새를 일컫는 말로, 백로속에 속하는 노랑부리백로, 쇠백로, 흑로와 왜가리속에 속하는 대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그리고 황로속에 속하는 황로 등을 가리킨다. 겉으로 보기에는 희고 깨끗해 예부터 청렴한 선비의2024.06.04 09:29
동구릉에 다녀왔다. 오월의 끝자락이라고는 하지만 쨍한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뜨겁다. 절로 초록 그늘이 그리워질 때 문득 떠오른 곳이 동구릉이었다. 동구릉은 가까운 거리에 있어 딱히 할 일이 없거나 먼 길 떠나기엔 시간이 어정쩡할 때 훌쩍 떠나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몇 번을 다녀왔어도 갈 때마다 숲의 느낌이 매번 새롭고 매혹적이어서 구리에 있는 동구릉으로의 나들이는 늘 나를 설레게 한다. 어느 숲인들 좋지 않은 숲이 있겠냐마는 동구릉의 숲은 각별하다. 왕들의 영혼이 머무는 곳이라는 장소가 주는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와 수백 년을 두고 가꾸고 지켜온 숲이라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가오는 숲의 느낌이 남다르다. 세2024.05.27 15:33
오월 중순, 비 온 다음 날 아침 일찍 북한산을 찾았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버스를 내렸을 때 북한산의 비에 젖은 바위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였다. 북한산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원효봉과 백운대, 만경대와 노적봉이 마치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북한산은 올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전날 비로 인해 수량이 늘었는지 계곡의 물소리가 제법 우렁차다. 물소리를 따라 부지런히 계곡을 오르려니 계곡의 바위 틈새로 크고 작은 폭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시나비 한 마리가 높지도 낮지도 않게 떠서 한가로이 날고 있다. 모시나비는 현호색에 알을 낳는다는데 현호색은 이미 져2024.05.14 09:18
신록의 계절, 초록의 유혹은 꿀보다 달다. 꽃들이 물러간 자리를 촘촘히 메우며 차오르던 연두의 시간을 건너온 나뭇잎들의 손짓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가까운 숲에서 바람에 실려 오는 아카시아꽃 향기는 가히 치명적이라 할 만큼 매혹적이다. 바야흐로 자연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무작정 꽃향기를 따라나선다. 싱그러운 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며 숲으로 가는 길가에도 꽃들은 피어 해맑은 얼굴로 나를 반긴다. 노랑 애기똥풀은 지천이고, 풀꽃반지를 만들던 토끼풀꽃이나 가시덤불에 흰 찔레꽃도 한창이다. 처음 집을 나설 땐 북한산의 주봉인 백운대를 오를 계획이었으나 가는 도중에 마음이 바뀌었2024.05.07 09:35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이양하의 수필 ‘신록예찬’ 일부 누구나 신록 예찬자가 되는 5월, 가평 연인산을 다녀왔다. 눈이 부시게 연노랑의 광채를 내는 신록의 절정,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이맘때 산과 들을 뒤덮은 초록은 온전히 영글지 않은 앳된 빛을 띤다. 그래서 유난히 맑고 산뜻하며 신선하여 눈이 부실 지경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신록의 절정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연인산을 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연인산(戀人山2024.04.30 09:32
‘2024 고양국제꽃박람회’에 다녀왔다. 4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17일간 일산호수공원 일원에서 개최되는 대표 국제꽃박람회를 개막일에 맞춰서 다녀오긴 처음이다. '지구환경과 꽃'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박람회장으로 들어서니 높이 10m, 길이 20m의 초대형 꽃등고래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꽃박람회장에 고래라니! 조금은 생뚱맞단 생각이 들었는데 조형물 옆 설명문을 읽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깊고 얕은 바다를 오가며 물질을 순환시키는 고래는 일평생 자신의 몸에 탄소를 저장하는데 이는 나무 1000그루 이상을 심는 효과라고 한다. 또한 고래의 배설물은 영양분이 풍부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2024.04.23 09:15
봄은 비 한 번 내릴 때마다 십 리씩 깊어진다던가. 비가 스친 숲은 그야말로 생기가 넘쳐난다. 한바탕 꽃들을 피워냈던 나무들이 저마다 새순을 내밀어 숲을 초록의 기운으로 출렁이게 한다. 진달래가 진 자리엔 점박이 철쭉이 피어나고 새들은 나뭇가지 사이를 날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연신 불러대며 짝을 찾는다. 햇빛은 새로 피어난 나뭇잎 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짓궂은 바람은 나무 사이를 내달리며 나뭇잎을 하얗게 갈아엎는다. 볕바른 길섶의 바위에 걸터앉아 넋을 놓고 숲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안에도 초록의 물결이 출렁이는 것만 같다. 일 년 중 숲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나무들이 가장 왕성하게 물을 길어 올리는 곡우(穀雨) 무렵이2024.04.16 09:45
천마산(812m)으로 꽃 산행을 다녀왔다. 예부터 물은 용이 살아야 신령스러운 물이 되고, 산은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라 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다양한 꽃을 볼 수 있는 산이 꽃산이요, 명산이다. 천마산이 봄꽃 산행지로 명성을 얻은 것도 높거나 산세가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서울 근교에 위치하면서도 다양한 야생화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괴불주머니, 꿩의바람꽃, 노루귀, 산괭이눈 같은 흔한 야생화부터 마치 강원도의 산마루를 옮겨온 듯 무리 지어 피어 있는 얼레지 군락을 마주하면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야생화의 성지라는 별칭에 걸맞게 앉은부채나 우리나라 몇몇 산에서만 자란다는 점현호색도 천마산에선 어렵지2024.04.09 09:19
창밖이 마치 조명을 밝힌 듯 환하다. 창 너머 초등학교 담장 옆 벚나무 한 그루가 피워 올린 수천수만 송이의 벚꽃이 활짝 핀 덕분이다. 내가 사는 집이 학교 앞이라서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물이 없어 원경의 도봉산까지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좋다. 창을 열면 언제라도 도봉산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도 과분한데 학교 담장 곁의 벚나무가 화사하게 꽃을 피우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꽃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어난 꽃을 가득 달고 있는 벚나무 가지가 바람에 살랑거릴 때면 하르르 하나둘 흩어지는 꽃잎도 시처럼 느껴진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처럼 눈부신 풍경이라니, 이 세상이 이 세상 같지 않다. 절집에서 자라는 벚나무를2024.04.02 09:30
바야흐로 꽃의 세상이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서 봄이라던가. 눈길 닿는 곳마다 터져 오른 꽃들로 눈이 부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몽실몽실 부풀어 오르던 벚나무 가지의 꽃망울들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했다. 볕 잘 드는 쪽의 가지에서 피기 시작한 벚꽃은 누가 성냥불이라도 그어댄 듯 순식간에 불꽃처럼 온 나무를 꽃으로 뒤덮는다. 꽃샘바람 속에서도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지만, 팝콘처럼 터지는 벚꽃이 만개해야 비로소 봄은 절정이라 할 수 있다. 화르륵 피어났다가 순식간에 지는 벚꽃의 황홀한 시간은 매우 짧다. 절정에서 스스로 목을 긋고 꽃송이가 떨어지는 처연한 동백과 달리 벚꽃은 매화처럼 산화한다.2024.03.26 09:54
춘천의 금병산을 다녀왔다. 금병산(652m)은 1930년대 한국소설의 축복으로 불리는 김유정의 고향이자 그의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는 실레마을 뒷산 이름이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어도 한 번쯤은 올라볼 만하다. 김유정은 자신의 글 속에서 '빽빽하게 둘러싼 산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 옴팍한 떡시루 같다고 하여 실레'라고 부른다고 마을 이름의 유래에 대해 밝힌 바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춘천(春川)이란 한자식 지명보다는 순우리말인 '봄내'라는 말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봄내' 하고 소리 내어 부르면 금방이라도 계곡의 물소리 명랑하게 들려오고 산기슭 어딘가에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속의 점순이가 생강나무 노란 꽃그늘 아래 기다2024.03.19 12:43
"봄이 성큼 다가왔다. 새들은 즐겁게 노래하고 시냇물은 부드럽게 속삭이며 흐른다. 갑자기 하늘에 검은 구름 몰려와 천둥·번개가 소란을 피운다. 어느덧 구름은 걷히고 새들은 다시 아늑한 봄의 분위기 속에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봄'의 소네트 일부 바야흐로 봄이다. 꽃에 굶주린 사람들은 골짜기의 얼음이 녹기도 전에 잔설에 덮인 산속을 헤매며 꽃을 찾아 나서지만 이젠 나같이 게으른 사람에게도 봄꽃들이 눈에 들어오는 요즘이다. 아파트 화단에서 소담스럽게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는 물론이고 볕바른 담벼락에도 진노랑 개나리가 하나, 둘씩 피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터져 오르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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