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8 09:16
하늘 높이 떠오른 달이 온 세상을 훤히 비추는 정월 대보름 밤, 달을 보라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을 때 김용택의 시가 생각났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도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시인의 고백처럼 전화 한 통화에 마음이 달떠서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까지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의 힘이다. 시 속엔 아름답고 빛나는 것을 보고 제일 먼저 자신을 떠올려준 상대에 대한 고마움이 짙게 배어 있다. 사람을 가장 신나고 힘이 나게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고 기억되고 있다는 믿음이2023.01.18 10:15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디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일부- 눈이 내리고 있다. 겨울답지 않게 추적추적 연 이틀 비가 내리더니 바람의 기운이 달라지면서 흰 눈발로 바뀌었다. 고향의 낚시터에서 눈을 맞으며 백석의 시를 떠올렸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에 지는 게 아니라 세상 같은 건 버리는 것이란 시구가 가슴에 돋을2023.01.11 11:12
계묘년 새해가 밝은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해가 바뀌면 사람들은 저마다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걸며 선물처럼 받은 새해 삼백예순다섯 날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멋진 계획을 세운다. 새해만큼은 후회 없는 삶을 살아보리라 다짐하며 새 다이어리를 장만하여 새해 다짐을 꾹꾹 눌러 적어 넣기도 한다. 카네기는 “세상의 모든 업적 중 대부분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한 사람들이 이룬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비록 그 소망들이 다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새로운 각오로 계획을 세우고 마음속에 소망을 품을 수 있게 하는 새해 벽두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다. 문중 행사가 있던 일2023.01.04 10:20
계묘년 새해 첫 아침, 해맞이를 위해 이른 새벽에 도봉산으로 향했다. 해가 바뀔 때면 일부러 해돋이 명소를 찾아 먼 길을 떠나기도 했는데 올해는 집에서 가까운 도봉산에서 해맞이를 하기로 했다. 잠시 잠깐의 일출을 보기 위해 먼 길을 오가는 수고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몸이 요령을 피우기 시작하면 나이 든 탓이라던데 나도 나이가 들긴 드는 모양이다. 채 어둠이 물러가기 전인데도 도봉산 입구 등산로는 이미 해돋이 인파로 넘쳤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어둠을 밟아 산을 오른다. 눈에 제대로 보이는 게 없는 어슴푸레한 여명만 있는 새벽,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져서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2022.12.28 10:20
이른 아침 창문을 열고 도봉산을 바라본다. 밤새 눈이 내려 희끗희끗한 눈을 이고 선 바위 봉우리가 듬직하면서도 신성하게 느껴진다. 티끌만 한 번뇌도 붙을 틈이 없을 듯한 청정한 이미지의 설산과 마주하는 순간 문득 산에 가고 싶어졌다. 옷을 단단히 차려입고 작은 배낭 하나 메고 산으로 향했다. 뺨을 스치는 바람이 맵다. 숲길로 들어서니 청정한 겨울의 숨결이 서늘하게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이 차고 정(靜)한 맑은 기운은 겨울, 그것도 눈 내린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각별한 기쁨이다.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들이 혼자 산을 오르며 자칫 쓸쓸해지기 쉬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숲속에도 작은 산짐2022.12.21 09:27
혹한의 추위다. 세상이 온통 냉동고처럼 꽁꽁 얼어버렸다. 이렇게 추운 겨울이면 생각나는 유년의 기억 하나. 춥고 긴 겨울밤에 어머니와 나는 밤 깊도록 씨아질을 하곤 했다. 지금이야 인조솜이 많이 나와서 목화솜은 구경하기도 힘들어졌지만 내 어린 시절만 해도 직접 목화 농사를 지었다. 가을에 딴 목화로 이불솜을 틀기 위해 솜틀집으로 가기 전에 목화에서 씨를 바르는 작업을 해야 했다. 씨아는 목화씨를 빼는 기구이고 그 일을 일러 씨아질이라고 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양쪽에 달린 씨아의 손잡이를 돌리면서 두 개의 참나무로 된 가락이 맞물려 돌아가는 그 사이로 목화를 밀어 넣으면 솜만 가락 사이를 빠져나가고 씨는 아래로 떨2022.12.14 10:51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삼백예순다섯 날을 선물처럼 받았던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모(歲暮)의 끝자락을 밟고 서 있다. 저문다는 것은, 빛이 사라진다는 것. 나를 비추던 빛이 점점 사라져서 끝내는 캄캄한 어둠 속으로 침잠한다는 말이다. 물처럼 흐르는 세월 속에 사람들이 쓸데없이 눈금을 그려 넣어 시간을 분절해 놓은 바람에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세모의 끝에 서면 가슴이 휑해지곤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칫 쓸쓸해지기 쉬운 12월이 끝이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한 해가 저물면 선물처럼 또 다른 새해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뺨을 스치는 바람은 차고, 잎을 떨군 나무들이 빈 가지 끝으로 하릴없이 찬 하늘2022.12.07 11:18
12월의 첫 주말, 첫눈이 내렸다. 이른 아침, 도봉산의 안부가 궁금하여 창문을 열어젖혔을 때 눈앞에 순백의 세상이 환하게 펼쳐져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하얗게 덮은 첫눈을 보니 갑자기 찾아든 한파 때문에 꽁꽁 닫았던 창문처럼 단단히 걸어 잠갔던 마음의 빗장이 한순간에 풀리는 듯하다. 정호승 시인은 ‘첫눈 오는 날 만나자’란 시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라고 노래했다. 그의 말처럼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2022.11.30 09:28
바람 끝이 차고 맵다.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의 서늘한 기운 속에 겨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동안 이상기온으로 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을 지나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도 무색하리만치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었다. 천변에는 여전히 초록의 풀들이 무성하고 때를 잊은 꽃들이 무시로 피어나 이대로 겨울이 실종되어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계절의 순환은 어김이 없다. 조금 늦춰질 수는 있어도 겨울 없이 봄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거리엔 쌀쌀해진 외기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두툼한 겨울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 추운 계절을 무탈하게 건너기 위해 몸과 마음의 단속2022.11.23 10:36
어느덧 11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달력을 바라보면 이제 겨울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법도 한데 겨울을 입에 올리기엔 한낮의 햇살이 너무 따사롭다. 볕 바른 곳에서 해바라기라도 할 양이면 이러다가 겨울이 사라졌다고 실종 신고라도 해야 하나, 이대로 봄이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생겨나기도 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 탓인 줄 알면서도 나는 이런 의심이 들 때마다 주변의 나무들을 둘러보며 마음을 다독인다. 지구상에서 나무만큼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연록의 새잎으로 숲에 생기를 불어넣고 한여름엔 초록으로 무성해졌다가 가을이면 색색으로 물들었다가 이내2022.11.16 09:11
온통 낙엽 세상이다. 간밤에 찬비 한줄기 지나갔을 뿐인데 낙엽을 밟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세상의 길이란 길은 몽땅 낙엽으로 덮인 것만 같다. 사람들 발길이 잦은 도로 위에도, 외진 골목길에도, 자동차 지붕 위에도 낙엽은 내려앉아 어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밤새 잎을 모두 떨구고 단출해진 가지 끝으로 하늘을 쓸고 있는 가로수를 올려다보며 ‘물러갈 때를 아는 자가 영웅’이란 옛말이 생각났다. 때를 알아차리는 일도 쉽지 않지만, 안다고 해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긴 쉽지 않다. 그러고 보면 겨울을 예감하고 일제히 잎을 내려놓는 나무들이야말로 진짜 영웅일2022.11.09 09:07
'입동(立冬)'이 지났다. 바야흐로 겨울이 시작되었다. 거리엔 흩날리는 낙엽들이 늦가을의 엔딩 크레딧처럼 거리를 떠돌지만 절기로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는 것이다. 봄꽃보다 화려하던 오색단풍도 사라지고 축제가 끝난 공연장처럼 어지러이 흩어진 낙엽들이 스산함을 더하며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비 한 번 지날 때마다 기온은 급전직하로 내려가고 한기를 품은 바람은 점점 더 기운을 얻어갈 것이다.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당나라 시인 이백은 '입동'을 두고 이렇게 노래했다. '얼어붙은 붓 갓 지은 시 써 내려감이 더디고(凍筆新詩懶寫)/찬 화롯불 좋은 술에 시절이 따사롭다(寒爐美酒時溫)/술 취한 눈으로2022.11.02 09:25
문밖만 나서면 온통 단풍 세상이다. 일찍 물들었던 벚나무는 이미 잎이 거의 떨어져서 가지가 허룩해졌고, 은행나무 가로수들도 노랗게 물든 이파리들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굳이 산을 찾지 않아도 문밖만 나서면 눈길 닿는 곳엔 어김없이 색색으로 물든 나뭇잎이 가을 엽서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불타오르듯 화려한 단풍을 바라볼 때면 봄꽃보다 더 곱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소슬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가을이 조락(凋落)의 계절임을 새삼 떠올리곤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된다. 겨울을 나기 위해 잎자루 끝에 떨켜를 만들고,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여 이파리들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단풍이 든 이파리를 떨구는 것은 나무1
美 항소법원, 리플 소송 새 일정 명령...SEC항소 선택은?2
모건 크릭 CEO "미국 전략준비자산에 리플 XRP·카르다노 추가될 것"3
리플, 뉴욕·텍사스 송금 라이선스 취득...기관 투자 감소-하락세도 '우려'4
엔비디아 주가 장전 거래서 11% 넘게 폭락5
영국, 9조 원대 압수 비트코인 팔아 재정 적자 메울까6
"트럼프 토큰 출시, 리플 XRP 소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7
아이온큐, 양자 컴퓨팅의 '떠오르는 별'…말 많은 투자 적기는 언제일까?8
머스크 "모건 프리먼, 테슬라 주식으로 3000% 수익률 기록했을 것"9
이번주 테슬라·엔비디아 등 美빅테크 실적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