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9 08:54
장마철로 접어들면서 맑은 하늘 보기가 쉽지 않다. 하늘 가득 비구름이 몰려들고 몸에 와 감기는 습한 바람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쉬이 우울감에 빠지게 한다. 비록 코로나의 긴 터널을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마스크를 벗어 던지기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사소한 일에도 마음 상하기 쉬운 요즘, 산책만큼 좋은 묘약도 없다. 굳이 무엇을 계획하거나 의도할 필요도 없다. 무작정 집을 나서 동네 골목길을 따라 걷거나 가까운 소공원을 여유롭게 산책하면 된다. 눈길 가는 곳으로 마음이 간다는 말처럼 천천히 걸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꽃과 나무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우울감도 사라지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지구온난화의 영향2022.06.22 08:31
여름이 깊어지면서 숲도 한껏 무성해졌다.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던 나뭇잎들도 녹음으로 짙어지고 하늘엔 장마 구름이 밀려온다. 초록의 기운이 절정으로 치닫는 때이다. 흐린 하늘에서 성글게 떨어지는 빗방울이 뜨락의 치자꽃을 간질이고 있다. 낮게 깔린 기류를 타고 치자꽃 향기가 코끝을 훅 스친다. 그 맑고 달콤한 향기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치자꽃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순백의 흰 꽃은 내 발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빗방울의 간질임에도 자태를 흩트리는 법 없이 다소곳하다. 치자꽃의 아찔하면서도 강렬한 향기는 흐릿해진 기억 속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 해였던가. 남도의 작은 암자에서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었다. 밤새2022.06.15 08:46
나태주 시인은 풀꽃을 두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고 했지만 그게 어디 비단 꽃뿐이랴. 아침에 창을 열 때마다 멀리 보이는 초록숲 위로 우뚝 솟은 도봉산의 바위 봉우리도, 초등학교 담장 너머 바람을 타는 초록의 나무들도 보면 볼수록 예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새봄을 맞아 저마다 색색의 꽃을 피워 달던 나무들이 꽃을 버리고 일제히 초록 일색으로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요즘은 어느 나무를 보아도 고향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정겹기만 하다. 나무들이 펼쳐 보이는 초록은 팍팍하기만 한 일상에 지쳐 날 선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보듬어 준다. 가지마다 수천수만의 잎을 가득 달고 짙은 녹음을 드리운 나2022.06.08 10:35
빗소리에 잠이 깬 아침,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본다. 늘 가까이 보이던 도봉의 흰 이마도 오늘은 우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건너편 초등학교 운동장 가에 서 있는 몇 그루의 대왕참나무도 내리는 비가 반가운 듯 다소곳이 비를 맞고 있다. 일찍 찾아든 더위와 긴 가뭄으로 비가 간절하던 참이었는데 하늘을 보니 그리 많은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비 오는 날 숲길을 걸으면 햇빛 쨍한 날의 숲과는 전혀 다른 숲을 만날 수 있다. 일부러 비 오는 날을 택해 숲길을 걷기보다는, 숲길을 걷다가 비를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감을 활짝 열어주는 비 오는 숲은 색다른 체험이자 추억을 만들어 준다. 비에 젖은 낙엽이 뜨는 냄2022.06.01 10:00
유월이다. 제대로 봄을 즐기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계절은 여름으로 접어든 것이다. 햇빛이 쨍한 한낮이면 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을 찾을 만큼 일찍 찾아든 더위가 만만치 않다. 산책길에 햇살을 피해 무심코 초록 그늘로 들어서다가 바닥에 떨어진 꽃을 보고서야 그제야 감나무 밑이란 걸 알아차렸다. 무에 그리 바빠 감꽃이 피는 줄도 몰랐을까.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이에 핑계를 대고 싶지만, 공연히 마음만 분주하여 허둥대느라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된다. 감꽃은 쉽게 눈에 띄는 꽃은 아니다. 잎이 피기 전 꽃이 먼저 피는 봄꽃나무들과는 달리 먼저 잎이 핀 뒤 5월 중하순 경에 잎겨드랑이에 작은 꽃병2022.05.25 09:20
신록을 지나 초록으로 치닫는 오월, 숲해설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창포원으로 답사를 다녀왔다. 도봉산역과 잇닿아 있는 창포원은 붓꽃이 피어나는 오월에 가장 아름다운 생태공원이다. 붓꽃원·습지원·늘푸름원 등 12개의 테마로 조성되어 있는데 그중에도 가장 유명한 것은 붓꽃이다. 붓꽃은 우리에게 아이리스(iris)라는 이름으로도 친숙하다. 세계적으로 희귀하다는 붓꽃이 서울창포원에 130여 종 30만 본이나 식재돼 있다.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돌면 약 5,000평 규모의 붓꽃원이 드러난다. 붓꽃원 중앙으로 유려한 곡선의 연못이 펼쳐져 있다. 붓꽃은 꽃 한 송이는 청초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한 걸음 물러나 군락을 한2022.05.18 09:14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 속에 떠 올리게 하십시오" -이해인 수녀의 <오월의 시> 일부 - 연두에서 초록으로 짙어지며 윤기를 더해가는 오월의 숲은 싱그러움이 넘쳐난다. 하루가 다르게 활엽수의 이파리들이 잎 면적을 넓히며 숲의 빈틈을 메워 멀리서 보면 나무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초록 계열의 수채화 물감을 잔뜩 풀어놓은 듯 온통 초록 일색이다. 저마다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생기 넘치는 오월2022.05.11 08:46
"최고의 시절이었고, 또한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기였고, 또한 어리석음의 시기였다. 믿음의 시대였고, 또한 불신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또한 어둠의 계절이기도 했다. 희망의 봄이었고, 또한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또한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천국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또한 그 반대쪽으로 가고 있기도 했다." 변혁의 시절을 살아가는 우리의 가슴에 던진 듯한 이 한 구절은 실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이다.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 대혁명을 시대적 배경으로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두 도시를 살아가는 민중의 이야기를 통2022.05.04 10:53
비 온 뒤의 숲 내음이 그리워 둘레길을 걸었다. 며칠 전에 보았던 꽃들의 안부도 궁금하기도 하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숲의 변화를 읽는 재미도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이다. 적당히 물기를 머금은 흙길은 부드럽게 내 몸무게를 받아주고, 비에 씻긴 신록들이 뿜어내는 초록 향기가 마스크에 갇혀 답답하기만 하던 숨통을 단숨에 확 트이게 해 준다. 겨우 숲 들머리를 지났을 뿐인데 나뭇가지 사이로 새들이 날고, 청솔모가 낯선 발소리에 황급히 나무 위로 몸을 숨긴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켜켜이 쌓인 낙엽들이 비에 젖어 발효되는 냄새와 들꽃의 달콤한 꽃향기가 어우러져 코끝을 간질인다. 우리는 단순하게 기분을 좋게 하고 쾌감을 주면 '2022.04.27 08:40
“바람은 정원 위로 불고, 철새들은 날갯짓하네/ 이는 봄의 숨결인가/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했네/ 환호하고 싶네/ 울고 싶네/ 달도 별도 그것을 말해주네/숲도 꿈결같이 속삭이네/ 밤꾀꼬리도 목청껏 지저귀네/ 봄의 너의 것, 너의 것이라고!” - ‘봄밤’의 일부 - 햇빛 투명한 봄날, 이어폰을 꽂고 슈만의 ‘봄날’을 들으며 숲길을 걷는다. 클라라와 사랑에 빠진 슈만을 감동시킨 아이헨도르프의 연작시에 곡을 붙인 연가곡 리더크라이스(liedrkreis)에 들어 있는 곡 중 하나인데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만물의 소생에 환호하는 듯한 벅찬 감동과 함께 첫사랑의 떨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깨 위로 내려앉는 은빛 햇살을 받으며 봄바람 속2022.04.20 08:37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고 있다. 2년 넘게 우리의 일상을 옥죄던 코로나바이러스도 서서히 잦아드는 듯하다. 벚꽃잎 흩어지듯 코로나도 가뭇없이 사라져 봄의 정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봄은 끊임없이 찾아 나서는 계절이다. 햇살이 화창한 봄날, 숲 친구들과 천마산으로 꽃 산행을 다녀왔다. 남양주에 있는 해발 812m의 천마산은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야생화의 성지이자 천상의 화원으로 소문난 꽃산이다. 천마산이란 이름은 태조 이성계가 이곳을 지나다가 '수장삼척가마천(手長三尺可摩天), 손이 석 자만 더 길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고 한데서 유래되었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이기도 한 천마산은 특2022.04.13 09:06
바야흐로 꽃 시절이다.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을 일러 '화양연화(花樣年華)'라 하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어딜 가나 꽃들로 가득한 꽃 세상이다. 화란춘성(花爛春盛) 만화방창(萬化方暢). 꽃들은 한껏 흐드러져 봄은 무르익어 가고 만물은 쑥쑥 자라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 간다. 한 번 지나간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지나간 계절은 다시 돌아와 어김없이 꽃을 피우고 한순간에 세상을 환하게 바꾸어 놓는 것을 보면 식물이야말로 세상의 참주인이란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지난 4월 5일은 제77회 식목일이었다. 세계가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1조 그루의 나무 심기 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2050년까2022.04.06 08:20
4월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고통 속에서도 마침내 봄의 중심으로 들어선 것이다. 노란 개나리꽃 같은 따사로운 봄 햇살이 어깨를 짚어오는 한낮엔 속속들이 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바람꽃을 찾아 얼음 덮인 계곡을 헤매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천지간이 온통 꽃빛으로 가득 차서 출렁이고 있다. 일부러 꽃을 찾지 않아도 눈길 닿는 곳마다 터지는 꽃 폭죽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암호를 해독하는 임무를 지닌 사람이 예술가라는 칸트의 말을 빌리자면 어여쁜 꽃을 보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란 생각마저 든다. 맑은 향기로 발길을 붙잡던 청매, 홍매는 이미 끝물이고 백목련도 한껏 흐드러져서 꽃잎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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