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8 09:14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 속에 떠 올리게 하십시오" -이해인 수녀의 <오월의 시> 일부 - 연두에서 초록으로 짙어지며 윤기를 더해가는 오월의 숲은 싱그러움이 넘쳐난다. 하루가 다르게 활엽수의 이파리들이 잎 면적을 넓히며 숲의 빈틈을 메워 멀리서 보면 나무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초록 계열의 수채화 물감을 잔뜩 풀어놓은 듯 온통 초록 일색이다. 저마다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생기 넘치는 오월2022.05.11 08:46
"최고의 시절이었고, 또한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기였고, 또한 어리석음의 시기였다. 믿음의 시대였고, 또한 불신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또한 어둠의 계절이기도 했다. 희망의 봄이었고, 또한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또한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천국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또한 그 반대쪽으로 가고 있기도 했다." 변혁의 시절을 살아가는 우리의 가슴에 던진 듯한 이 한 구절은 실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이다.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 대혁명을 시대적 배경으로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두 도시를 살아가는 민중의 이야기를 통2022.05.04 10:53
비 온 뒤의 숲 내음이 그리워 둘레길을 걸었다. 며칠 전에 보았던 꽃들의 안부도 궁금하기도 하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숲의 변화를 읽는 재미도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이다. 적당히 물기를 머금은 흙길은 부드럽게 내 몸무게를 받아주고, 비에 씻긴 신록들이 뿜어내는 초록 향기가 마스크에 갇혀 답답하기만 하던 숨통을 단숨에 확 트이게 해 준다. 겨우 숲 들머리를 지났을 뿐인데 나뭇가지 사이로 새들이 날고, 청솔모가 낯선 발소리에 황급히 나무 위로 몸을 숨긴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켜켜이 쌓인 낙엽들이 비에 젖어 발효되는 냄새와 들꽃의 달콤한 꽃향기가 어우러져 코끝을 간질인다. 우리는 단순하게 기분을 좋게 하고 쾌감을 주면 '2022.04.27 08:40
“바람은 정원 위로 불고, 철새들은 날갯짓하네/ 이는 봄의 숨결인가/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했네/ 환호하고 싶네/ 울고 싶네/ 달도 별도 그것을 말해주네/숲도 꿈결같이 속삭이네/ 밤꾀꼬리도 목청껏 지저귀네/ 봄의 너의 것, 너의 것이라고!” - ‘봄밤’의 일부 - 햇빛 투명한 봄날, 이어폰을 꽂고 슈만의 ‘봄날’을 들으며 숲길을 걷는다. 클라라와 사랑에 빠진 슈만을 감동시킨 아이헨도르프의 연작시에 곡을 붙인 연가곡 리더크라이스(liedrkreis)에 들어 있는 곡 중 하나인데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만물의 소생에 환호하는 듯한 벅찬 감동과 함께 첫사랑의 떨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깨 위로 내려앉는 은빛 햇살을 받으며 봄바람 속2022.04.20 08:37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고 있다. 2년 넘게 우리의 일상을 옥죄던 코로나바이러스도 서서히 잦아드는 듯하다. 벚꽃잎 흩어지듯 코로나도 가뭇없이 사라져 봄의 정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봄은 끊임없이 찾아 나서는 계절이다. 햇살이 화창한 봄날, 숲 친구들과 천마산으로 꽃 산행을 다녀왔다. 남양주에 있는 해발 812m의 천마산은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야생화의 성지이자 천상의 화원으로 소문난 꽃산이다. 천마산이란 이름은 태조 이성계가 이곳을 지나다가 '수장삼척가마천(手長三尺可摩天), 손이 석 자만 더 길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고 한데서 유래되었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이기도 한 천마산은 특2022.04.13 09:06
바야흐로 꽃 시절이다.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을 일러 '화양연화(花樣年華)'라 하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어딜 가나 꽃들로 가득한 꽃 세상이다. 화란춘성(花爛春盛) 만화방창(萬化方暢). 꽃들은 한껏 흐드러져 봄은 무르익어 가고 만물은 쑥쑥 자라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 간다. 한 번 지나간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지나간 계절은 다시 돌아와 어김없이 꽃을 피우고 한순간에 세상을 환하게 바꾸어 놓는 것을 보면 식물이야말로 세상의 참주인이란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지난 4월 5일은 제77회 식목일이었다. 세계가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1조 그루의 나무 심기 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2050년까2022.04.06 08:20
4월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고통 속에서도 마침내 봄의 중심으로 들어선 것이다. 노란 개나리꽃 같은 따사로운 봄 햇살이 어깨를 짚어오는 한낮엔 속속들이 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바람꽃을 찾아 얼음 덮인 계곡을 헤매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천지간이 온통 꽃빛으로 가득 차서 출렁이고 있다. 일부러 꽃을 찾지 않아도 눈길 닿는 곳마다 터지는 꽃 폭죽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암호를 해독하는 임무를 지닌 사람이 예술가라는 칸트의 말을 빌리자면 어여쁜 꽃을 보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란 생각마저 든다. 맑은 향기로 발길을 붙잡던 청매, 홍매는 이미 끝물이고 백목련도 한껏 흐드러져서 꽃잎을2022.03.30 09:08
"봄이 오는 걸 보면/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 온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영민의 시 '봄의 정치' 부분- 시인의 말처럼 요즘 거리에 서면 겨울을 견딘 나무들이 피워올린 꽃들로 인해 세상이 한결 환해져서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천변 둑을 따라 피어난 샛노란 개나리도 어여쁘고, 만개한 매화 향기에 스치면 가슴까지 환해지는 듯하다. 좋은 일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답답하기만 한 세상이지만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눈부신 꽃들을 피워내고 세상을 환하게 바꾸어 놓는다. 사람들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어김없이 찾아와 우리에게 희망을 속삭이2022.03.23 08:16
"봄이 오면 나는/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이해인의 시 '봄이 오면' 일부- 봄이 온다고 해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빼앗긴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도 나는 봄을 기다린다.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번지 없는 봄바람처럼 세상이 어수선해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꽃은 핀다는 것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봄은 기다림이요,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가만히 앉아서 봄을 기다리지 못하고 너도바람꽃을 찾아 세정사 계곡에 다녀왔다. 지난해에2022.03.16 09:31
주말 밤부터 봄비가 내렸다. 무려 70여 일만의 단비다. 50년 만의 겨울 가뭄 속에 동해안에선 사상 최대의 산불이 발생했다. 진화대원들의 밤샘 사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풍을 타고 번져만 가던 화마가 봄비 덕에 완전히 제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비가 내리면 옷보다 먼저 마음이 젖는 여린 감성을 지닌 터라 비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번에 내린 비는 일부러라도 맞고 싶을 만큼 반가운 비였다.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산천초목 호2022.03.09 10:27
코로나 대확산으로 세상이 한껏 어수선한데, 경북 울진에선 대형 산불까지 발생하여 수십 년 가꿔온 숲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급기야는 소광리의 금강송 군락지까지 위협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는 국내 소나무 가운데서도 재질이 특히 뛰어나 최고로 치는 금강송 군락지다. 2247ha의 면적에 수령이 200년이 넘은 노송 8만 그루와 수령이 520년인 보호수 2그루, 수령 350년인 미인송 등 1000만 그루 이상의 다양한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금강송 최대의 군락지로 꼽힌다. 화마로부터 수백 년 가꿔온 소중한 소나무 숲이 온전히 지켜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소나무는2022.03.02 08:26
마침내 3월이 왔다. 굳이 '마침내'란 부사를 앞세워 3월이 왔다고 쓴 것은 그만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다. 눈 속에 피어나는 설중매나 복수초는 3월이 오길 기다릴 이유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봄꽃은 3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에게 그 고운 자태를 드러내 보인다. 우수(雨水)가 지난 뒤에도 계속되는 한파로 인해 떨쳐버리고 싶은 겨울의 흔적과 우울한 기억들은 봄눈 녹듯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 비 한 번 내리고 나면 지난 계절의 흔적들은 빗물을 따라 땅속 깊이 스며들어 기꺼이 새로운 생명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대지는 마술처럼 세상 속으로 눈부신 꽃송이들을 피워낼 것이다. 겨울 외투와 마스크에 막혀2022.02.23 08:48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도 지났건만 뺨을 스치는 바람은 여전히 차다. 해가 바뀌어도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 역병처럼 겨울 추위는 날이 갈수록 점점 기세를 높이는 것만 같다. 입춘이 지나면 까치들은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며 헌 둥지를 수리하느라 바쁘고 천변 오리들의 빨갛게 언 발은 점차 분홍빛을 띠기 시작한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강물이 풀리고 겨울빛에 잠겼던 천변을 따라 파릇한 새싹들이 돋아나는 봄을 그토록 기다려왔건만 어디에도 봄의 기미는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시절이 어지럽긴 해도 봄이 올 것을 의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조금 더디게 올 뿐이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눈 속에 매화를 찾던 옛 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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