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5 09:06
다행히 부스터 샷을 맞았다. 연일 수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와중에 코로나를 피해 부스터 샷까지 접종을 마친 것이다. 주사를 맞은 부위에 약간의 통증이 남아 있을 뿐 별다른 후유증은 없다. 그 또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 가장 두렵고 조심스러운 탓에 연말의 많은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었다.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지레 몸이 떨려온다. 멀리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 안부를 묻는 일 외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커다란 바윗덩이를 가슴에 얹고 사는 것처럼 답답하다. 이도 저도 어찌할 수 없을 때 내가 가장 쉽게 택할 수 있는 일이 산책이다.2021.12.08 10:54
마침내 12월이다. 달랑 한 장, 마지막 잎새 같은 12월의 달력은 낙엽처럼 흩어진 세월과 주위를 둘러보며 생각의 갈피를 뒤적이게 한다. 조심스레 일상으로의 회귀를 꿈꾸던 위드코로나도 오미크론의 공포 속에 멈춰버린 올 겨울은 유난히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희망을 다짐하기에는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살을 에는 찬바람보다 더 엄혹하다. “…/ 희망은 유혹일 뿐/ 쇼윈도 앞 12월의 나무는/ 빚더미같이, 비듬같이/ 바겐 세일품 위에 나뭇잎을 털고/ 청소부는 가로수 밑의 생(生)을 하염없이 쓸고 있다/ ….”고 한 황지우의 ‘12월’이 우리가 마주한 세상이 처한 현실이다. 법정스님이 쓴 ‘아름다운 마무리’(문학의 숲 간)에2021.12.01 09:12
새벽 산책길에 뺨을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다. 밤을 지나온 유리창엔 어김없이 흰 성에꽃이 피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들판의 꽃들 모두 사라지고 나면 마음이 허전할 것만 같아서 가까운 화원에 들러 칼랑코에 화분을 샀다. 볕 잘 드는 창가에 놓아두면 겨우내 꽃을 볼 수 있을 거라 했다. 돌나물과의 다년생 다육식물인 칼랑코에는 마다가스카르가 원산지다. 자잘한 꽃들이 올망졸망 모여 마치 별들이 내려앉은 듯 화려함을 뽐내는 칼랑코에는 늦가을에서 봄까지 꽃을 피운다. 섭씨 10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하고 속흙이 바짝 말랐다 싶으면 한 번씩 물을 흠뻑 주기만 하면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잘 자란다. 꽃말은 ‘설렘’이다. 이2021.11.24 10:29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지났다. 창밖에는 아직도 가을이 상영 중이지만 가을이라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도 전에 머지않아 눈은 내려 온통 세상을 하얗게 덮을 것이다. 이미 설악산엔 눈이 내려 쌓이고 서울에도 첫눈이 흩뿌렸지만 나는 아직도 아이처럼 첫눈을 기다리는 중이다. 어느 시인이 “경지 정리가 잘 된 수백만 평 평야를/ 흰 눈이 표백하여 한 장 깨끗한 원고지를 만들어 놓았다”고 표현했듯이 눈이 내려 쌓여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추함을 모두 지워 만든 순백의 원고지 빈칸에 설레는 마음으로 나의 문장을 적어 넣고 싶은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가을은 아름답지만 너무 짧다. 갈수록 가을은 짧아져서 오는2021.11.17 09:29
일찍 찾아든 추위에 몸보다 먼저 마음이 움츠러드는 요즘이다. 활엽수들은 곱게 물든 이파리를 자랑할 틈도 없이 찬바람에 서둘러 잎을 내려놓는다. 찬란한 새봄을 맞이하기 위한 나무들의 겨울 준비는 남김없이 비우는 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낙엽귀근(落葉歸根). 잎은 떨어져 다시 뿌리로 돌아간다. 자신에게 생명을 준 흙에 보답이라도 하듯 나무는 곱게 물든 이파리들을 모두 떨구어 대지를 덮어주고 알몸으로 찬바람을 견디며 겨울을 나는 것이다. 찬바람에 손끝이 시려오는 아침 산책길에서 민들레를 만났다. 바람 없어도 우수수 잎이 지고, 꽃보다는 열매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겨울 들머리에서 민들레꽃을 보다니! 추위에2021.11.10 14:23
지난 8일은 입동(立冬)이었다. 30년 만에 가장 따뜻한 입동이라는 뉴스처럼 절기가 무색하게 한낮의 기온이 20도 이상 올라가 마지막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하지만 계절은 오라고 손짓한다고 오고, 오지 말라고 손사래 친다고 해서 오지 않는 법이 없다. 인간이 오랜 세월을 두고 경험과 지혜로 만든 절기는 어김없이 시간의 눈금을 정확하게 짚어 낸다. 따뜻했던 어제와 달리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비를 맞은 나무들이 빗방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연신 잎을 떨구고, 바닥에 내려앉은 낙엽들은 서로 몸을 포갠 채 내리는 찬비를 맞고 있다. 이 비 그치고 나면 곧 겨울이 들이닥칠 것이다. 며칠 전2021.11.03 10:20
가을 산의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어느 해 가을이던가. 울긋불긋 곱게 물들어 가는 가을 산을 바라보며 꽃상여를 닮았단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단풍 든 가을 산이 마치 한 생을 마치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망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꽃상여처럼 화려하면서도 처연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을 들머리에 찾아왔던 첫 추위도 가을볕에 스러지고 눈길 닿는 곳마다 곱게 물든 나뭇잎들이 나를 향해 손짓하건만 변변한 단풍 나들이도 못한 채 11월을 맞았다. 묵은 달력을 떼어내며 “세월이여/발자국을 먼저 찍어 놓다니!”라고 탄식한 함민복 시인의 ‘달력’이란 시를 입속에 넣고 웅얼거려 본다. 굳이 먼 길을 떠나지2021.10.27 10:24
때아닌 한파주의보에 놀란 사람들이 서둘러 겨울옷을 꺼내 입어도 자연은 서두르는 법이 없다. 여름을 건너온 나무들이 물들기도 전에 느닷없이 들이닥친 추위에 푸른 잎을 떨구는 나무가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엷어진 가을 햇볕을 쬐며 조금씩 가을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나는 아침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초등학교 교정에 서 있는 느티나무와 대왕참나무의 변화를 살피며 곧 지나가 버릴 것만 같은 가을을 마주한다. 여름내 초록 그늘을 드리우던 느티나무는 햇살을 빌려 수천수만의 이파리들을 점차 밝은 노랑으로 물들이고, 산책로에 줄지어 선 대왕참나무는 하루가 다르게 빨갛게 불타오르는 중이다. 흔히 사람들은 가을을 두고2021.10.20 09:57
춥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일요일, 서울의 아침 공기는 ‘춥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만큼 싸늘하기만 했다. 갑작스레 빙점 아래로 키를 낮춘 수은주처럼 덩달아 위축된 몸과 마음을 다독 여 거리로 나섰다. 아직 단풍 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이 정도의 추위에 지레 겁을 먹고 집안에서 금쪽같은 휴일을 허비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기는 행인들의 옷차림이 눈에 띄게 두터워졌다. 더러는 패딩 점퍼 같은 겨울옷을 입은 사람도 보인다. 거기에 비하면 가로수나 소공원의 나무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묵묵히 찬바람을 맞고 서 있다. 길가의 꽃들이 간밤의 추위 때문인지 한결 소슬해 보인다. 꽃잎들은 추레해졌고2021.09.29 09:20
창을 열 때마다 바라보이는 도봉산이 나를 유혹한다. 그냥 멀리서 바라만 봐도 좋은 풍경이지만 요즘처럼 날씨가 좋아 쪽빛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자운봉의 흰 이마가 한층 가까이 느껴지면 불쑥 산을 오르고 싶어진다. 딱히 정상에 오르지 않더라도 그 숲에 들어 온몸으로 가을을 느끼고 싶어진다.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아침 일찍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꽃을 보는 일이 그렇듯이 망설이다가 지금을 그냥 흘려보내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란 걸 알기에 조급해진 마음이 내 등을 떠민 것이다. 가로변의 벚나무엔 벌써 하나 둘 물든 이파리가 눈에 띄고 은행나무 아래를 지날 땐 떨어진 열매들이 행인들의 발길2021.09.15 09:06
아침 일찍 고향으로 향했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기 위해서다. 한해살이풀들이 마르기 시작한다는 처서 무렵이면 늘 하곤 했는데 올해는 좀 늦었다. 고향집 헛간에서 녹슬어 가던 예초기를 꺼내어 손을 보고 낫과 갈퀴 등을 챙겨 선산을 올랐다. 어느새 길가엔 낭창거리는 코스모스가 산들바람을 타고 한껏 높아진 쪽빛 하늘엔 흰 뭉게구름이 목화송이처럼 피어 있다. 초록들판엔 벼 이삭들이 수런거리며 익어가고 인적 없는 논두렁을 한가로이 거닐던 백로 한 마리 건너편 솔숲으로 느리게 날아가는 모습도 평화롭기 그지없다. 선산을 오르는 길섶엔 연보랏빛 쑥부쟁이, 꽃 며느리밥풀, 진홍빛 물봉선, 나도송이풀꽃, 이질풀, 고마리,2021.09.08 08:43
하루가 다르게 높아만 가는 파란 하늘과 자주 일었다 스러지는 구름을 보며 가을을 느낀다. 마스크를 쓰고 두 번째 맞는 가을이다. 누군가는 낙엽 한 장에서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했지만 나는 날마다 한 뼘씩 키를 높이는 하늘을 보며 가을이 당도했음을 절감한다. 딱히 하늘이 아니더라도 문밖만 나서면 가을의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산들바람 부는 천변을 달리거나 잠시 짬을 내어 단풍나무들이 줄 지어 서 있는 산책로만 걸어도 어렵지 않게 가을을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늘은 아무 말이 없어도 계절은 어김없이 순환하며 만물은 저절로 생장하여 가을이 되면 열매를 맺는다. 얼마 전에 썼던 꼬2021.09.01 08:44
영월로 길을 잡고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비가 내렸다. 차창을 타고 빗물이 눈물처럼 흘러 내렸다. 여름내 코로나19로 발이 묶여 있다가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뒤에 잠시나마 어디론가 떠나 지친 심신을 치유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을 때 문득 떠오른 곳이 영월 청령포였다. 그곳의 지명을 떠올리는 순간 부록처럼 따라온 한 그루의 소나무 생각이 간절해졌다. 다름 아닌 청령포의 관음송(觀音松)이다. 조선 왕조 오백 년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임금이었던 어린 단종의 유배지에서의 고독한 일상과 울음소리를 묵묵히 지켜보며 위로해 주었다는 바로 그 소나무이다. 수백 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노거수는 그 자체로도 경외의 대상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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