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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달러와 금 이례적 동반 상승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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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달러와 금 이례적 동반 상승 이유는?

금값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중앙은행의 매입에 따른 것으로 당분간 금을 향한 열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금값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중앙은행의 매입에 따른 것으로 당분간 금을 향한 열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
국내 금값은 18일 상승세로 출발했다. 금 한 돈(3.75g)을 살 때 34만6000원으로 하루 전보다 2000원 올랐다. 팔 때는 31만1000원으로 1000원 상승했다(이상 24K 기준).

금은 오랫동안 부(富)와 귀(貴)를 상징해 왔다. 달러가 1944년 브레튼우즈 회의를 통해 기축통화가 된 것도 금과 교환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닉슨 대통령에 의해 1971년 금 본위제를 포기하고도 달러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과 달러의 가치는 다르게 움직였다. 달러는 이자를 주지만 금은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금과 달러가 함께 강세를 띠고 있다.

세계 경제가 불안정해짐에 따라 달러를 찾는 손길이 늘어나고 있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가 달러 대신 금으로 나라 곳간을 채우고 있어 금값이 함께 오르고 있다.
금과 달러, 세계인의 지갑을 채우고 있는 대표적인 두 재화에 대해 살펴본다.

강한 달러와 금의 공존


지난달 말 일본 최대의 다나카 귀금속 공업이 판매한 금의 소매 가격이 그램당 1만 엔(약 9만원)을 넘어섰다. 오사카 거래소에 상장된 금 선물도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3년 동안 금값은 30% 이상 상승했다.

달러로 표시되는 국제 금 시세 가격은 매일 요동친다. 국제 금 시세는 달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그러나 최근에 달러와 동반 상승하고 있다.

금은 달러에 대한 대체 통화라는 측면이 강하고, 이자가 붙지 않는 약점을 지니고 있어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면 하락하기 쉽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 금 가격도 덩달아 고공 행진 중이다. 뉴욕 선물 시장에서 14일(현지 시간) 현재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약 1930달러로 1년 전보다 10% 이상 상승했다.

미국 은행의 파산으로 인한 금융 불안정으로 3월 이후 금값의 상승 추세가 가팔라져 5월 초에는 2020년 8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2089.2달러)에 근접했다. 이후 1900달러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중앙은행 금 매입 확대


높은 국제 금 가격과 달러 절상이 공존하는 이례적 현상은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 때문이다. 금은 발행자가 없기 때문에 ‘무국적 통화’로 불린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을 외환보유고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국제 연구 기관인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은행들의 금의 순 구매량은 약 1135톤이었다. 이는 195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3년 1월부터 6월까지의 순 구매량은 약 387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결정적인 금 매입 방아쇠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를 동결하고 달러 지불 네트워크에서 배제했다.

금값과 달러가 이례적으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금값과 달러가 이례적으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그 결과 중국·러시아 등은 달러와 같은 서구 자산이 매우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이후 달러를 무국적 통화인 금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실제로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 보유량을 10년 전의 거의 두 배인 2329톤까지 늘렸다. 터키·인도·카자흐스탄도 보유량을 급격히 늘린 국가에 해당한다.

최근엔 특히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 인민은행의 8월 말 금 보유량은 약 2165톤으로 한 달 전보다 29톤(1.4%) 증가했다. 2022년 11월부터 10개월 연속 보유량을 늘렸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총 217톤의 금을 사들였다.

단기간에 매매하는 경우가 많은 기관투자자와 달리 중앙은행은 금을 장기간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귀금속시장협회의 이케미즈 유이치 대표이사는 "금 구매자로서 중앙은행의 존재감이 높아짐에 따라 금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을 사고파는 방법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의 금 매수 욕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금에 투자하는 것은 금이라는 화폐를 보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은 통화로 사용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19세기와 20세기에는 화폐 발행을 뒷받침했고, 한때 미국 달러와는 1대1로 교환됐다.

전 세계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의 일부로 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든 통화로 교환할 수 있는 금은 기축통화인 달러와 맞서는 가장 유력한 결제 수단이기도 하다.

지정학적 위험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상승하는 가운데, 중국은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을 늘려 보유 통화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금 투자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금괴나 금화와 같은 실제 상품의 구매와 금 가격과 관련된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 금 현물 시장을 통해 금을 매매할 수 있다. 품질을 인증한 순도 99.99%의 금을 1g 단위로 사고팔 수 있다. 상품은 1㎏과 100g 두 종류다.

KRX 금 현물시장을 통한 거래는 매매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가 면세된다. KRX 금 현물시장에서 보유한 금이 100g 이상일 경우 골드바 인출도 가능하다.

금을 현물로 사는 전통 방식도 있다. 순금을 사거나 골드바를 구매하는 방법이다. 골드바의 경우 별도의 보유세를 내지 않으나 구입할 당시에 부가가치세 10%가 붙은 가격으로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물건을 직접 보관하면 도난의 위험이 따른다.

국내 및 국제 금 가격을 추적하도록 설계된 뮤추얼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는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들에게 용이하다. 선물 거래는 큰 이익을 노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큰 손실을 입을 위험도 크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