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결제시장 대격변①] ‘신용카드 결제대행’ VAN사 보릿고개… 수익 다각화 승부수

글로벌이코노믹

금융

공유
6

[결제시장 대격변①] ‘신용카드 결제대행’ VAN사 보릿고개… 수익 다각화 승부수

○○페이 확산, VAN 역할 축소…일부 카드사 전표매입 중단
2020년 최악의 ‘어닝쇼크’ 이후 PG 겸업 통해 실적 방어 총력

간편결제 확산으로 인해 VAN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애플페이 결제 모습. 사진=애플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간편결제 확산으로 인해 VAN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애플페이 결제 모습. 사진=애플 제공.

빅테크 기업의 결제시장 진출 이후 모바일 결제가 ‘실물 카드’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결제 방식 변화로 인해 소비자 편의는 커지고 있지만, 기존 생태계가 붕괴하면서 위기를 느낀 카드사와 부가통신사업자(VAN), 전자결제대행사(PG)사 등은 수익 다변화에 나서며 신규 먹거리 창출에 분주하다. 글로벌이코노믹은 빅테크 등장 이후 결제시장의 변화와 문제점 등을 진단한다. [편집자주]

결제시장이 재편되면서 신용카드 결제를 대행하며 수십년간 안정적인 경영을 해 왔던 VAN사들이 수익성 방어에 진땀이다.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결제가 감소한 가운데 빅테크 중심의 간편결제 플랫폼 확산으로 인해 결제시장에서 VAN사 입지가 줄고 있다. 2020년 최악의 보릿고개를 겪었던 VAN사들은 부진한 본업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PG업 겸업을 확대하며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공개한 각사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 포함)에 따르면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9개 업체의 작년 순이익은 1343억 원으로 전년(1275억 원) 대비 5.3%(68억 원) 소폭 개선됐다. 이는 최악의 실적 감소를 겪었던 2020년(1040억 원)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록한 1574억 원에 비하면 여전히 불황이라는 평가다.

상위 업체들은 PG사업 등 기타사업 진출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72억 원으로 전년 동기(106억 원) 66%(66억 원) 급증했다. KIS정보통신은 88억 원에서 136%(120억 원) 늘어난 208억 원, NHN KCP의 순이익도 2021년 286억 원에서 작년 339억 원으로 18.5%(53억 원) 대폭 개선했다. 나이스정보통신의 경우 올해 상반기 순이익 133억 원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153억 원)보다 13%(20억 원) 줄었지만, 가장 어려운 시기였던 2020년과 비교하면 실적이 나아지는 추세다.

반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중소 규모 VAN사들은 여전히 위축되고 있다. KSNET은 2021년 순이익 189억 원을 달성했지만, 작년 순이익은 74.6%(141억 원) 급감한 48억 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스마트로(34억 원 → 24억 원), 다우데이타(244억 원→ 214억 원), 코밴(16억 원→적자 전환) 등도 실적이 부진했다.

상위 업체 중심으로 실적이 나아지고 있지만, 간편결제 등이 확산하면서 영업환경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미 VAN 시장 내 경쟁이 포화 상태에 이른데 다, 카드사와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VAN 수수료 인하 여부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영업이익 감소도 가능하다. 사업 다각화 없이 VAN 사업만으로 생존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비단 영업환경뿐만 아니다. 결제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이해 당사자 간 갈등 역시 심화하고 있다. 결제시장에서 VAN사의 주업무인 전표매입 필요성이 작아지면서 아예 거래를 끊는 카드사도 나왔다. KB국민카드는 최근 VAN사에 지급하던 전체 수수료 중 일부인 ‘전표수거·보관’과 관련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KB국민카드는 지난 6월 말 17개 밴사에 이런 내용을 담은 ‘VAN 서비스 위탁업무 변경’ 공문을 보낸 바 있다. KB국민카드는 그간 매출전표 수거·보관이 과거 신용·체크카드 결제 시 본인확인을 위한 절차였지만,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결제방식이 확산하면서 이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KB국민카드는 현재 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에 대해 VAN 업계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 플랫폼의 수수료 문제도 VAN 업계를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신용카드밴협회는 지난 3월 NFC 결제 수단 확대에 따라 카드사가 부담하는 NFC 결제 수수료를 후방산업에 전가할 수 없도록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애플페이의 국내 유권해석 과정에서 NFC 결제에서 발생하는 결제 수수료를 가맹점, 소비자가 아닌 카드사가 부담하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카드사가 비용 일부를 VAN사에 전가할까봐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VAN업계는 영업환경 악화로 인해 겸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그나마 온라인 결제 비중 증가와 소셜커머스 업체의 PG 입점 등이 늘면서 PG 겸업을 통해 가까스로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제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VAN사가 할 일이 많이 없어졌다”면서 “VAN사의 PG 겸업뿐만 아니라 PG사도 VAN를 겸업하는 추세라 생존을 위한 사업 다각화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