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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 최종안...엔비디아·인텔 울고 삼성·SK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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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 최종안...엔비디아·인텔 울고 삼성·SK는 웃었다

기존에 비해 사양이 낮은 AI 칩도 규제…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는 영향 없어

미국 상무부가 17일(현지 시간) 발표한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칩 신규 수출 통제 조처로 엔비디아와 인텔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상무부가 17일(현지 시간) 발표한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칩 신규 수출 통제 조처로 엔비디아와 인텔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로이터
미국 상무부가 17일(현지 시간) 발표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 추가 조처로 미국의 엔비디아와 인텔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예봉을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무부는 이전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 조처 당시에 규정한 것보다 사양이 낮은 인공지능(AI) 칩수출을 금지했다. 또 중국의 제재 우회로 이용을 차단하려고 중국과 함께 미국의 무기 수출이 금지된 21개국 등에 대한 반도체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으로 반도체 관련 제품을 전달할 위험이 있는 40여 개국을 대상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라이선스를 받도록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방식으로 미국 반도체 장비의 중국 공장 반입 등에 대해 무기한 제재 유예 조치를 받았다. 또 한국 반도체 기업은 추가 제재 대상이 된 AI 칩을 생산하지 않아 이번 조처의 직접적인 대상이 아니라고 워싱턴의 통상 관계자들이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별도 장비 반입 기준을 마련했다. 한국 기업기간 제한 없이 수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장비 품목을 VEU 명단에 추가하면 된다. VEU 제도는 상무부가 사전에 승인한 기업에 지정된 품목을 수출해도 된다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이미 VEU 명단에 들어있어 장비 목록만 추가하면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정부의 이번 조처로 엔비디아와 인텔, AMD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 조처로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칩인 A800과 H800의 수출이 통제된다. 이 칩은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가 대중국 수출 통제를 피하려고 기존 A100 칩의 성능을 낮춘 제품이다. AI 칩 제재 기준 바로 아래에 있는 일부 특정 칩을 수출할 때도 상무부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WSJ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했던 저사양 칩이 이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개발해 군 무기 등에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출 통제 규제를 시행하고,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 A100·H100의 중국 판매를 금지했다. 엔비디아는 이에 따라 데이터 처리 속도가 10~30% 낮은 A800과 H800 칩을 개발해 중국 기업에 공급해 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과 중국 최대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 같은 IT 공룡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에 엔비디아의 H800 칩을 사용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번에 지난해 10월 발표잠정 규정에 대한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미 상무부는 새 규정에서 AI 칩에 대한 '성능 밀도' 기준을 추가하고, 내부 통신 속도 기준을 제외했다. 이는 AI 칩 수출 통제의 초점을 성능에 맞추고, 기술적으로 제재를 우회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전략이다.

인텔대중국 제재를 피해 중국 시장 맞춤용으로 내놓은 AI용 반도체 '가우디 2'로 판매 실적을 올렸으나 이번 조처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우디 2는 인텔이 엔비디아가 장악한 AI용 반도체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칩으로 그동안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었다. 미국 정부의 한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최고급 칩이 AI 모델 구동에 가장 적합하지만 이보다 다소 성능이 떨어지는 칩도 AI와 슈퍼컴퓨팅에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인텔은 총매출의 27%를 중국 시장에서 거뒀다.

미 상무부는 이번에 스마트폰, 컴퓨터,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상업용 반도체 칩에 대한 중국 판매는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중국의 AI 반도체 기술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와 클라우드 서비스가 미국의 AI 반도체와 장비에 접근하는 것까지 통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 조처는 이번에 제외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앞으로 별도의 행정명령을 통해 이런 규제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은 초기 규제 단계에서 중국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가 수출 통제 대상인 AI 반도체 제품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으나 중국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고성능 AI 반도체와 장비를 중국으로 반입하거나 현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설치하고, 원격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