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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 칩의 공급 지연, AMD·인텔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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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 칩의 공급 지연, AMD·인텔에 '기회'

리사 수 AMD CEO가 자사의 AI 슈퍼칩 'MI300'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AMD이미지 확대보기
리사 수 AMD CEO가 자사의 AI 슈퍼칩 'MI300'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AMD

엔비디아의 ‘원맨쇼’로 끝날뻔했던 올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엔비디아의 질주에 뒷전으로 밀렸던 AMD, 인텔 등의 경쟁사들이 슬슬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MD는 AI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기대주인 ‘MI300’ 칩을 앞세워 연말 대 반격을 선언했다. 실적발표 및 콘퍼런스콜 직후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1일(이하 현지시간) 하루에만 주가가 9%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 인텔 역시 새로운 레퍼런스 확보에 성공하면서 엔비디아와 AMD의 빈틈을 노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AMD "2024년 AI칩 매출 20억 달러 넘을 것"


아이러니하게도, AMD와 인텔 등 경쟁사들의 약진은 엔비디아 AI 칩의 심각한 공급 지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주력 AI칩인 H100, A100 등은 현재 리드타임(주문 후 납품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장 52주까지 늘어났다.
엔비디아는 어떻게든 공급량을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제품을 제조하는 TSMC의 생산량은 이미 한계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 신규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증설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제대로 가동하려면 적어도 1~2년은 걸린다.

생성형 AI 기술에 투자를 늘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1년이나 기다릴 여유는 없다. 자연스레 AMD의 AI 슈퍼칩 MI300 시리즈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1일 블룸버그,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AMD가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엔비디아의 AI 칩과 경쟁할 MI300 프로세서를 몇 주 내로 고객들에게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MI300 칩은 이미 대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고객을 포함해 대량의 초기 주문을 받는 데 성공했다”라며 “AMD는 이번 분기에 4억 달러(약 53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2024년 전체로는 20억 달러(약 2조 6800억 원) 이상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MI300 칩이 AMD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 발표에 이날 AMD 주가는 9.7% 상승하며 지난 5월 25일 이후 가장 큰 장중 상승세를 기록했다.

현재 AMD MI300칩의 최대 고객으로는 클라우드 AI 서비스를 확대하는 클라우드 1위 아마존 웹 서비스(AWS)가 꼽힌다. 지난 6월 MI300 칩이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도입 계획을 밝혔다.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AI 사업에 집중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도 유력한 고객 후보다.

애널리스트들은 AMD가 지금의 흐름을 잘 이어가면 현재 10%에 못 미치는 점유율을 약 20%대 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네이버, 엔비디아 GPU 대신 인텔 CPU 채택


인텔도 엔비디아 AI칩 부족의 수혜를 입고 있다. 해외 기술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1일 한국의 대표 포털 기업 네이버가 GPU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 등을 이유로 데이터센터용 GPU 일부를 인텔의 CPU로 대체했다고 비중 있게 보도했다.

네이버는 자사의 지역 정보검색 및 추천 서비스 ‘네이버플레이스’의 이용자 등록 정보 중 허위 정보 구분과 판단에 AI 추론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AI 추론 성능은 GPU 서버가 CPU 서버보다 약 10배 정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텔과 네이버는 AI 가속기를 내장한 최신 ‘사파이어래피즈’ CPU와 AI 추론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CPU의 AI 추론 성능을 4배에서 최대 7배까지 끌어올려 성능 차이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톰스하드웨어는 “한국에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가격은 올해 초 4000만원에서 최근 8000만원으로 100% 급등해 구매 부담이 늘었다”라며 “구매할 현금이 있더라도 엔비디아 AI GPU의 리드타임이 52주로 늘어나자 네이버 등 기업들이 대체 공급업체를 찾기 시작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네이버가 엔비디아에 얼마나 큰 고객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분석가들은 네이버와 인텔의 결합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텔과 손을 잡은 것은 네이버뿐만이 아니다. 미국 기업 MS도 올해 초 자사의 생성형 AI 클라우드 서비스 일부에 네이버와 같은 인텔 사파이어래피즈 CPU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텔은 AI 가속기를 내장한 서버용 CPU 외에도 AI 전용 칩 ‘하바나 가우디’ 시리즈와 엔비디아, AMD와 같은 GPU 기반 AI 가속기 라인업도 갖추고 있다. 엔비디아 GPU 공급 지연이 계속될수록 인텔의 다른 AI 가속 제품들의 수요와 점유율도 덩달아 늘어날 전망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