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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중 반도체 화해하나…미국 기업 속속 중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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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중 반도체 화해하나…미국 기업 속속 중국행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대결이 정부 따로, 기업 따로 움직이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대결이 정부 따로, 기업 따로 움직이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극한 대결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중국 국제 수입 박람회에 참가하는 미국 반도체 기업이 늘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과 아나로그 디바이(ADI)는 처음으로 이 박람회에 참가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중국 수출 제한을 계속하고 있지만 비첨단 쪽에서는 활발한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미국 기업들은 규제 완화에 대한 희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마이크론 제품 설명자는 "미·중 대립 구조가 잠시라도 진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부스에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주력 메모리 제품 등 다양한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마이크론은 미·중 반도체 대결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 중 하나다. 2022년 미국은 반도체 기업 양자강 과학 기술(YMTC)을 금수 조치 목록에 추가했다. 중국은 2023년 5월 대응책으로 중요 정보 인프라에서 마이크론 제품의 조달을 금지했다.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에 IT(정보기술)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게 되자 주문이 급감했다. 그로 인해 2023년 8월 발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적자로 돌아섰다.

마이크론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지난 6월에는 산시성 시안 공장에 43억 위안(약 7676억)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산제이 멜로트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상하이 박람회를 찾았다.

정부 따로 기업 따로


산제이는 수입 박람회 전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을 만나 "중국 내 사업 발전을 바란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수입 박람회에서도 부스를 방문한 왕 장관을 맞이해 중국 사업의 재건 희망을 밝게 했다,

ADI는 전기차(EV)와 헬스 케어 제품 등 중국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제품들을 전시했다. 부스 직원은 "중국 정부의 산업 발전 정책에 부합하는 반도체를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퀄컴,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 인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등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지난해에 이어 박람회에 참가했다. 미국 대기업의 한 임원은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이기 때문에 사업 기회를 잃고 싶지 않다"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기업과는 달리 미국 정부의 중국 첨단 반도체 옥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와 이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에 대한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회로선폭 3나노미터(㎚, 10억분의 1m)의 최첨단 반도체를 규제하고 있다. 반면 PC용 메모리 등 비첨단 범용 제품에 관한 제조 장비의 수출은 허용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중국 공장에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번 조치로 사실상 무기한 수출 규제를 유예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의 TSMC도 유사한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미·중 정상회담


이달 중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동안 격화돼 온 반도체 대결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는 기업도 많다.

미국이 유럽, 일본 등 동맹국의 참여로 첨단 반도체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이후 중국 시장에서는 반도체와 제조 장비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비첨단 분야 반도체 및 제조장비의 대중국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향후 규제 강화를 예상하고 구매를 늘려 왔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설계 및 제조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했으며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 규모는 거의 40% 증가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시장이 더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

네덜란드 기업인 ASML은 중국에 첨단 장비 수출을 중단했지만, 현지 최고 경영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내 인력을 올해 200여 명 더 늘려 연말까지 1600명 이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도 계속 증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퀄컴 중국지사 멍자오 회장은 "중국 스마트폰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며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MD 경영진은 "우리는 중국의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디지털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앞으로도 규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방침이다.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대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가 미흡했다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지난 8월 화웨이가 출시한 스마트폰 신제품에 자체 개발한 반도체의 회로선폭이 7나노미터로 추정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반도체 저개발 국가로 만들려는 미국 정부, 우선 돈부터 벌고 보자는 미국 기업. 서로의 속내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중국은 거의 유일한 반도체 성장 시장이다.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반도체 기업 임원의 말은 새겨둘 만하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