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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식품명가들의 '바이오' 러시, 기대 반 우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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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명가들의 '바이오' 러시, 기대 반 우려 반

제과명가 오리온, 레고켐 인수 통해 바이오산업 진출
롯데·대상·CJ도 영토확장…식품과 시너지극대화 기대
오리온그룹은 지난 15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레코켐바이오사아언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오리온 용산사옥. 사진=오리온이미지 확대보기
오리온그룹은 지난 15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레코켐바이오사아언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오리온 용산사옥. 사진=오리온
국내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주요 업체들이 잇달아 바이오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주력사업이던 식품사업과의 시너지는 물론, 향후 미래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 CJ그룹을 비롯해 오리온, 대상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바이오사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업무협약을 넘어 직접 투자하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까지 진행 중이다.

오리온그룹이 대표적이다. 오리온그룹은 최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지분투자에 나서며 바이오사업 진출을 알렸다. 오리온그룹 내 신규사업팀이 이번 신규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이 바이오사업에 진출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21년 중국 제약업체인 산둥루캉의약과 체외진단 기술도입을 합자법인을 설립했다.
2022년 4월에는 국내 백신업체인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기술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으며, 암 체외진단 기술을 보유한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체외진단 기술도입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그룹을 비롯해 CJ그룹은 앞서 바이오사업에 이미 진출한 상태다. 롯데그룹은 지난 2022년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며 바이오사업에 나섰다. 위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를 통해 글로벌 10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3년차를 맞고 있는 신규 수주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식품명가 CJ그룹은 주력사인 CJ제일제당을 통해 바이오·의약 산업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지난 2021년 천랩을 인수해 설립한 CJ바이오사이언스는 면역항암제 등 15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공격적인 투자와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네덜란드 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업체인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75.8%를 2630억원에 인수했다. 바타비아는 글로벌제약사 얀센의 경영진이 설립한 곳으로 바이러스 백신 등을 개발 중이다.

'청정원' 브랜드로 잘 알려진 대상그룹도 바이오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일찌감치 선정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대상홀딩스는 지난해 12월 항진균제 신약개발업체인 엠틱스바이오와 75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2022년 7월에는 의료소재업체인 대상셀진을 신규 설립하고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도 했다. 대상셀진은 생명공학 기술을 바탕으로 화장품과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등의 개발과 연구·생산도 맡고 있다.

식품업체들이 이처럼 바이오산업에 앞다퉈 나서는 이유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웰빙'을 넘어 '건강'이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보면 식품은 물론, 바이오까지 포함시킬 수 있어서다.

특히 고령화사회가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존 식품산업에 더해 바이오산업이 새로운 미래먹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그러나 바이오·의약업계는 식품기업들의 잇단 바이오산업 진출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바이오·의약 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는 물론, 결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당초 설립목적 외에 화장품과 건강식품 사업 등에 나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내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기업들도 확실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제약·바이오 산업"이라며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를 감내야 하는 만큼 국내 식품업체들이 이를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