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젠슨 황, 신형 AI칩 중국 공급 '포석' 깔았다

글로벌이코노믹

젠슨 황, 신형 AI칩 중국 공급 '포석' 깔았다

중국에 비공식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현지 직원들과 새해 맞이 기념 행사에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사진=엔비디아, 샤오훙수 갈무리 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에 비공식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현지 직원들과 새해 맞이 기념 행사에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사진=엔비디아, 샤오훙수 갈무리
엔비디아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4년 만에 중국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방중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말이었던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젠슨 황 CEO가 이달 초 비공식적으로 중국에 방문했으며, 별다른 외부 활동 없이 선전, 상하이, 베이징에 있는 엔비디아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그가 비공식적으로 중국에 방문했기 때문에 현지 고객사 임원이나 중국 정부 관리 등과 별도의 미팅을 가졌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대변인도 황 CEO가 단지 현지 직원들과 교류하고 함께 다가오는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아 축하했을 뿐 별다른 대외 활동은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주말 웨이보, 샤오훙수 등 현지 SNS에는 황 CEO가 화려한 전통 의상을 입고 무대 위에서 직원들과 함께 춤을 추는 사진과 영상이 게재됐다. 중국 국영 매체도 이를 인용하며 그의 방중 소식을 전했다.

황 CEO의 이번 중국 방문은 지난 2019년 12월 이후 4년 만에 이뤄졌다. 그런 만큼 업계에서는 그가 아무런 이유 없이 중국을 방문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로 양국 간 ‘반도체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고,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미국 수출 규제 품목 중 가장 쟁점이 되는 대상인 점이 황 CEO의 중국 방문에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의 AI 산업은 지난 2018년에만 이미 861억1000만 위안(약 16조원)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와 기술 수준을 자랑한다.

이러한 중국의 엔비디아 의존도는 매우 높다.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이 앞장서서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와 AI 칩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도입해 왔고, 주요 대학이나 연구기관, 스타트업도 엔비디아 제품을 주로 사용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70억달러 규모의 중국 AI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무려 90%가 넘는, 사실상 독점 수준으로 알려졌다. 오죽하면 중국 현지 기업들이 개발비용 대비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며 미국의 규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자체 GPU 및 AI칩 개발을 포기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제재를 시작하면서 엔비디아의 첨단 AI칩인 A100, H100 등을 콕 집어 규제 목록에 올린 것도 그만큼 중국의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도 글로벌 매출의 약 25%가 발생하는 중국 시장을 순순히 포기하지 않았다. 2022년 미국의 첫 규제가 시작되자 즉각 A800, H800 등 중국향 AI칩을 따로 만들어 공급해 온 엔비디아는 지난해 12월 이들마저 규제 대상에 오르자 또 다른 중국향 AI칩인 H20, L20 등을 출시했다.

특히 이들 ‘신형’ AI칩은 올해 1분기부터 중국 시장에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연초부터 젠슨 황 CEO가 중국을 방문한 것도 신형 칩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현지 고객사 관계자들과 접촉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황 CEO와 엔비디아가 이러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것은, 이미 미국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규제를 주도해온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해 12월 초 엔비디아를 직접 언급하며 “기존에 판매하던 반도체들을 정부 규제에 맞게 재설계해서 중국에 판매한다면 정부는 바로 그 다음날 규제할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압박에도 엔비디아는 중국과 연결된 끈을 놓지 않을 전망이다. 젠슨 황 CEO는 미국 반도체 업계에서도 앞장서서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는 인물이다. 중국이 이를 계기로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자사를 비롯해 중국에 수출하는 미국 반도체 기업에 손해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만큼 중국 시장을 향한 그의 의지는 확고하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계속되고,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황 CEO의 ‘숨바꼭질’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