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의 실적 성장세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꺾이고 있다. 업체별로 적게는 10%, 크게는 절반가량 줄었다. 올해 경영 상황 역시 암울하다. 지난해 폭풍 성장을 이룬 것과 다른 모습이 나타날 전망이다.
25일 업계와 증권사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해 4분기 부진한 경영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9일 지난해 4분기 직전 분기 대비 53.7% 줄어든 3382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SK온은 적자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SK온의 실적 추정치를 발표한 증권사 6곳의 컨센서스를 취합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약 3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분기 대비 적자 폭을 줄이긴 했지만, 4분기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앞선 기대감은 사라진 것이다. 삼성SDI도 주춤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SDI는 전분기 대비 8.4% 감소한 454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실적 한파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주된 이유다.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꺾인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EV볼륨·마크라인즈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434만여 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 늘었지만 2021년 115.5%, 2022년 61.2%와 비교해서는 크게 낮아진 수준이었다.
올해 상황도 좋지 않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의 주 고객사인 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축소 또는 전동화 계획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출하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계획이 계속 뒤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배터리 업계의 경우 이른 시간 북미 시장에 과도할 정도로 진출해 오히려 과잉 설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