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월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할 계획이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기업의 가치상승을 목표로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가 재평가될 수 있지만 일본의 정책 및 경제 상황과 다른 국내 실정을 고려하면 단기 내 효과는 눈에 띄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 증시 사례를 벤치마크했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작년 한 해 동안 28.24% 상승했으며 올해도 8%를 넘는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오사카증권거래소(JPX)는 PBR이 1배 이하인 상장사에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목표 공시를 요구했다. 일본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시기 또한 JPX가 목소리를 높인 시점이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유지, 양호한 경제지표 등으로 기업 이익이 개선됐다. 또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일본 상사주들에 관심을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일본에 쏠린 영향도 있다.
실제로 JPX는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상장사 명단(상장사 중 39.8%)을 공개하며 압박했다. 일본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여타 요인이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다만 PBR 등 주요 투자지표를 기준으로 한 밸류업은 경기 사이클 등에 영향을 받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 파급효과는 차이가 있다.
PBR 개선은 지배구조(G)와 직결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한마디로 외부관계자(투자자 등)들을 의식하는 기업 정책이다. 이중 G는 E와 S에도 영향을 미친다. G는 기업의 의사결정구조를 뜻하고 의사결정구조의 핵심은 이사회다.
기업 이사회는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것은 물론 외부관계자와 소통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쉽게 말해 기업이 결정한 의사에 대해 투자자들이 납득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다양한 소통 창구를 통해 개선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즉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결국 이사회에 책임을 묻게 된다.
한편, ‘PBR 1배’라는 기준은 이사회가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경영성과를 뜻한다. 국내서도 많은 기업들이 ESG경영을 강화했지만 적절히 평가할만한 수단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외 ESG를 평가하는 기관이 존재하지만 ESG 평가 등급과 주가 및 기업가치는 아직까지 명확한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PBR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의 함수다. ROE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자본(분모)이 축소되거나 이익(분자)이 늘어야 한다. 만약 ROE가 꾸준히 유지되는 기업이라면 그 자체가 성장률을 뜻한다. 자본이 축소되지 않고 성장이 제한적이라면 자본비용을 줄여야 ROE가 개선된다.
또 PBR에는 주당수익비율(PER)도 영향을 미친다. ROE와 PER을 곱하면 PBR이 도출되는데 이는 ROE가 상승하더라도 PER이 오르지 않으면 PBR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PER에는 성장성 외에도 브랜드·신뢰도와 같은 비재무적 가치가 녹아 있다. 결국 PBR 개선은 자기자본효율성(ROE)과 대외적 인지도 등을 동시에 높여야 하는 고난이도 전략이 요구된다.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인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은 기업별 지배구조(G)에 따라 달라진다.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은 자본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우수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은 배당정책이 유리하며 그렇지 않은 기업은 자사주 매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업 입장에서 PBR을 개선하는 것은 사실상 경영 전반 체질을 바꿔야 가능하다”며 “정부가 국내 기업들에 저평가 해소를 강하게 요구하는 동시에 압박하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해 기업 성장, 외국인 자금 유입, 거래 활성화, 가계 자산 증가로 이어진다면 세수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강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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