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문 외신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이 26일(현지시간) iOS 17.4의 첫 번째 베타 버전에서 AI 관련 코드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해당 코드는 애플이 다른 소스를 활용해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 기술을 갖춘 새로운 버전의 시리(Siri)를 계속 개발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애플은 iOS 18의 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오픈AI의 모델을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챗GPT에 대한 자체 AI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리 요약 프레임워크는 기기에 있는 모델을 사용해 요약을 할 수 있다. 애플은 이 프레임워크를 구동하기 위해 자체 AI 모델을 사용하고 그 결과를 내부적으로 챗GPT의 결과와 비교하는 것으로 보인다.
iOS 17.4의 코드에 따르면 애플은 총 4개의 서로 다른 AI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여기에는 블룸버그가 이전에 보도한 'Ajax'라는 애플의 내부 거대 언어모델도 포함돼 있다. iOS 17.4에서 AjaxGPT는 기기에서 처리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두 가지 버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IT 업계 메인 프레임으로 부상하면서 애플은 상대적으로 힘을 못 쓰고 있다. 단일 기업 시가총액 1위였던 애플의 자리는 이제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자리를 빼앗았고 미국과 유럽에서 반독점 규제 철퇴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핵심 시장인 중국의 경기 침체로 인해 애플은 2001년 이후 4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으로 황금기를 맞았지만 AI가 새롭게 떠오르면서 그에 앞서나가지 못한 영향이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올해는 애플에게 무척 중요한 해다. 애플의 첫 황금기를 연 맥(MAC)이 출시 40주년을 맞았다. 그간 애플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자 생태계, 세련된 디자인, 강력한 성능을 앞세워 크게 성장했지만 중간 중간 침체기도 맞았다. 이번에는 AI로 경쟁해야 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에 뒤처지는 모양새다. 심지어 스마트폰에서는 삼성전자가 먼저 AI 스마트폰을 출시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지위를 잃게 됐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인 퓨처그룹(The Futurum Group)의 연구이사이자 경제학자인 올리비에 블랑샤르(Olivier Blanchard)는 AFP에 "맥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모든 노트북과 모든 PC(개인용 컴퓨터)는 맥과 그 성공을 모방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아이폰에 대한 평가는 그 이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아이폰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라고 평가했고 메타의 창업자 겸 CEO인 마크 저커버그도 "아이폰은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또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도 "아이폰은 인간의 창의성과 기술의 결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라고 격찬했다.
이렇게 PC와 스마트폰 시장의 전성기를 애플이 열었지만 AI에서만큼은 후발주자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애플은 2010년 AI 음성비서 '시리 어시스턴트'를 인수하고 이듬해인 2011년 시리(Siri)가 탑재된 아이폰 4S를 발표했다. 이것이 벌써 13년 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스티브 잡스는 '넥스트 아이폰'에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팀 쿡 체제에서는 스티브 잡스 시절만큼 M&A에 투자하지 않고 자사주를 매입하며 회사 가치를 높여왔다. 정확한 금액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팀 쿡은 2012년부터 2023년 5월까지 6620억 달러(약 870조 8000억 원)의 자사주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